내가 커피를 즐겨마시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내 생활의 반 정도를 보내는 연구실에서 마시는 양만해도 1년이면 원두 3Kg은 되는 것 같다.

입맛도 까다로워서 이것 저것 골라 마셨는데,

언제부터서인가 착한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착한커피는 우선 유기농 커피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커피를 생산하는 후진국 농민들에게 그 댓가가 정상적으로 지불되는 커피라는 점이다.

사실 커피는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농민을 착취하는 식품이라고 한다.





   

생산자에게 너무 적은 돈을 지급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1) 어린이를 노동자로 혹사시키게 되고,

2) 토지약탈적농업(토지의 양분을 유지시키기 위해 관리하지 않아 척박해진 땅에 비료와 농약을 쳐서 억지로 수확하는 방식의 농업)을 할 수 밖에 없는 등

부수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우리가 착한커피(보통 공정무역 커피라고 한다)를 마시면 어느 곳에선가 농민의 얼굴이 펴지고, 노동에 내몰리는 어린아이에게 교육을 받게 하고, 자연환경이 보전된다.


참고로 어떤 자료에 의하면 우리가 마시는 5,000원짜리 카페모카 한잔에 들어가는 커피의 댓가로 커피 재배농민이 받는 댓가는 4원정도라고 한다. 공정무역 커피는 이보다 수배 이상을 정직하게 지급한다.      


착한커피는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다.

http://www.coffeeme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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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할 대통령 혹은 토사구팽

 

MB의 지지율이 경이적인(?)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그는 취임 초기의 지지율이 80%에서 20%로 급락한 최초의 대통령이었고 요즘에는 언론관련법, 4대강사업, 세종시, 방송인솎아내기 등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오히려 40%대를 유지하는 불가사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약 여론조사기관들이 모두 청와대에 포섭되었거나 눈치 보느라 알아서 여론조사결과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주택보급률에 비해 자기 집 소유비율은 턱없이 낮아

첫 번째 추측은 전혀 다른 종류의 통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008년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무려 110%에 달합니다. 평균적으로 100가구당 110채의 주택이 보급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주택걱정은 사라졌을까요? 불행하게도 답은 ‘아니다’입니다. 자세한 통계가 5년 간격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2005년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실제로 자기 집을 가진 가구는 전체가구의 56%에 불과합니다. 농어촌(읍면지역)을 뺀 도시(동지역)만을 대상으로 계산하면 52%로 낮아집니다. 또 단독주택과 아파트만으로 제한하면 자기 집을 가진 가구는 전국에서 48%(동지역은 43%)에 불과했습니다.

MB정부의 부동산 가격 떠받치기 정책의 수혜자일 가능성이 있는 집단이 45% 내외라는 말입니다. 물론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이라고 모두 수혜자가 되거나 지지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MB의 지지율이 고착되어 가는 값과 주택보유율이 비슷하다는 점은 매우 시사적입니다. 이런 연관성이 사실이라면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아무도 MB를 지지하지 않는데 어떻게 지지율이 40%를 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비판하지만 속으로는 즐길 수도 있지요.(이 부분을 집 가진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곡해할 사람들은 읽지 마십시오)


통계적인 이유로는 과거 80년대의 여론조사과정에서 경험했던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정권이 독재성을 가지면 가질수록 정치여론조사에 거짓응답을 하게 됩니다. 응답하는 사람이 눈치를 보게 되지요. 이런 현상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 바로 보궐선거에서 사실상 한나라당이 패했던 결과들입니다.

떡볶이 행보의 여론조작

그렇다 하더라도 높은 지지율의 배경으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은 조선, 중앙, 동아로 대표되는 수구언론의 여론조작 기능입니다. 예를 들면 대통령이 떡볶이를 먹는 장면을 보도하여 친서민적 인상을 심어줍니다. 그의 정책은 사실상 서민적이지 않지만 깊이 따져 보지 않는 사람들은 조작된 이미지에 속게 됩니다. 정총리는 이런 조작의 극적인 예입니다. 정총리는 떡볶이처럼 현 정권의 조작된 이미지 제공에 사용되는 떡볶이 총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사구팽?

그런데 수구언론의 이런 친MB행보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이들이 지금 보여주는 행보는 언론관련법의 밀어붙이기에 따른 ‘이익챙기기’를 위해서입니다. 이들도 종합편성 채널이나 MBC민영화의 과실을 따 먹은 후엔 갑자기 이리떼로 변할 것입니다. 어차피 방송은 시청자로부터 외면당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방송장악 음모가 완성되고 나면 장악한 방송이 MB를 위해 충성하는 것이 아니고 특종 경쟁을 통해 시청자를 끌어오기 위한 노력을 할 것입니다. 물론 이들이 정책적 잘못을 물고 늘어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러나 하이에나처럼 현 정권 실세들의 비리를 캐는데 사력을 다할 것입니다. MB 자신이 토사구팽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결국 MB정권이 추진한 대형 사업들의 행방을 묘연하게 만들면서 MB는 임기채우기에 급급할 것입니다. 이미 80년대에 평화의 댐과 같은 사건들은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남는 것은 서민들이 겪을 고통뿐이지요.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폭력플루

 

모든 반대의견에 귀를 닫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이명박정부의 행동은 사실 그것 자체로 폭력입니다. 정부의 결단은 다양한 가능성과 많은 의견을 청취한 후에 비로소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시간을 끌면 반대의견 때문에 실행할 수 없다며 조급증을 보이는 것은 이런 결단의 뒤에 다른 목적이 감추어져 있다는 심증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폭력은 결국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폭력전염병으로 발전한다는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여름의 비정규직 고용대란설 사태를 기억해 봅시다. 사실 기업의 간부를 지내본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만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이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비해 전혀 이득이 없습니다. 업무를 이해시키고 숙달시키는데 보통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립니다. 2년마다 해고와 신규채용을 반복하면 그 기업은 막대한 교육비를 낭비하여 저임금의 장점이 사라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정부가 잘못된 판단으로 과장하면 권력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들은 구색맞추기식으로 해고하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폭력의 전염이 일어납니다.

어제(11/11)는 수업을 하는데 수업시간이 한창이었던 11시 5분전쯤부터 몇몇 학생들이 학생회관 앞에서 밴드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맞은편에 있는 내 강의실은 건물이 낡아 방음이 전혀 안 되기 때문에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의 소음이었습니다. 나는 조교에게 본부에 연락하여 소음을 중단시켜 달라고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학생들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2시간 정도를 계속 연주했습니다. 강의실에서 바라보니 듣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지요. 결국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수백 명의 수업을 방해한 것입니다. 이것은 낭만이 아니고 폭력이라는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니 사실 이들에게 그것이 폭력이라고 느끼기를 바라는 것이 무리이지요. 수업시간을 따지지 않고 계속되는 학교안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익숙해진 그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남에게 끼치는 피해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수밖에요. 용산에서 6명이 죽었어도 살아남은 시위자들에게만 책임을 물어 중형을 내리는 판결을 보고, 절차는 불법이어도 이미 통과된 법은 합법이라는 헌재의 판결을 보며, 또 미군기지의 비행훈련 소음 때문에 툭하면 몇 분씩 수업을 중단하는 것이 일상화 된 그들에게 그것이 폭력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겠습니까?

