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시작될 때,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는 다음 두 가지라고 생각했다. 이 문제는 그 때 갑자기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오래 누적된 생각의 결론이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1. 낮은 출생률
2. 고도 성장 불가

2번부터 거칠게 정리해보자

이미 한국경제는 과거와 같은 고도 성장이 불가능한 단계에 진입했다. 가난한 나라는 조금만 노력해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만 한국처럼 이미 충분히 성장한 나라는 조금만 성장해도 그 절대적인 증가량 규모는 가난한 나라의 10-20% 성장에 해당할 만큼 증가한다. 게다가 폐쇄경제에서 경제의 장기성장률은 인구증가율로 수렴한다. 인구증가율이 낮아지거나 아예 감소하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방향으로 이동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과거의 고도성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해먹고 싶은 자들이 계속 국민들을 속여온 것이다. MB가 대선에 777슬로건을 내세운게 대표적이다. 7%성장이라니…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물론 본인 재산은 그보다 훨씬 크게 늘렸을지도 모르겠다. 근본이 정치꾼(정치인이니 당연하고 사기꾼이라 해야 하나?)이다.

한국이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구조로는 수출밖에 없다. 무역의존도가 독일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계경제에서 무역비중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중국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중국시장을 놓치면 독일과 한국은 바로 곤두박질 쳐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종종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끌어다가 사용한다. 아래 그림은 미국의 지난 10년간 경제성장률이다. 코로나 이후 잠깐 갑자기 높아진 데이터만 반영하면 마치 높은 성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체로 2% 내외에 수렴한다. 2010년~2020년 미국의 인구증가율은 7.35%이다. 연간 0.7%쯤 되는데, 결국 진짜 경제성장은 1.3% 내외라는 뜻이다. 한국은 올해 성장률 1.5%로 예측되었다. 인구는 0.4% 감소할 것이다. 결국 내용상으로는 1.9%의 경제성장률이다. 여전히 미국보다 높다. 일본의 장기불황 중 일정 몫은 인구감소에 있다. 한국의 진짜 문제는 탈중국정책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더 끔찍한 장기불황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꾼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국민을 정신없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힌 노인들을 기반으로 하는 국힘은 말할 것도 없고, 문재인+민주당, 그리고 진보를 표방한 정치집단 중 어느 하나도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그림) 마국의 경제성장률 추이(출처: https://ko.tradingeconomics.com/united-states/gdp-growth-annual)

빌바오,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지만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던 아들이 종종 비정형성 건축의 상징이라고 말하던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이 있는 곳이다.(사진1 +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 나무위키 (namu.wiki) 참고) 이곳에 전시된 미술품보다 건물이 워낙 유명해서 내부 작품 관람에 큰 공을 들이지 않았다.(미술 까막눈이기도 하다^^). 미술관 건물을 안팎으로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입장료 값어치를 한다. 여행을 할 때는 가능한 그곳을 기억할 만한 기념품을 구입한다. 물론 그 나라의 명품 비슷한 것에는 눈도 돌리지 않아 큰 돈을 쓰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비싸게 주고 산(38유로) 미술관 전경을 담은 액자(사진2)가 내 책장의 한 칸을 차지했다. 

사진1: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 외관
사진2: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건진...

 
포드 모델A
호텔에 들어서니 로비에 1929년산 포드(Ford) 모델A 한 대가 전시되어 있다.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듯이 포드는 제조업(특히 자동차산업)에서 전설적인 인물이다. 20세기 들어와 유럽과 미국에는 많은 자동차 벤처기업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되었는데, 특히 미국에 더욱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생겨났다. 어떤 학자는 미국에 자동차회사가 1,500개쯤 세워졌다고 하고 또 다른 학자는 1,200개쯤 되었다고 했다. 내가 일일이 이름을 확인하면서(즉 기록이 남아있는) 조사한 자동차회사는 840여개쯤 된다. 물론 이 시기의 자동차회사는 전부 수공업생산방식으로 자동차를 만들었고, 그래서 1년에 수십대 이상 생산하는 회사는 없었다. 그러던 중 1910년경 테일러방식을 도입하여 대량생산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생겨났고, 이를 위해 부품의 표준화를 고민하는 기업들도 나타났다.
포드는 1913년에 이런 움직임의 완결판을 제시했다. 당시에 넘쳐나는 이민자들을 저임금노동자로 활용할 수 있는 테일러방식에 컨베이어를 결합시켜 최초로 대량생산방식이라는 것을 창안했던 것이다.  이게 얼마나 혁명적이었는가 하면, 이렇게 탄생한 모델T의 가격은 $950로 기존 자동차의 평균가격 $2,129에 비해 현저히 낮아서 눈부시게 팔려나갔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노동자임금을 획기적으로 높여주었다. 또 그 고임금 일자리를 소외된 계층(이민자, 여성, 전과자 등)에 제공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포드의  모델T를 20세기 최고의 제조품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포드는 자신이 개발한 자동차에 모델A부터 차례대로 알파벳을 붙여나갔다. 그러니까 모델T는 20번째 개발한 모델인 셈이다.
문제는 워낙 인기가 있어서 모델T만 생산(단품종대량생산)한데서 발생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매했고, 길에 굴러다니는 자동차는 거의 모두 모델T 한가지였다. 포드에 짓눌려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던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똘똘 뭉친게 바로 지엠(GM)의 시작이었다. 지엠은 슬론이라는 경영의 천재를 영입해서 다품종대량생산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왔다. 갑자기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소비자들은 포드를 버리고 지엠으로 몰려갔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포드는 1927년 모델T를 단종하고 첫번째 모델이었던 모델A를 새롭게 설계해서 대량생산에 나서지만, 이미 대세는 기운 뒤였다.

