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송광사라는 고찰이 있다. 보통 순천 송광사만 알겠지만... 1600년대에 세워진 고찰이다. 송광사지적비. 여러번 간 곳인데 이런 지적비가 있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다. 그런데 여기에 한국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총탄자국. 맞아 무진장으로, 그래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산악이 시작되는 곳이었지...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노블레스오블리주이며, 김문수나 진중권, 정성구 등 처럼 어느날 갑자기 돌변하여 우리를 당황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자기 점검이기도 하다.
1. 자신이 논문이나 책을 저술했거나 혹은 연구과제를 수행해본 주제에 대해서만 외부 강연을 한다. 이것은 학습으로 지식을 습득한게 아니라 그 주제에 대해 통찰력(insight)이 생겼다고 판단되는 주제만 발표한다는 뜻이다. 2. 자신의 생각을 글쓰기나 강연 등으로 소신껏 밝히고 살려면 적어도 자신이 주장하는 가치관에 부합한 일을 한두가지라도 실제로 실천하면서 살아야한다. 머리로 상상하는 것은 쉽지만 동시에 바뀌기도 쉽다. 특히 그런 일에 자신의 노동으로 번 돈이나 시간을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스도께서도 자신의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빚어진 여러 가지 문제들은 상당 부분은 불편함의 일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편함을 넘어서는 문제이면서 그 영향이 장기화되는 문제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경기침체일 것이다. 당장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비정규직의 해고가 심각하다. 한국의 통계는 확인되지 않지만, 미국은 올 3월 둘째주말 기준으로 실업자수 증가 폭이 2017년 허리케인 하비가 덮쳤을 때 일시적으로 증가한 실업자수에 육박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정부가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과정은 상당 부분 정형화되어 있다. 경기선행지표인 재고의 증가나 투자의 감소가 나타나면, 시차를 두고 경기동행지표인 소비의 감소와 생산활동의 부진이 나타난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정책수단을 마련하여 경기침체가 나타나는 것을 완화시킬 기회가 있다. 보통 이자율 인하를 통해 투자를 유인하는 정책을 사용한다.
문제는 이번 상황에서 이자율 인하정책이 적확하게 작동할 정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고증가와 투자감소라는 선행지표의 징조와 소비 및 생산 감소라는 동행지표의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서 전통적인 정책수단이 완벽하게 기능할 수 없다. 이자율 인하는 이자 부담이 늘어나 고통을 겪는 사업자들의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는 있지만 투자유인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선행지표 및 동행지표의 동반하락이라는 이 상황의 미래 불확실성 때문이다. 일상적인 경기후퇴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지금의 경기후퇴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어야 가능하다.
두 번째 문제는 바로 이 부분, 즉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종식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 있다. 중국과 한국의 질병확산과정을 보면, 두 나라의 대응 시기와 방법이 서로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4-5개월 정도의 순환을 거쳐 안정기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다른 국가들이다. 대응 시기는 중국처럼 늦었고, 대응방법은 한국의 방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선진국들이 4-5개월 이상의 순환을 따를 수밖에 없고 이는 코로나19 상황이 가을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서 겨울이 오면 결국 이 상황은 내년 여름이 되어야 비로소 정리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자율을 인하하면, 사내유보금이 많아서 현금흐름에 위기가 없을 것이 분명한, 일부 기업들의 선제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대다수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에게는 이자부담만 줄여주는 효과에 머무를 것이다. 다시 말해, 그 효과로 볼 때 경기활성화정책이 아니고 복지정책의 성격이 강하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법인세 감면을 시행하면, 기업들에게 늘어난 유동성을 내부에 비축하는 용도로 사용할 뿐이고 투자의 증가나 고용의 증가의 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낮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의 상황에 있다. 미국도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위기에 빠져서 국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 필요한 엄청난 자금은 보통 TB라고 부르는 재무성채권을 통해 조달할 것이다. 이 TB는 전통적으로 한중일 3국이 주요 구매국가였다. 그러나 이 한국과 중국이 미국보다 먼저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에 빠져 한마디로 내 코가 석자이다. 게다가 두 나라가 TB를 구입해서 미국에 유동성을 제공해도 이 유동성이 한국과 중국의 대미 수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무작정 여기에 동참 할 수는 없다. 최근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9개 국가와 서둘러 통화스왑협정을 맺은 것은 바로 이 부분 때문으로 생각된다. 즉 한국에 TB를 떠넘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재로서는 재난기본소득이라고 회자되는 저소득층 지원정책이 거의 유일한 정책수단으로 보인다. 이 정책이 갖는 의미는 긴급구호성격의 복지정책이면서 동시에 소비를 끌어내는 수요증대정책이다. 즉 선행지표의 악화에 대응하는 정책으로서 공공사업을 통해 돈을 지급하고 소비를 끌어내는 전통적인 정책의 변형이다. 다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사용할 수 없고 특히 일시적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실업의 문제를 모두 공공사업으로 대응하려면 전 국토를 다 뒤집어 놓아야 할 터이니, 직접 돈을 지급하여 이 특수한 위기를 대처해보자는 것이다.