오래 전 미국에 갔을 때 겪은 일입니다. 스톱이라고 쓰인 팻말이 서 있는 곳은 누구든 먼저 도착한 사람이나 차가 우선 통과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한국생활에 익숙한 나는 이게 자연스럽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4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서 있는데 차들이 계속 와 건너지 못하고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청년이 갑자기 길을 건너갑니다. 그래서 나도 얼른 따라서 건너갔는데, 한국사람답게 사거리에 다가오는 차를 피해 건너가려고 뛰었습니다. 그런데 길을 건넌 후 그 청년에게 핀잔을 들어야 했습니다. 당신이 길을 건너는 것은 당신의 권리인데 왜 뛰느냐는 것이지요. 나는 여전히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뛰어서 건넙니다. 달려오는 차가 속도를 줄이리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제 밤에 아내와 함께 가까운 빵집에 빵을 사러 나갔습니다. 동네 길은 대부분 골목길이어서 좁은데다가 길 한편으로는 주차된 차들이 늘어서 있어 골목길조차 사람들은 걷기가 불편합니다. 그런데 뒤에서 승용차가 다가옵니다. 좁은 길에서 주차된 승용차가 옆에 붙어 비켜주다가 옷에 자동차의 오물을 묻히기 싫어 승용차 한 대(!) 거리를 더 걸어가 주차된 차 사이에 몸을 감추었습니다. 그런데 그 몇 초가 짜증났나 봅니다. 운전자가 경적을 울립니다. 화가 나 혼자서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았는지 창문을 내리고 술 드셨냐고 묻습니다. 그의 가족도 아파트 바로 앞의 가게에 가려면 걸어야 하는데도 어느새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편리를 위해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묵살하고 위협하는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결국 그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고 말다툼을 해야 했습니다. 덕분에 그 차 뒤에는 2대의 차가 움직이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지요. 아내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러는데 그때마다 그런 식으로 대응하다 주먹질까지 오가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제발 다음부터는 그냥 피하라’고 합니다. 어느새 나도 폭력플루에 감염된 것입니다.

내가 폭력의 일상화를 걱정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세계 최고라고 합니다. 미얀마(버마)의 샤프란 시위 때 경찰의 발포로 생긴 사상자가 300여명쯤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으로 온 세계가 시끄럽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한해에 고등학생 자살자만 그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사회부적응이나 불만을 자살로 풀어내지만 계속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가끔 집단범죄 외에도 골목길에 주차된 자동차에 연 이어 방화하거나 혹은 차량에 피해를 주는 사건들이 뉴스를 탑니다. 폭력이 일상화되면 사람들의 반응도 폭력적이 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폭력이 어떤 임계값을 넘어 다수의 사람들이 계획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것이 테러입니다. 바로 폭력이 테러의 기폭제가 되는 것이지요. (2009.11.12)

실패한 대통령

“나의 실패는 여러분의 실패가 아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할 일이 있고, 역사는 자기의 길이 있다. 실패한 이야기가 거름이 되길 바란다.” -고 노무현대통령의 [못다 쓴 회고록]

노대통령이 독백처럼 쓴 이야기입니다. 맞습니다. 그는 실패한 대통령입니다. 비록 내가 그의 죽음 소식을 듣고 급히 군산에 분향소를 설치하라고 시민연대 사무국에 말했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취임 초기, 그는 많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북송금특검을 수용했습니다. 이는 남북관계를 김대중대통령 시절 이전으로 되돌려 놓았지요. 그 후 걸어서 판문점을 넘어 남북정상회담까지 했지만 이런 노력과 성과는 이미 초기에 저질러 놓은 대북송금특검 때문에 퇴색해 버렸습니다. 사실 남북관계는 민족사적으로나 경제 혹은 사회적으로 매우 다양하고 큰 의미를 갖습니다만 1960~90년대를 살아 온 지식인들에게는 족쇄 하나가 풀렸다는 의미가 오히려 더 피부에 와 닿았습니다. 그 시절 반독재활동은 거의 모두 친북활동으로 둔갑되었고 처절한 응징이 가해졌기 때문입니다. 남북이 서로 상대방을 핑계 대며 독재체제를 유지했지요. 남북관계 개선은 그들에게 이 족쇄를 푼 것이었고, 다른 거창한 의미들은 오히려 부수적인 것이었을 수 있다는 점을 노대통령은 인식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결정 등을 거쳐 임기 말의 한미FTA에 이르기 까지 참여정부는 철저히 자신의 지지기반을 내치는 정책들을 너무 쉽게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노무현정부가 자랑으로 삼을만한 국가균형발전이나 지역감정 극복, 과거청산을 위한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 했습니다. 심지어는 사회복지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경제적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함으로써 ‘좌회전 깜빡이를 넣고서 우회전 한다’는 비아냥거림 까지 들어야했지요.

그렇게 철저히 자신의 지지기반을 붕괴시키고 대신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단계에 까지 나아갔습니다. 지역감정해소라는 선한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것은 애당초 가능하지도 않은 정책이었고, 설사 그렇게 되었다 해도 수구보수세력의 지지는 절대로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노무현정부의 지지기반은 소수의 친노집단으로 한정되어 스스로 아무런 정책도 추진할 힘이 없는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아니 차라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면 다행이었겠지만 한나라당이 동의하는 정책만 추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과 반대되는 정책만 시행될 수 있었지요. 그런 의미에서 그는 분명히 실패한 대통령입니다.

친노신당이 거론된다고 합니다. 몇몇 인사들이 조만간 거기에 합류할 것이란 소식도 들립니다. 나는 그들에게 간곡히 부탁합니다. 먼저 노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과거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하십시오. 이런 과정 없이 다시 나서는 것은 국민들의 기억상실증에 의존하는 기존 정치인들의 행태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행동이며, 고인의 사후 인기에 영합하는 또 다른 분파정치일 뿐입니다.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곧 새 학년이 시작된다. 엄마나 아이들이나 올 해 새로운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 은근히 궁금할 때이다. 조커를 읽어보면 위베르 노엘 선생님 같은 멋진 분이 우리의 선생님이 되셨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로엘 선생님께서 선물로 주신 조커 중 몇 개를 소개한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친구를 초대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변덕 부리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아참, 조커는 원래 카드놀이 할 때 궁지에 빠지면 그것을 피해가기 위해 제멋대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인데, 적절한 기회에 쓰면 시간을 벌 수도 있고 어려움에서 나올 수도 있다.

노엘 선생님 반 아이들은 별난 배불뚝이선생님의 기발한 생각과 삶의 방법을 차츰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다. 하기 싫은 일을 무작정 하는 것도, 궁지에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아니다. 조커는 그것을 사용해서 그 상황을 돌아보는 여유를 준다. 주어진 대로 그저 시간 메우기에 힘이든 요즘의 우리들에게 삶이나 공부란 그저 무거운 짐으로 생각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새로운 조커를 만들어 능동적으로 살아가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들이 필요한 조커를 스스로 만들어 보면 좋겠다. 노엘선생님이 ‘자신을 기쁘게 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를 들고 쿠스쿠스 루아얄 식당으로 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이 읽어도 좋겠지만 특별히 지금 교단에 서 있는 선생님들이 읽어 보면 더 좋겠다. 아이들에게 선물(?)도 듬뿍 주고 조커도 같이 만들 수 있도록.

수지 모건스턴이 쓰고 미레유 달랑세가 그리고 김예령이 옮겼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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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오덕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하늘에서 별 하나가 뚝 하고 떨어진 느낌이었다. 우리말 우리글 살리기는 이제 어찌해야하나 참으로 걱정이 된다. 선생님께서는 늘 우리겨레의 얼과 말이 병들어 있는 것을 슬퍼하셨다. 어느 신문에서 선생님의 우리말 걱정에 대한 글이 있어 잠깐 옮겨본다.

‘신문이나 잡지에 나온 글, 방송에서 쓰는 말을 보면 참 답답하고 서글픕니다.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우리 겨레 말이 다 망가졌어요. 부모들부터 잘못된 말글을 배우고 자랐으니 아이들이 제대로 배울 수가 없습니다.’

하여 ‘이오덕 글 이야기’를 읽으면서 구체적으로 지적한 선생님의 글 보는 눈을 살펴보자.

