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이 죽었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는 서민과 귀족의 대결에서 서민의 승리를 이끌어 감격을 주었던 사람이지요.
그러나 일부 정책에서 그 귀족들과 다를 바 없는 시각과 행동을 보여 깊은 좌절감을 주기도 했지요.
또 깨끗하고 정직한 정치를 외쳤지만 그 역시 완벽하지 못했다는 것이 밝혀져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어디 완벽한 사람이 있던가요.
오히려 다수의 국민들이 경제를 외치며 뽑아 놓아 경제를 말아먹고 있는 2MB 보다야
비교할 수도 없이 좋은 분이었지요.
2MB는 교회장로여서 그리고 대형교회들이 앞장서서 그를 칭송하고 있어서
어디가서 기독교인이라고 말도 못하게 되었으니 더욱 비교되어 날 부끄럽게 만드는데...
이젠 그가 그들이 그분을 죽음으로 몰았으니 더욱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그런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어이 없게도 나는 20여년전 6월 항쟁 중에 있었던 한 일을 기억하며
다음 주에 어떻게 수업을 해야할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6월 항쟁이 한창이던 때 나는 대학의 한 후배 여학생이 전경의 군화에 밟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모교에 강의를 하러 갔던 날 아침
학교 금잔디광장에서는 그 후배의 장례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강의실에 들렸더니
착하게도(?) 학생들은 수업을 듣겠다고 다 강의실에 있었지요.
나는 갑자기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소리쳤지요.
아 나쁜 놈들아 너희 친구가 죽었다.
설혹 그 친구의 생각과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 해도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로 장례식에는 참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 다 나가라.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까지 점심을 거른채 종로 바닥에 몇몇 학생들과 쭈구리고 앉아 노제를 지내기 위해
경찰과 대치해 있었지요.
나는 다음 주에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날처럼 학생들에게 분향을 하러 가라고 소리쳐야 할까요?
아니면 이미 이 나라는 자본가들이 점령했으니 꼬리 팍 내리고
취업을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공부나 하라고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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