사진3: 빌바오의 호텔 로비에서 발견한 포드 모델A 1929년 모델

 
바스크민족주의
빌바오에서 반드시 기억해야할 일의 하나는 바로 바스크민족주의 문제이다. 바스크지방은 프랑스나 스페인과 완전히 다른 언어와 문화를 지닌 독립된 지역이다. 19세기부터 독립된 국가를 만들고 싶어했지만, 위 아래에서 강대국이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여서 바스크의 독립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19세기는 물론 20세기 전반까지도 제국주의(식민주의)가 세계를 휩쓸고 있었다. 2차대전이 끝나고 바스크 민족주의자들은 독립을 위한 행동에 나선다. 이런 독립운동이 유럽의 관심을 받게된 것은 1959년 ETA(바스크민족해방운동)가 결성되어 군사투쟁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이들은 스페인 정부 인사들을 암살하기 시작했다. 이 전쟁은 1978년 스페인정부가 바스크를 자치주로 인정하면서 시들해졌다가, 2011년 ETA가 무장투쟁 종식을 선언하면서 끝났다. 자치주를 인정하는 것은 마오쩌둥의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바스크를 식민지로 가진 프랑스(북부 일부)와 스페인(대부분지역)은 물론이고, 아일랜드에서 유사한 학살 전쟁을 벌이던 영국과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지원하던 미국이 나서서 ET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바스크를 압박했다. 이렇듯 1960~1970년대는 약자들이 세계에서 다양한 테러를 벌였다. 일본의 적군파까지 테러리즘의 시대였다. 이런 테러의 근본 원인은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살던 곳을 식민지로 만들고 저항하면 무자비하게 학살했던데 있다. 1980년대 이후 이런 테러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그것은 사람 세상이 평화를 갈구하는 고상한 인문학적 성찰 때문이 아니고 군사력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만들어진 때문이다.
아무튼 이 전쟁은 스페인 내전, 국제사회와 정치적이념(좌우, 민족주의, 파시즘, 프랑코주의 등등) 등이 총동원되어 벌어진 군사적 정치적 충돌로, 단순히 테러라고 규정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많은 전쟁 현장이나 테러 현장, 그리고 학살 현장에서 힘을 장악한 자들은 압박받고 학살당한 자들을 단순하게 한가지 개념으로 규정하곤 한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오직 승자의 바램만을 반영한 것일 뿐 진실과는 거리가 있음을 발견할 때가 많다. 제주 43사태가 그렇고, 노근리 학살이 그러했다. 가깝게는 광주항쟁을 그렇게 규정하기도 했었다.

(사족: 사진4 ) 이런 발칙한(^^?) 무지개색 건물… 멋지다! 다양성의 압살은 바로 창의성의 압살이기도 하다.