이 책은 선생님께서 바라셨던 것처럼 올바르게 사람답게 슬기롭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봤으면 한다.

아이들의 글을 앞에 싣고 뒤에 선생님의 가르침을 적어 놓았는데 우리가 무심코 쓰는 일본식 말과 한자로 쓰지 않아도 될 말, 번역 투의 말을 고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좋은 글이란 구체적이고 이야기 하듯 쓰는 것이 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1994년에 책을 쓴 것이라 사뭇 촌스럽거나 시대에 뒤처진 느낌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책의 값어치는 그것을 뛰어 넘는다.

도서출판 산하에서 펴내고 이오덕 글, 황미 그림이다.

이상한 학교

윤태규 글, 김종도 그림, 한겨레아이들 출판사

 

이 책에는 이상한 학교, 이상한 상자, 이상한 일기, 이상한 심부름 등 온통 이상한 이야기만 실려 있습니다.

먼저 저자인 윤태규 선생님의 말을 빌리면,

“물은 강이나 바다에 있어야 하고, 나무는 산에 있어야하듯이 세상 모든 것에는 제자리가 있습니다. 봄이 온 뒤에는 여름이 오고, 밤이 지나면 낮이 오듯이 세상일에는 모두 반듯한 차례가 있습니다.”

이렇게 선생님이 말씀 하셨듯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뒤틀려 버린 세상이 자기자리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권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금도 이상한 학교가 아닌 방글초등학교가 늘어난 아이들의 수 때문에 교실을 더 짓고부터 조짐은 시작됩니다. 공교롭게 남관과 북관으로 나눠져 편 가르듯 학생들이 갈라지고 서로 싸우고, 탓하고, 분냅니다. 급기야 회양목으로 운동장을 금 긋습니다. 이런 외부 조건의 변화가 친한 친구 사이인 진호와 달태 사이의 틈을 벌려 놓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갈등과 어색함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한 그루 두 그루 회양목은 뽑혀집니다. 문제의 풀림은 바로 2학년 아이들에게 있었습니다. 남관과 북관 사이를 넘나들며 축구를 하던 아이들에게 회양목이 거추장스러워진 것입니다. 그래서 한 그루 두 그루 운동장 바깥으로 회양목이 옮겨 심어집니다.

이 상황을 우리나라 현실과 대응 시켜보고, 해결점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겁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여러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요즈음 우리 생활을 많이 돌아보게 합니다.

열두 가지 소리의 아주 특별한 동화

강원희외 글, 전필식, 김옥재 그림, 파랑새어린이 출판

 

12가지 소리가 제각기 사연을 가지고 책 속에서 튀어 나온다. 이제는 듣기 어려운 뻔~뻔! 뻔디기, 둥~둥! 동동 구리무~, 뚫어요~ 뚜우울어! 그리고 아직도 가끔 우리들의 귀에 들려오는 찹쌀떡, 메밀묵 사려~까지 열두 가지 소리가 아우성친다.

이 이야기들의 시간적 배경은 1950년에서 1970년대라, 점점 잊혀져가는 삶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이 책을 할아버지 할머니께 읽어 보시라고 권한다면, 아스라한 추억을 기억의 저편 속에서 꺼내서 책 속 이야기에 살을 붙여가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시리라. 물론 어떤 사람들은 가난한 시절 이야기가 낡고 칙칙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이야기 속의 사랑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따뜻한 미소를 띠게 한다.

옛날에 살았던 모습이 책 속 곳곳에 묻어 있어서 공부도 된다. 나 역시 ‘풀무의 노래’ 편에서는 풀무질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활활 불을 일구어 거푸집에서 붉은 쇳물을 만들어 낸 다음 구멍 난 양은솥을 때우고, 날이 무디어진 낫이나 호미를 쇠메로 두들기면 날이 번쩍 세워진다. 음력 유월에 잡은 통통한 새우를 가지고 소금과 새우의 양을 잘 배합시켜서 완전한 새우젓이 될 때 까지 서늘하게 온도를 맞춰야 맛 좋은 육젓이 된다는 사실도 배웠고, 찹쌀떡은 방금 쪄낸 찹쌀을 절구지에 넣고 쿵쿵 절구질을 한 다음 꺼낸 찰떡을 떡판에 올려놓고 홍두깨로 민 다음 하나씩 뚝 떼어서 동글동글 빚은 후 단팥을 푹 떠 넣고 하얀 전분을 묻혀 낸다는 것도 알았다.

지나간 것들이나 지금은 몰라도 사는데 불편하지 않은 것들을 새삼스럽게 알아보는 것이 뭐가 중요할까 싶지만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우리 생활 속에 녹아 있었던 것들과 그 안에 들어있는 애틋한 정을 느껴봤으면 해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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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를 위하여’

 

황석영 글, 이상권 그림 다림 출판사

 

이 책은 군에 입대한 동생에게 형이 쓰는 편지 형식으로 된 소설이다(단편소설집의 제목과도 같다). 저자는 형의 편지를 통 해 ‘진보의 의미와 사랑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미군 부대의 하우스 보이인 영래는, 몇몇 아이들과 패를 짜서 반 아이들의 행동에서부터 담임선생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해 버리는 전형적인 독재자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힘’ 싸움은 우리가 갈등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불의와의 대결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런데 글속의 병아리 선생님은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무서운 것에 대항하는 방법은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것임을 가르쳐 준다.

“애써 보지도 않고 덮어 놓고 무서워만 하면 비굴한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겁쟁이가 되어 끝내 무서움에서 놓여 날 수가 없는 거예요.”

우리는 살면서 작건 크건 간에 참으로 많이 망설이며 살아간다.

“하느냐? 마느냐?”

“이 상황에서는 용기를 내어야 하는데...”하면서도

“내가 뭘, 내가 말해 봤자...”

그러나 주인공인 ‘나’가 영래의 치사한 힘의 지배를 고립시키듯이 옳은 것은 끝내 밖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제 우리 모두 ‘아우를 위하여’를 읽어 보고 해야만 할 일이거든 지나치지 말자. 우리 어린 친구들이나 엄마, 아빠들도 ‘나쁜 일’에 무관심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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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反

 

이 책은 열 명의 화가가 인권을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여 그린 만화로 이루어졌다. 십시일반 이라함은 원래 한 술씩 떠 모은 밥이 한 그릇의 밥이 된다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열명이 모여 만든 만화책 한권으로 온갖 차별과 맞서겠다는 생각을 갖고, ‘돌이키다’ 혹은 ‘뒤집다’의 뜻을 가진 한자 ‘反’을 사용한 듯하다.

십시일반은 크게 네 가지 소재를 가지고 짜여 있다. ‘한 칸의 현실’, ‘습관적인, 일상적인’, ‘편견과 오만’, ‘낯선 자화상’으로 열명의 작가가 모두 모여 서로의 주제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목표도 확인하고 모자란 자료도 모았다고 한다. ‘여자라서’, ‘가난하다고’, ‘공부를 못한다고’, ‘외국인 노동자라고’, ‘학벌이 낮다고’ 등등 차별의 모습을 늘어보니 너무나 많다. 열 명의 만화가들이 예리한 문제의식과 따뜻한 마음으로 이러한 차별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눈 밝게 뜨고 그려 내었다. 그래서 한 컷의 그림이 길게 늘어 쓴 글보다 머리에 ‘콕’ 와 닿는다.

