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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경제

울산의 제조업이 아니라 한국의 경제 전체가 걱정이다

시사인 2024년 3/26일자의 커버스토리에 양승훈교수의 의견이 실렸다. 그는 사회학자여서 산업을 연구하는 나와는 다른 물에서 놀고 있지만, 아마 한번쯤은 어디선가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가 울산의 제조업에 대해 내놓은 걱정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제조업은 구상과 실행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구상과 실행이 분리되면, 양교수의 걱정처럼, 지방은 더욱 빠른 속도로 망가진다. 지금 한국이 그렇다. 미국은 실행에 해당하는 생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구상만 하면서 부가가치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애플이 미국에서는 설계만 하고 생산은 중국에서 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국가는 기업 덕분에 부자여도 국민은 가난한 이유이다. 그래서 미국이 IRA법이나 반도체관련 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아예 모든 가치사슬을 미국내에서 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마 하버드대학에서 출간한 피사노와 시의 저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이 책의 번역판이 국내에서도 출간되었다)
오래전 한국지엠이 연구소 부지를 물색할 때, 내가 무조건 군산에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은 수도권에서 이루어지고 노동만 남은 지방의 경제가 어렵고 청년인구가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때도 무식한 말을 하면서 내 말을 묵살했던 것은 지역의 언론과 정치권이었다.
다만 한 가지 더 고려할 점은, 기업가정신의 영향이다. 중국은 반도체도 자동차도 구상은 없고 실행만 가진 나라였다. 그러나 미국이 오금 저려하며 중국을 견제하게 만든 것은 실행의 축적을 통해 구상을 창조한 능력 때문이다.(이 부분은 이정동, 축적의 시간을 보기 바란다)
중국을 이렇게 만든 것은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기업을 일으켜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의 욕망과 정부의 정책지원이 실행의 축적을 통해 구상력을 창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애플은 중국을 생산기지로 이용하여 돈을 벌었지만, 동시에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같은 경쟁자를 탄생시키는데도 기여한 셈이다. 세계의 유수한 자동차회사들은 중국에서 돈을 버는데 성공했지만, 비야디, 지리자동차, 창안자동차, 둥펑자동차, 샤오펑, 웨이라이, 리샹 같은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들이 탄생하는 기반이 되었다. 요즘은 다들 EV는 중국이 앞서 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자율주행차이다. 중국 대륙에서 대형트럭들이 자율주행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위협이다.
그러나 요즘 중국의 창업학 교수들을 만나보면, 그런 중국도 점점 기업가정신이 사라져 걱정이라고 한다. 이미 부자가 된 중국 청년들도 우리 처럼 도전보다는 안주를 원한다고 한다. 한국은 어떤가? 구상기능이 수도권으로 이전했는데, 생산기반을 가진 지방에서 기업가정신이 발휘되어 생산기술 기반으로 새로운 구상력을 창조할 수있을까? 한국의 재벌체제가 이를 허용할리 만무하다. 그렇게 한국은 다시 유교가 나라를 갉아먹던 조선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시사인의 기사와 미국의 정책변화를 끌어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