사진4: 빌바오 시내의 한 건물. 창문이 무지개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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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장신대 차정식교수가 이끄는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여행에 신청해서 함께 하기로 했다. 일정이 너무 빡세서 여러번 고민했지만, 나름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 같았다. 인천을 출발해서 두바이를 거쳐 마드리드에 도착한 후, 다시 긴 시간을 육로로 이동해 빌바오에 도착했다. 첫날 부터 이번 여행이 얼마나 힘든 여정이 될지 암시하는 듯 했다.
도착 후 저녁식사 장소는 우리식으로 하면 기사식당 비슷한 곳이었다. 대륙을 운행하는 대형트럭들의 정비소가 밀집되어 있고 운전기사들이 잠을 자는 동네로 보였다. 우리네 기사식당이 그러듯이 지친 몸에도 식사는 맛있었다.
식당 내부에는 벽화가 가득 그려져 있었고, 흥미를 느낀 내가 벽화를 사진 찍자,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마당을 둘러 싼 담장에도 벽화가 가득 그려져 있었는데, 부천시만화진흥원이 공모했던 만화대회에서 1등을 했던 '윤석열차' 사건을 알고있는지 보여준 벽화는 바로 열차그림이었다. 물론 상징하는 내용은 달랐지만...
이렇게 시작부터 흥미진진하다.

윤석열차?
식당입구
실내 벽화;

극동아시아에서 시작하는 육지는 계속 서쪽으로 이어져 이곳 ‘까보 다 로카’에서 드디어 대서양을 만나면서 끝난다. 포르투갈에 있는 땅끝마을이다. 성서 속의 이야기, 요나가 야훼의 명을 거부하고 도망치려던 곳 다시스가 이곳이 아닐까? 잠시 막연한 추측을 해본다. 이곳에는 십자가를 위에 얹은 돌탑이 서있다. 거친 바다바람이 날리는 모래가 종아리를 때려 따끔거린다. 사진을 찍고 싶어 폰을 꺼내지만 바람에 몸을 가누기 어려워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뜻을 세우고 살아가지만, 그 길을 가기 위해서는 모진 바람과 시련을 이기면서 나아가지 않으면 방향을 잃게 마련이다. 끊임없이 내가 가는 길이 내 욕심이 아닌지 살펴보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정치인이 되는 것과 정치하는 삶은 일치하지 않을 수가 있다. 김문수나 이재오가 이미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대는 왜 같은 길을 가는가? 정치인은 내가 잘나서 가는 길이 아니다. 사람들이 그길로 가도록 선택해주기 때문에 가는 길이다. 사람들이 선택해주지 않으면 언제나 중단하고 정치하며 살아가야 한다. 최소한 자신의 과거 기여보다 더 큰 상처를 사람들에게 남겨주는 악마는 되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정치인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만이 아니다. 시의원도 지자체장도 모두 정치인들이다. 심지어 선거로 선택받는 조합장들도 정치인들이다. 반대로 우리 모두는 정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사회복지든 교육자든 무슨 일을 하든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거나 기여하는 일을 하며 살면 그게 바로 정치하는 것이다. 자기 밥벌이만 하면 정치인도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치자영업자일뿐.

세상에는 왕정국가도 많고 일당지배 국가도 적지않다. 흔히 일당지배국가라고 하면 쉽게 중국의 공산당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국가 중에도 있다. 그 대표가 일본이다. 물론 일본에는 많은 군소정당이 있다. 그러나 수구보수진영의 양대 정당이었던 자유당과 민주당의 야합(1955년)으로 탄생한 자유민주당(자민당)은 일본 국민들의 변화요구에 잠깐 정권을 놓은 것을 빼면 줄곧 정권을 놓지 않은 장기집권 정당이다. 풀뿌리 정치를 빼면 사실상 일당지배국가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1990년 위기에 몰린 군부 쿠데타세력은 당시 4개 정당으로 나뉜 정당체제 중에서 3개의 정당을 통합하여 민주자유당(민자당, 일본 자민당과 글자 순서만 다르다)을 출범시킨다. 일본식 영구집권 시도였다. 지금의 국민의힘의 원조이다. 그리고 당시에 홀로 남은 한 정당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다.

일본은 야합이 성공하였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에는 성공하는듯 했지만 결국 양당체제가 자리잡아 실패하였다. 한국 국민의 선택이 일본 국민과 달랐던 것이다.

한국에서 다시 이런 음모가 진행되는 듯 하다. 군부 대신 검찰이 국민의힘을 장악했고, 검찰정권이 장기집권을 획책하고 있다. 그 첫 단추가 불체포특권의 폐기이다. 검찰이 야당 의원을 체포하여 영원히 여당이 다수당인 국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의는 검찰이 변호사 이외의 직업을 가질 수 없도록 강제하는 특별법과 현재 검찰의 인적 청산이 이루어질 20년쯤 뒤에나 실천되도록 거론할 일이다. 지금 진행되는 이런 일은 한국에서 또 다시 민자당을 만들려는 음모일 수 있다. 기자들이 함께 음모의 주체가 되지 않길 바란다.

https://mnews.jtbc.co.kr/News/Article.aspx?news_id=NB12132131&mibextid=Zxz2c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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