몇 가지만 소개 해 본다. 박재동 화백의 ‘삶의 무게’에서는 길거리에 군상 하나가 그려 있다. 크고 미끈하게 생긴 남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고 그 밑에는 여자가 그 남자를 이고 있다. 그 밑은 여자+가난한 사람, 그 밑은 여자+가난한 사람+외국인 노동자이다. 손문성 화백은 부의 세습을 ‘사회적 유전’에서 고발한다. 법관 아빠는 법관 아들을, 부자 아빠는 부자 아들을, 의사 아빠는 의사 아들을 그리고 청소부 아빠는 청소부 아들을 갖는다. 홍윤표 화백은 ‘석봉이네 집’에서 부엌바닥에 손가락으로 男女平等을 쓸 줄 아는 석봉이의 총명한 여동생을 소개하고 있다.

만화책을 보면 낄낄거리고 즐거워야 하건만 가슴을 누르는 뭉클한 ‘무엇’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 책은 여러 사람들에게 권해서 돌려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앙금처럼 가라앉아 깨닫지 못하는 세상의 모든 차별을 드러내서, 모두 억울하지 않게 사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창작과 비평사에서 출판하고, 박재동, 손문상, 유승하, 이우일, 이희재, 장경섭, 조남준, 최호철, 홍승우, 홍윤표가 공동으로 쓰고 그림.

사금파리 한 조각

 

고려시대, 줄포라는 서해안의 작은 바다마을에서 살았던 고아 소년 목이는 두루미 아저씨랑 살아간다. 목이가 사는 줄포는 마을의 위치와 토질이 도자기를 빚어내는데 훌륭했다. 자연스럽게 목이는 도자기 빚은 일에 관심을 갖게 되고 우연한 기회에 도공 민 영감의 심부름꾼으로 살게 된다. 민 영감의 꿈은 왕실에서 사용하는 도기를 만드는 것이다. 목이는 민 영감이 정성을 다해 빚은 도자기를 송도에 있는 왕실 감도관에게 가져가게 되었는데 도중에 강도를 만나 그 귀한 도자기가 깨지게 된다. 하지만 목이는 깨진 도자기 한조각(이게 사금파리란다)을 가지고 끝내 주문을 받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상감은 어떤 기법이고, 흙 속의 철은 어떤 작용을 하는지, 가마에 도자기 굽기는 어떠한지, 또 민 영감의 철저하고 예민한 도자기 만드는 열정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글쓴이가 우리말을 전혀 모르던 교포 2세라는 것을 알면 조금 의아하게 생각되기 까지 한다.

이 책을 쓴 린다 수 박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우리말을 잘 할 줄 모른다. 하지만 린다는 영국인 남편과 결혼해 살면서 그녀의 아이들에게 ‘어머니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 해 주고 싶은 마음에 뒤 늦게 우리 문화를 공부했다. 덕분에 이 귀중한 ‘사금파리 한조각’이라는 동화가 나오게 됐고, 린다는 이 책으로 세계 최고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여러 권의 동화책을 썼는데 그 중엔 우리 문화를 배경으로 한 게 많다. 그렇게 그녀는 조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우리 문화를 되새김질 할 기회를 주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목이가 어려서부터 같이 살았던 두루미 아저씨와의 끈끈한 정과 비록 쓰레기통을 뒤지더라도 구걸하거나 훔치지 않아야 한다는 아저씨의 생각을 잔잔하게 느낄 수 있다. 목이의 상기되고 환한 마지막 얼굴이 책을 덮고도 한 참 동안 머리에 남아 있었다.

린다 수 박이 쓰고 이상희가 옮겼고, 김세현이 그림을 곁들여 서울문화사에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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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정계비의 비밀

 

김병렬 글, 고광삼 그림, 사계절 출판.

 

원래는 우리 땅이었지만 일제시대에 중국에 빼앗겨 버린 땅 간도에 관한 슬픈 우리겨레 이야기이다.

함경도 돌골이라는 곳에 사는 심마니 영기는 잇따른 가뭄으로 살기가 너무 힘들어지자 호철네와 함께 두만강을 건넌다. 그리고 이들과 엇비슷하게 고생했던 조선 사람들이 간도에 정착하게 된다. 하지만 어렵게 삶의 터전을 마련했던 이들에게 “조선 사람은 간도를 떠나라.”고 청나라는 엄포를 내린다. 이 때 종식(영기의 아들)과 호철 아들 상해는 간도가 조선 땅이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백두산 정계비”의 탁본을 뜨러간다.

탁본에 나타난 그 정계비의 내용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경계가 “서는 압록이 되고 동은 토문이 된다. 그러므로 이 두 물줄기의 분수령에 비석을 세워 기록한다.”는 내용이었다. 정계비의 비문내용으로 두 나라의 국경이 정해지는데, 종식의 육대조 할아버지 애순의 활약이 이 책 안에 흥미롭고 자세하게 써있다.

사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두만강과 토문강의 지류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했고, 심지어는 백두산이 모두 우리 땅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40% 정도는 중국 손에 넘어갔다는 사실에 내가 참으로 부끄러웠다. 일제는 1909년 만주지방철도 부설권을 얻기 위해 중국과 간도협약을 맺어 간도를 중국에 넘겨 버렸다. 간도가 우리 땅이란 유일한 증거였던 ‘백두산 정계비’ 마저 1931년 7월 28일 일본에 의해 사라지고 말았다.

피땀으로 일구어 낸 우리 땅 간도, 그 속에서 벌어진 역사의 기록 속에는 힘없는 나라의 억울함이 절절하다. 고구려와 발해가 소수민족의 중국변방나라라는 중국의 망언이 떠도는 이때 우리 국민의 관심을 모아야겠다.

무기 팔지 마세요!

 

‘세상에 전쟁이 없었으면 좋겠어. 무기도 없고, 군인도 없었으면 좋겠어.’라고 이 글을 쓴 위기철 아저씨는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느 날 콩알만 한 총알 하나가 내 이마를 딱 때렸을 뿐인데, 이제 세계 평화를 걱정해야 하다니’ 보미의 넋두리에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보미와 민경이는 장난감 총을 가지고 노는 남자 아이들에게 경고한다. 우리와 똑같은 어린이들이 하루에도 수 천 명씩 전쟁으로 목숨을 잃고 강제로 끌려가 전쟁터의 총알받이가 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전쟁은 놀이가 될 수 없습니다!’

같은 시간에 미국친구 제니는 1999년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의 총기 난사 사건을 주제로 발표 숙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보미의 ‘무기 팔지 마세요!’라는 사진과 기사를 보게 되고 ‘무기자유협회’를 만들게 된다. 무기자유협회는 미국 전역에서 호응을 얻으며 마침내 ‘총기규제법안’을 상정하기에 이른다. 제니와 보미의 작은 시작은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이 책의 주제가 무거워 재미없을까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보미와 제니의 평화를 사랑하는 맘이 서로 통하여 공간을 오고가며 재미있게 쓰여 있다. 토요일 오후면, 우린 장난감 총을 들이대며 서로를 ‘쏴’ 죽이려는 전쟁놀이에 빠진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폭력을 즐긴다. 우리 아이들 속에 너무나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군사문화와 메마른 맘이 안타까워 아이들에게 이 책을 꼭 읽히고 싶다.

위기철이 쓰고 이희재가 그렸다. 초등학교 높은 학년이 읽으면 좋겠고 청년사에서 펴냈다.