다만 누구에게 어떻게 지급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아있다. 타이밍과 수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대상이 비정규직이지만 이들 중에서 해고된 사람이나 영향을 크게 받은 자영업자를 선별하여 지급하는 것은 그 시간과 선별비용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경남지사가 주장한 방안은 참고할 만하다. 모든 국민에게 신속히 지급하고 일정 기준 이상에게 지급된 기본소득은 세금으로 환수하면 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선별지급보다 기본소득의 취지에도 더 가깝다. 특히 기업들이 기본소득으로 지급한 금액만큼 임금을 삭감하는 부작용도 줄이려면 법인세 감면이 아니라 오히려 감면 특혜를 줄이고 더 철저히 거두어야 한다.
내 관심은 주로 미국과 일본에 편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미국의 민 낯을 보게되고 (주로 촘스키의 저술들에서 적나라하게 보았습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통해 일본은 큰 나라가 될 수 있는 리더십이 전혀 없는 나라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아 그리고 오히려 중국에서 그런 리더십을 발견했습니다.
그때까지 중국에 대한 관심은 주로 우리와의 무역을 통한 경제적 공생관계에 머물러 있었지요. 그러나 캐나다에서 읽었던 한 권의 책(제목이나 저자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을텐데... 지금 찾아보니 The Decline of the American Empire and the rise of China as a Global Power, Chuckman, 2007 이네요)이 중국을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가르쳐줬고, 이어서 이책(저자인 문정인교수는 직접 뵌 적은 한번뿐이지만 제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 분입니다)을 통해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송기균경제연구소? 경제나 연구소라는 단어를 사용하려면 통계를 살펴보고 글을 쓰는 기본을 갖추어야 한다.
"위 댓글에서 매우 정확하게 지적했듯이 "서민과 빈곤층의 세금을 뜯어서 건물주의 주머니로 넣어주는" 정책을 선거를 앞두고도 버젓이 실행하겠다는 집권당의 배짱이 놀랍다. “ 2013년 기준으로 빈민층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하위 20%는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서민에 해당하는 4분위 소득자의 조세율은 0.28%에 불과하다.(이상 김낙년교수 계산) 그러니까 임대료 삭감액의 50%를 보상해주는데 사용하는 조세는 최소한 서민과 빈민층이 낸 세금은 아니다.
“자영업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어 건물의 수요가 감소해서 임대료를 인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줄곧 오르기만 하던 임대료가 실로 몇 십년 만에 하락하자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해주겠다고 한다.” 지금의 자영업 하락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태도 역시 높은 임대료 문제에 집착하다가 빠진 함정이다. 지금은 코로나때문에 발생한 비상 상황이다. 한발 양보해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해도, 임대계약 기간 동안은 가게를 유지하려면 계약한 임대료를 내야 한다. 이분 말대로 자연스러운 상황이면 먼저 자영업자가 망해서 문을 닫아야 한다. 약자가 먼저 죽어야 임대료가 인하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동안 잘 해왔기 때문에 이 시기만 넘기면 되는 자영업자들도 이 시기에 임대료 부담으로 부도를 내게 되면 진짜 서민 자영업자들도 빈민층으로 전락한다.
자영업자에게는 기껏 이자율 인하의 혜택(이자율이 낮아서 별 동움이 안된다는)을 주면서 건물주의 호주머니에는 현금을 찔러준다고도 했다. 부럽다. 빚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0.1%만 낮아도 정신이 번뜩 든다. 내가 컨설팅해주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모두 임대료 1%를 낮추기 위해 사력을 다 한다. 게다가 차감해주는 반액은 세금감면으로 돌려주지만, 자영업자는 2배를 즉각 현금으로 혜택을 받는다. 또 반액을 보전 혜택을 받는 건물주는 먼저 인하를 해줘야만 한다.
정말 이런 말을 하고 싶으면, 오히려 마스크 등을 사재기해놓고 가격을 올리는 자들을 끝까지 추적해서 부당이득을 환수해 서민경제를 위해 사용하라고 요구하는게 낫다.
물론 임대료가 너무 높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도 있다. 그것은 그것대로 대응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비상상황에도 자영업자가 다 죽어나가야 가능한 임대료가 떨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이성적이지않다. 최소한 연구소라는 이름을 걸고 할 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