진짜 나쁜 사람들

 

2007년 1월 9일 박근혜, “참 나쁜 대통령이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나”

2009년 8월 31일 박근혜(측근인 이정현 의원을 통해), “바람직하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오랜 생각”

 

이 두 가지 발언은 같은 내용인 4년 중임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헌논의에 대해 박근혜씨가 한 말입니다. 앞의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발언했을 때의 반응이고, 뒤에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발언했을 때의 반응입니다. 사실 이런 반전은 너무 흔해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듭니다. 이번에 청와대 특임장관으로 지명된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인사(예: 박시환 대법관인사청문회)가 있을 때 툭하면 코드인사라고 비난하였지만 정작 이명박정부의 고소영 편중인사에 대해서, 특히 자신의 장관임명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반전을 왜 언론들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지, 그리고 툭하면 도덕성을 외치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소위 우리 사회의 보수인사라는 사람들이 이런 일에 대해서는 왜 분노하지 않는지, 그 이유는 유명한 소설, [동물농장], [1984년] 등을 쓴 영국의 유명한 소설가 조지 오웰이 이미 오래 전 지적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이 바로 미디어법 파동의 진짜 배경이며, 이대통령이 말한 ‘누구도 언론을 장악하지 못한다는 말’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잘 보여주기 때문에 촘스키의 책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인용해 봅니다.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의 서문을 자유롭고 민주적인 영국에 헌정하면서, ‘결과에 도달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결과는 자유로운 국가에서나 전체주의 국가에서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국 지식인들에 대한 찬사는 결코 아니었다. 오웰은 “영국에도 검열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풍습이 존재한다. 자발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 전체주의 국가와 다르다. 인기 없는 사상은 침묵 속에 떨어지고, 거북한 사실은 비밀에 부쳐진다. 따라서 국가가 나서서 금지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요컨대 국가가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종속과 순응이란 가치관이 보편화되고, “중요한 사안들을 덮어버려야 하는 이유를 가진 부자들”이 언론을 장악함으로써 지배적인 통설에 이론(다른 논리)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입은 어느새 닫혀버린다.

- 지식인의 책무(노암 촘스키 저, 강주헌 옮김, 황소걸음 출판, 41쪽 5행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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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코의 질문

 

일본 수상이 신사참배를 했다는데 왜 우리나라와 중국이 화를 내는지 과연 우리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종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이 왜 여태껏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고 있는지, 또 우리 땅인 독도의 아름다운 절경을 우표로 담아내는데 왜 일본이 저 난리를 치는지도...

이 책 속 아홉 가지 이야기는 한글 말살 정책, 인간 생체 실험, 일본군 위안부의 비참함, 관동대지진 때 있었던 어이없는 죽음 등을 소개하고 있다. 다행이도 이 무거운 주제들을 동화형태로 알리고 있어 아이들이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고 충분히 그 때의 사건들을 가슴으로 읽어 갈 수 있다.

 

아홉 가지 이야기 중 ‘마사코의 질문’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소재로 하고 있다. 마사코와 할머니가 히로시마에 있는 평화기념 공원에 가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왜 전쟁을 해? 누가 먼저 싸움을 걸었어?”

“그거야 뭐...”

할머니께서는 그 때 당했던 무시무시한 일들을 잔뜩 풀어 놓으시는데, 마사코는 자꾸 엉뚱한 것을 묻는다. 왜 전쟁을 했으며, 누가 먼저 싸움을 건 것인지, 일본이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그 무서운 폭탄을 맞았는지를... 하지만 할머니는 속 시원히 대답을 안 한다. 아니 할 수가 없다.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일들을 ‘지나간 것’하고는 덮어 버리려 하지만 ‘바로잡는 과정’ 없이는 역사가 옳은 방향으로 가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 등을 바르게 세워 진실을 밝혀내야만 한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역사는 그저 시간 가는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님을 느꼈으면 한다.

손연자 글, 이은천 그림, 푸른책들 출판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은 암탉의 이야기 - 『마당을 나온 암탉』

 

초등학교 높은 학년을 위해 황선미가 쓰고 김환영이 그린 장편동화로 사계절출판사에서 냈다.

 

나는 누구이며, 과연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인가? 그저 밥 먹고 가는 시간을 주어진 대로 메우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늘,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막연한 물음을 던져보고, 허전해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 의 주인공 잎싹은 사람들이 단지 시장에 내다 팔 달걀을 얻기 위해 기르는 철망 속의 암탉이다. 문틈으로 눈부신 바깥을 털이 숭숭 빠지고 맨 목덜미가 빨갛게 드러나도록 쳐다본다. 그리고 꿈을 꾼다.

‘ 나도 알을 품어 태어나는 병아리를 보고 싶다.’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양계장을 빠져 나온 잎싹은 굶주림과 추위, 그리고 족제비의 번득이는 위협에 고스란히 던져졌다. 양계장에서 던져 주는 먹이를 편하게 받아먹고 알이나 낳으면 되었던 그는 혹독한 대가를 지불했던 것이다. 그러나 마침내 외톨이 청둥오리인 나그네의 알을 품게 되고, 그 아기오리를 저수지로 날아든 청둥오리 무리에게 보낸다.

 

그저 부모님의 계획대로, 선생님의 지시대로 지겨운 공부 속에 묻혀 있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한다. 그들이 이 책을 통해서 주어진 삶, 윤기 없는 시간 대신, 내가 살아 있는 이유를 확인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삶의 계획표 속에 내 꿈을 위한 자신의 시간들을 꾸며 넣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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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브라이

 

루이 브라이, 그는 스스로도 장님이면서도 점자를 만들어 전 세계의 눈 먼 사람들에게 희망을 열어 준 사람이다. 물론 루이는 태어날 때부터 시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섯 살 때 송곳을 가지고 놀다가 송곳의 날카로운 면이 눈동자를 상하게 하고, 다른 눈 또한 감염되어 그만 앞 못 보는 신세가 되었다.

그 당시 맹인을 위한 글자라곤 ‘돋을새김 인쇄’라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그 인쇄기술이 얼마나 불편한지, 한 글자의 크기가 가로세로 7cm 정도였고 혼돈되는 부분도 많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맹인들은 그냥 주어진 대로 체념하고 세상을 살아야 했다. 우린 책에서 얼마나 많은 행복과 지식과 미래를 읽을 수 있는가! 그러나 그들은 단지 맹인이라는 이유로 제약된 삶을 주어진 대로 살아야만 하다니…

호기심 많고 무엇이든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강한 아이였던 루이는 ‘야간문자’에서 점으로 글자를 표현한 것에 착안하여 몇 년의 노력 끝에 지금의 점자를 만들어 낸다. 점 여섯 개의 조합으로 알파벳을 약속하여 글자를 읽고 쓰도록 한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책장을 넘기면서 루이처럼 흥분해 온 몸을 떨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욕구는 자신의 꿈을 이루게 했을 뿐 아니라 온 세계의 앞 못 보는 사람들의 텅 빈 삶을 책으로, 희망으로 가득 채우게 했기 때문이다.

도전하는 삶을 계획하는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마가렛 데이비슨이 쓰고 이양숙이 옮겼고 다산기획에서 출판했다.

딱친구 강만기

문선이 글, 민애수 그림, 푸른숲 출판

 

딱친구는 북한말로 둘도 없는 단짝친구를 말한다. 탈북소년 만기가 어떻게 민지를 딱친구로 사귀게 됐는지 그 과정을 살피면 대략 이렇다.

1998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살고 있던 만기네 가족은 점점 살기가 힘들어지자 압록강을 건넌다. 살얼음까지 낀 압록강을 건너는데 시큰거릴 만큼 이를 악 물고 죽을 고비를 넘겨 중국 땅을 밟는다. 하지만 강을 건너자마자 어머니가 인신 매매단에 끌려가고 기대와는 어긋나게 힘든 탈북생활이 이어진다.

고생과 그리움으로 중국에서 지내다가 어렵게 남한으로 오게 된다. 그러나 남한에서의 생활도 만만하지 않다. 남한에서 적응기를 안성에 있는 하나원이란 곳에서 보내게 되는데, 남한과 다른 북한 말씨부터 스케치북이 뭔지, 알파벳 'C'를 열매 씨로 알아듣지를 않나 낯선 문화와 주눅 드는 남한의 분위기에 눈물만 흘린다.

서울로 전학 와 드디어 민지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같은 반 친구보다 나이도 많고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도 알리기 싫어 탈북 사실을 감춘다. 하루하루 마음 조이며 살아가는데 그 갈등이란! 진실게임을 하던 중 비밀은 밝혀졌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민지와 좋은 감정이 확인되어 만기는 어제와는 다른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알아야 이해 할 수 있다. 도울 수도, 하나가 될 수도 있다. 2003년 6월 말까지 남한에 온 탈북자 수는 약 37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앞으로도 그 수는 계속 늘어 날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만기처럼 자신들을 경계하는 눈빛과 북한과는 다른 문화나 가치관 때문에 힘들어하는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 읽기를 권한다.

이 글을 쓴 문선이 작가도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독일처럼 통일되는 날이 꼭 올 거예요. 그렇담 지금부터 우리도 서서히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죠. 경제적, 정치적, 그 밖에 커다란 문제들은 어른들에게 맡기고요. 우리 어린이들은 그 친구들한테 관심을 갖고 마음을 열어 서로 알려는 노력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 있다.

 

내 이름이 교코였을때

서울문화사, 린다 수 박 글, 권영미 옮김, 이형진 그림.

 

이 책은 <사금파리 한 조각>이라는 작품과 함께 소개했던, 재미교포 린다 수 박의 작품이다. 글쓴이는 자신의 부모님께서 겪었던 일들을 기초로 이 책을 썼다.

이 책의 구성은 순희와 태열이가 번갈아 가며 이야기하는 것으로 꾸며져 있는데, 1940년부터 해방을 맞이할 때까지 암울한 우리나라 처지가 실려 있다.

강제로 갖게 된 일본 이름 교코, 노부오 그리고 신문에 난 손기정 선수의 일본 이름을 우리 식으로 고치고, 일장기엔 태극기를 그려 넣다 순사에게 걸려 곤혹을 치른 삼촌 (결국 독립운동을 하며 쫓겨 다닌다.), 묵묵히 책 만 보시는 교감 선생님이신 아버지 (나중에 태열이가 독립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아버지를 비겁하다고 비난했지만, 실제로는 가족 몰래 교감의 지위를 이용하여 독립을 위한 기사를 내고 정보 제공을 한다.), 무궁화 나무를 낡은 항아리에 옮겨 심어 창고 한 구석에서 몰래 기르셨던 곧으신 어머니, 이렇게 다섯 식구가 서로를 아끼면서 사랑하며 어렵던 시절을 보낸다.

특별히 28장과 31장에는 태열이가 일본군 가미가제 특공대가 되어 돌아가는 모든 일과 그 속에서 느끼는 감상들이 자세하게 쓰여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태열이가 되어 봤으면 좋겠다. 순희의 이야기 속에서는 남녀 차별이 은근히 느껴지는데 무엇이든 알고 싶어 하는 순희가 되어 봐도 좋겠다.

역사를 교과서 속에서 건조하게 사건으로만 공부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도 린다처럼 ‘교코’을 통해 우리민족의 아픔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옛날로 돌아가 그 속에서 같이 느껴보고 그 느낌을 현실로 가지고 돌아와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삶의 방향을 모색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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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며칠 전 한 신문의 일면에서 ‘서울시, 빈민 자활의지에 족쇄’ -강남 비닐하우스 촌에 과도한 변상금 부과- 라는 큰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내용은 이렇다. 서울시 소유 체비지에 1990년부터 서울시가 불법 점유에 대한 벌금을 물리기 시작했는데 그 벌금에 대한 연체이자가 해마다 15~25%란다. 이곳 사람들은 강제 이주되었던 사람들인데, 꼬박꼬박 부과되는 변상금과 연체이자 때문에 큰 빚을 져 빠져 나올 수 없는 ‘섬’에 갇혀서 산다.

주민들의 어려움을 직접 대하는 강남구는 서울시에 “지금까지 체납한 체비지 변상금을 탕감하고, 앞으로 부과될 변상금 수준도 50% 낮추자”는 건의서를 보냈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대답은, “딱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특정 지역 주민들에 대한 특혜 시비 소지가 있어 곤란” 하단다.

특혜시비? 누가 시비를 건다고 잘라 말 하는가? 이 기사를 읽고는 학생 때 읽었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떠올랐다. 1970년대 쓰인 소설 속의 주제가 30여년의 시간을 넘어 2004년에 그대로 재현되다니 참으로 씁쓸하다. 또 몇 십 년이 흐른 후, 다시 오늘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영호의 형이 인쇄공장에서 우연히 이상한 노비 매매문서가 든 원고를 조판 하게 되었다. 매매문서 속에는 노비가 계속 대물림 되고 있었다.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 그들은 일도 충분히 했고 고생도 충분히 했다.

끝은 어디인가?

끝을 보고 싶어 난장이는 벽돌공장 높은 굴뚝 꼭대기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렸던 것인가! 영희가 몸을 팔아 눈물겹게 계고장과 표찰을 훔쳐 아파트 임대 신청서를 쓰고 있었던 그때 고단한 난장이는 벽돌 공장 굴뚝 속에 떨어져 죽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어디로 갔는가? 대기권을 벗어나지 못해 철저하게 중력의 법칙대로 땅으로, 땅으로 떨어졌는가? 빈부의 법이 사람들을 밑으로, 밑으로 끌어내리듯 말이다.

이 소설은 나(영희의 큰 오빠), 영호, 영희 세 사람의 관점에서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각 부분에서 내 마음에 가장 크게 와 닿은 대목을 순서대로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공부를 하지 않고는 우리 구역에서 벗어 날 수 없고, 세상은 공부를 한 자와 못한 자로 너무나 엄격하게 나누어져 있다.”

“경찰의 곤봉만이 폭력이 아니고 젖먹이 아이들의 굶주림을 내버려 두는 것도 폭력이다,”

“어머니는 주머니가 없는 옷을 우리들에게 입혔다.”

세대를 연 잇는 가난을 어떻게 중단시킬 수 있을까? 위에 옮겨 적은 이야기들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남의 일로 생각하지 않고 작은 고민들을 키워 갔으면 좋겠다. 가슴 뭉클하게 와 닿았던 것을 밑천 삼아서 말이다.

(조세희작, 1978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출간했던 것을 2000년 이성과 힘에서 다시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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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두렵지 않아요

프렌체스코 다다모 지음, 이현경 옮김, 노희성 그림

 

여름방학이다. 우리 앞에 놓인 많은 시간들을 유익하게 보내려면 어떻게 할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책읽기’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책 보다는 인터넷에서 쉽게 원하는 정보를 찾고 즐긴다. 딱딱하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책읽기’는 자연스레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꾸준히 책을 추천해 보면 책과 점점 가까워질 수 있다고 한겨레신문의 한 기사는 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광장’이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같은 책은 잘 읽지 못하지만 비슷한 주제를 다룬 ‘불놀이’나 ‘전태일 평전’은 잘 읽는다. 관념적인 언어로 된 책을 요즘 아이들이 잘 소화하지 못하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형태로 된 책을 권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참고할만한 책들을 ‘책따세’에서 옮겨 실어본다.

중학교

중1부터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바람의아이들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화산 이야기

미래M&B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새소리 백 가지

현암사

난 두렵지 않아요

중앙M&B

상상력 먹고 이야기 똥 싸기

낮은산

고딕 성당

한길사

중2부터

내일로 희망을 나르는 사람들

이학사

십자군이야기

길찾기

딱정벌레의 왕국의 여행자

사이언스북스

소녀의 마음

양철북

중3부터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보리

5교시 국사시간

역사넷

부자 엄마 부자 딸

이유책

뽀뽀상자

문학동네

플라이 대디 플라이

북폴리오

고등학교

고1부터

니가 뭔데

청어

들풀들이 들려주는 위대한 백성이야기 1,2

부키

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것들

다빈치

권력과 테러

양철북

발견하는 즐거움

승산

아톰으로 이루어진 세상

생각의 나무

파브르 평전

청년사

고2부터

휴전선의 무지개

문학과지성사

백기완의 통일 이야기

청년사

헌법의 풍경

교양인

사고뭉치 아인슈타인 엘리베이터를 타다

에피소드

멍청한 백인들

나무와숲

과학자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지식의 풍경

엉클텅스텐

바다출판사

판스워스 교수의 생물학 강의

도솔

고3부터

책 읽어주는 남자

명진출판

과학 우리시대의 교양

세종서적

책따세 홈페이지 www.readread.co.kr

 

위의 추천 도서 중 ‘난 두렵지 않아요’는 파키스탄에서 기계처럼, 쇠사슬에 묶여 일하는 카펫 짜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로 그 속에서 희망과 자유를 찾으려 애썼던 이크발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고단한 아이들의 삶이 끝도 없이 무감각하게 이어지고, 가족의 빚 때문에 공장으로 팔려 온 아이들이 해만 뜨면 일을 시작해야 했던 이크발과 아이들의 외침을 책 속에서 들어보면 좋겠다.

공부의 무게에 버거워 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같은 나이에 가난에 찌들어 노예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비참함도 느껴보았으면 한다. 그래야 그저 출세하기 위해 필요하다니까 막연히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무엇으로 채워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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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딱지

책의 마지막 쪽을 덮을 때, 투명한 수채화를 본 듯한 맑음이 맘속에 풋풋하게 흘러 넘쳤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깡딱지’가 뭘까 했더니 인우, 한수 그리고 대희의 햇살 받아 빛나는 우정의 표시였다. 물리적으로 설명한다면 그 깡딱지는 보잘 것 없는 병뚜껑으로 만든 것에 불과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다음의 ‘깡딱지’는 세 친구의 따뜻함과 의리로 빛나는 보석임을 알 수 있다.

 

깡딱지 만드는 방법을 인우에게 알려주는 한수의 맘은 어둡고 칙칙한 자신의 처지를 잊고 마냥 들뜬다.

“뭐야, 이 소리?”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한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기차 오는 소리.”

철길 주위에는 기차바퀴에 깔려 빳빳하게 펴진 병뚜껑들이 자갈 사이에서 빛나고 있었다.

 

친구! 얼마나 좋은 말인지. 학교와 학원, 집을 맴도는 요새 아이들에게도 군고구마 속 살 같은 따끈한 정이 묻어나오는 친구가 있는지?

큰 글씨로 써졌고 빛과 그림자를 조화롭게 그린 그림이 있어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도 권할만하다. 물론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이야기 줄거리를 머릿속에 그려가며 잔잔하게 감상해도 좋다. 빡빡한 시간을 채우고 있는 아저씨나 아주머니에게도 아득한 지난 추억 속의 친구얼굴을 떠올릴 수 있어 좋다.

초등학교 3-4학년을 위해 강무홍이 쓰고 양혜원이 삽화를 그림, 153쪽, 사계절출판사

그리운 매화향기

 

4월 20일자 신문 한 귀퉁이에 ‘매향리 사격장에 평화 박물관’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다. 마침 ‘시민의 도시’ 이번 판에 〈그리운 매화향기〉를 소개 하려고 한 터라 이 기사가 눈에 확 들어왔다.

기사는 “54년 동안 주한 미공군 전투기 폭격 연습장으로 사용되다 내년 8월 폐쇄되는 경기도 화성시 우정면 매항리 사격장에 ‘평화박물관’이 들어선다.”고 앙금 없이 감정 싣지 않고 밋밋하게 억울하고 가슴 아린 사실을 그냥 전하고 있다. 또, “농섬을 비롯한 사격장의 집중포화지역은 토양의 평균 납 농도가 우리나라 공장용지의 평균 납 농도보다 24배나 높을 정도로 포탄에 의한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상태이다."라고 녹색연합은 전한다.

매향리 사람들은 자신들이 평화롭게 농사짓고, 고기 잡고 미역과 굴을 땄던 마을에 어느 날 들어와 아무 말도 없이 울타리 치고 총알 퍼붓는 미군들의 행동이 어이없었다. 날마다 찢어지는 비행기 소리와 총탄을 쏘는 소리 그리고 포탄이 아이 가진 아주머니의 등을 그대로 뚫고 지나간 사건, 건강하게 놀던 아이가 불발탄에 한 쪽 눈을 잃게 된 사건을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이 모두가 뼈저린 분단의 아픔으로부터 시작된 일이 아니겠는가? 분단이 미군의 주둔을 정당화시켜주는 논리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읽으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도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어린친구들이 ‘매향 마을이야기’가 어른의 일이거나 남의 일이라고 지나치지 말고 관심 있게 보았으면 좋겠다.

장주식 글, 김병하 그림, 한겨레아이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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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아내가 우리 아이들을 키우며 아이들에 앞서 읽고
아이들에게 읽게했던 책들 중 일부에 대해 아주 짧게 소개 글을 써
"시민의 도시"에 연재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연재글 코너 이름은 "작은 책 큰 세상"이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는 아내를 위해 그 글들을 이곳에 남겨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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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24년에 재 간행한 책

노대통령의 자살로 생긴 상처에 딱지가 생기기도 전에 들린 김대중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이 여름을 참 견디기 힘든 잔인한 계절로 만들었습니다. 가장 허전한 것은 내게 살아있는 대통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실감이었습니다. 비록 그분들이 현직에 있을 때 나는 그분들과 다른 가치관과 정책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마음으로 대통령임을 인정할 수 있었던 분들은 그들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잔인한 여름에 나는 예술작품을 소재로 삼은 소설과 여행기를 몇 권 읽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재일조선인 서경식교수가 쓴 [디아스포라 기행]입니다. [추방당한 자의 시선]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으로 <돌베개>에서 출판하였지요.

서경식 교수는 내가 오래 전부터 이름을 알고 있던 분입니다. 책속의 저자 소개를 보면 1951년에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와세다대학에서 프랑스문학을 전공했다고 합니다. 1995년에는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을 수상했고 마르코폴로 상을 받기도 한 작가로 현재는 도쿄 게이자이대학 교수로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그의 경력 때문이 아닙니다. 그가 한국어판 서문에 밝혔듯이, 대학을 졸업하면 조국인 한국으로 유학을 떠날 작정이었던 그는 60년대에 먼저 조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두 형이 70년대에 모두 정치범으로 한국 감옥에 투옥되는 바람에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두 형이 바로 군사독재의 대표적인 해외교포 희생자이자 한국현대사에 대표적인 양심수로 분류되는 서준식, 서승 형제였던 것입니다. 그 시절 그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의 민주화를 간절히 원했지만 믿지는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이런 배경을 가진 그가 세계 이곳저곳의 음악과 미술, 그리고 문학을 살펴보는 예술기행을 다녀온 기록입니다. 물론 단순한 예술기행으로 오해할 사람은 없겠지만 사족을 붙이자면, 일관된 주제는 바로 ‘디아스포라’입니다. 디아스포라란 원래 ‘흩어짐’을 의미하는 말인데, 구체적으로는 예수가 죽은 뒤 로마가 예루살렘을 완전히 정복하고 학살과 탄압에 나서자 죽음을 피해 세계 각지로 흩어진 유대인들을 말합니다. 따라서 현대적인 의미로 말한다면 자기의 땅에서 추방당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쯤 될 것입니다.

그는 세계 이곳저곳의 디아스포라들의 예술작품 감상이라는 형식을 빌려 그들의 역사적 배경이나 삶의 현실을 간단하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설명합니다. 그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자신의 처지를 예술에 담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외부의 폭력에 의해 강제로 그렇게 되었는지를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그리고 그런 글을 읽다가 문득 눈을 책에서 떼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대신 가슴으로 다시 책을 읽으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잘못된 지도자가 대중을 맹목적인 폭력배집단으로 만들어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몸서리치게 됩니다.

디아스포라라는 어원이 암시하듯이 많은 소재들이 유대인 디아스포라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야기의 시작과 끝 그리고 중간 중간 불쑥 재일조선인을 중심으로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그 예술을 소개함으로써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한국인 디아스포라에 대한 것임을 구태여 감추려 하지 않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인 디아스포라가 해외입양아까지 포함하여 60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습니다. 그것 때문에 이 책을 너무 감상적으로 읽는다는 비난을 받는다 해도 말입니다. (2009.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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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만남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는

단군의 자손이 아니다.

 

독재국가의 냄새가 아직 좀 남아있단들 어쩌랴.

우리도 그 긴 터널을 빠져나온 지 겨우 10년여.

어느 국가 정상들의 만남이 이보다 더 감격스러우랴

어느 형제간의 만남이 이보다 더 예절바르랴

 

오직 분단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긴 한숨을 가슴에 묻고 죽어간 사람들,

가슴이 속으로 썩어 문드러진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랴.

 

오직 통일이라는 말 한 마디에 긴 젊음을 어둠의 터널에서 보낸 자,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젊은이,

아 그리고 홧병에 내장을 다 태워버린 자,

또 어디 한 둘이던가?

 

우리 젊음의 긴 담보가 해제되는 날,

이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는

결단코 이 땅을 사랑하지 않는 자이다.

 

2000.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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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방법으로 고통을 겪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방법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셨던
그 분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지난 주 금요일,

오랫동안(1년 이상) 손가락 끝을 괴롭히던 정체 모를 바이러스에게 철퇴를 가했다.


미모?는 아닌(^^) 한 피부과 여의사와 공모하여 마취후 손가락 끝을 잘라내 버리고 레이져로 지져 버렸다.

물론 요 녀석이 다시는 날 괴롭히지 않기를 희망하면서...


그런데 끝에 5미리도 안되는 두께로 1-2센티쯤 잘라냈는데도

헉...

지독히 아팠다. ㅠㅠ


그리고 그 아픔 속에서 그들이 생각났다.

용산에서 불에 타 숨진 세입자들 말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나는 기독교인입니다. 그래서 내가 기독교인들의 장로대통령 만들기에 동의하지도 동참하지도 않았지만, 이 대통령과 정권이 저지르는 온갖 만행을 보며 진심으로, 눈물로 사죄드립니다. 다수의 국민이 오직 더 부자가 되겠다고 여러 부정 의혹에 쌓인 이를 경제대통령이라고 광분했던 시대, 그래서 기독교라는 이름이 헐값에 팔리는 시대를 사는 죄를 하나님 앞에 회개합니다.

7월 22일 오후 국회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소위 미디어법 파동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몸 개그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처음엔 팔목을 자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도박판에서 사기도박을 하다가 발각되면 팔목을 자른다지요? 투표종료 선언 후 재투표를 하는 것을 보고 말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내 회개의 눈물을 흘립니다.

사실 미디어법으로 불리는 언론관련 법들이 만들어지고 개정되는 이유는 원래 야당이나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장기집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의 진짜 목표는 소수 기득권층의 부의 확대와 지배력강화를 위한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그 과정에 장기집권이라는 떡고물을 챙기려고 조연을 하고 있을 따름이지요.

그동안 한국사회는 누구나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나름대로 멋진 나라였습니다. 그렇게 되는 데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몇 가지 장치가 있었습니다. 고교평준화를 통해서 특정 인맥이 모든 분야의 권력을 독식할 수 없었습니다. 의료보험제도는 많은 사람들의 삶이 질병 때문에 파괴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권력으로부터 비교적 독립된 공공방송이 사회의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교육, 의료 및 언론에서 최소한의 그물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이 정부는 이 모든 분야에 자본을 들이 밀고 있습니다. 다양한 이름의 귀족학교를 통해 자신들만의 이익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영리병원의 설립과 의료보험민영화를 추진 중입니다. 그동안 남아 있던 영역도 자본이 지배하게 함으로써 사회의 모든 체제가 오직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에 종사하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일반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을 막기 위해 언론을 자본에 넘긴 것입니다. 권력으로 언론을 장악하는 시대는 끝났기 때문에 그 역할을 자본에게 맡겨 그들 스스로 알아서 통제하게하고 대신 장기집권이라는 떡고물을 상납 받는 것이지요.

스스로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지도자 여러분이 이 사실을 모르고 현 정권의 행동에 동참하는 것이라면 우리 주님이 말씀하셨던,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는’ 꼴입니다. 만약 알고도 동참하고 있다면 ‘바알신상에 입을 맞추는’ 것입니다. 이는 고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심판으로 망했던 이유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자신 뿐 아니라 나라를 망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대신 두려움에 떨며 회개를 말합니다.

정말 오랫동안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회의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리고 겨우 힘을 내 쓴 글입니다.

요즘 이 나라 돌아가는 꼴이 참 한심해서 이젠 웃음도 나오지 않습니다. 지난 6월 29일엔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자신의 임기 중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미 ‘4대강 죽이기’라나 뭐라나 하는 이상한 이름으로 간판만 바꿔달고 시작한 마당에 옛 간판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겠지요. 그래서 죽이기와 살리기, 친환경개발과 환경파괴, 녹색성장과 재생불가능이 동의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사실 임기 내내 어디 이런 억지와 고집과 눈속임이 단 하루라도 없었던 적이 있나요? 노대통령의 서거과정은 물론이고 대낮에 테러를 자행하는 민병대 수준의 친위 조직들이 활개를 칩니다. 용산참사와 같은 사건이 어디 처음 있는 일입니까 마는 그러나 이런 학살의 선봉에 경찰이 섰다는 것은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일입니다.

전교조 성명을 놓고 정치적인 판단을 한 교과부가 오히려 교사들을 정치적이라고 고발합니다. 정부와 검찰이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행위금지가 의미하는 바가 무언지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헌법과 법이 정한 것조차도 일단 고발하고 재판에 들어가면 판결이 나올 때쯤엔 이미 이 정권의 임기가 끝난다는 계산을 한 것이겠지요.

미디어법이나 KBS, MBC 탈취과정은 이 정부가 국민의 뜻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소수의 이익집단을 위해 내 맘대로 하겠다는 태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혁명정부는 민심을 얻기 위해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민을 위한 통치를 하는 제스처라도 하는데, 이쯤 되면 혁명정부도 아닌 식민지정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단 하루도 좋은 소식을 듣지 못하고 살다보니 모든 국민이 화병이 나서 죽을 지경이지요. 그런데, 사실 화병 나야 맞습니다. 이 정권도 국민투표를 거쳐 뽑았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투표를 했을까요? 우리 안에 더 잘 먹고 잘살겠다는 욕심이 경제살리기 CEO대통령 뽑아 놓은 것 아닙니까? 경제가 왜 죽는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말입니다.

이 정부가 저지를 횡포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아마 개헌이 될 것입니다. 친박진영의 협조만 얻으면 완벽한 독재가 가능한데, 현재까지 판도는 차기 대통령으로 박근혜가 독보적인 지지를 얻고 있어 대통령연임제 같은 것으로 거래하려고 할 것입니다.

한번 잘못 판단하여 투표에 임한 결과가 이런 참담한 현실로 우리에게 앙갚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투표가 중요합니다. 다음 선거에는 혁명적인 수준의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5년 동안 저질러 놓은 모든 사악한 조치들을 되돌려 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09.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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