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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음악*사진&생각

세습적신분제: 우리 불만의 기원 / Caste: The Origin of Our Discontents

세습적신분제: 우리 불만의 기원
이사벨 윌커슨

Caste: The Origin of Our Discontents
Isabel Wilkerson

랜덤하우스 Random House:New York, 2020


이사벨이 2020년 여름에 신작으로 내놓은 이 책은 네덜란드계 캐나다 이민 2세인 나의 친구 데니스 드그루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을 읽고 알게 되었다. 데니스는 버지니아에 처음으로 아프리카 노예들을 실고 온 것이 바로 1619년 자신의 조상들이 전쟁노예를 실고 온 것이었음을 지적한 이 책의 주제는 인종차별주의라고 하면서, 그러나 작가는 인종차별주의를 깊이 들여다 본 후에 이를 인종차별주의 대신 세습적계급제(카스트)의 사례로 제시했다고 적었다.

그렇게, 그의 소개글을 읽으면서 주문한 책을 받아보니, 역사책 수준의 분량과 내 전문 분야가 아니어서 맞닥트린 낮선 단어들 때문에 반은 주눅이 든 채로 그리고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머릿말 성격의 글과 이어지는 제1장을 읽고 작가의 통찰에 감탄하면서 화두를 던지기 위해 소개한다.

그녀는 한 장의 사진을 소개하는 글로 책을 시작한다. 독일 제3제국시절 함부르크에서 히틀러에게 하일 히틀러를 외치는 군중 속에서 홀로 팔짱을 끼고 바라보는 한 사람. 란트메서라는 인물로 알려진 사람이다. 나찌 치하에서 유태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전체주의 정권을 유지하는 히틀러의 속성을 이미 간파한...

저자는 제1장 The Afterlife of Pathogens(병원균의 내세)에서는 두 개의 일을 소개한다. 하나는 1941년 전쟁 통에 죽어서 시베리아의 만년 동토에 묻혀있던 순록 2,500여 마리의 사체가 2016년 온난화로 지상에 드러나면서 독소(후에 탄저균으로 밝혀짐)가 인근 주민들을 원인불명의 질병으로 사망시켰던 사건을 소개 한다. 이어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에서 극성을 부리는 인종혐오범죄들에 대해 나열한다.

그렇다. 수십년 동안 동토에 갇혀서 사라진 줄 알았던 병원균이 온난화를 틈타서 다시 인간을 전염병의 공포 속에 몰아넣는 것처럼, 금세기에 사라진 줄 알았던 미움과 인종차별주의의 병원체도, 극한 상황에서 언제든 되살아나게 될 때까지, 잠자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와 힐러리가 붙었던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저속한 선거전략이 먹혀들었으며, 힐러리는 같은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오직 여자라는 이유로 다수의 백인들로부터 성노리개로 취급받았다고 지적한다.

유럽에 기원을 둔 백인이 역사적으로 지배적 다수를 차지한 미 공화국 초기부터 소리없는 지배구조에서 지배적인 계급(카스트)을 차지했다. 그리고 트럼프의 당선이 과거 남부연합국의 가치관을 가진자들에게 준 메시지는 인종차별과 여기에 기반한 테러(즉 구 질서)의 정당화였다.

그래서 마치 나찌 치하의 란트메서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의 많은 관찰자들은 트럼프의 당선이 민주주의의 종말과 미국의공화정에 대해 염려하게 만들었다. 지진의 전조가 있고 나서 산사태와 쓰나미 같은 본 지진이 발생하는 것처럼 이것은 인류에게 닥칠 지진의 전조이다.

그녀의 제1장 결론은 이렇다.

바라건데, 인류가 배운 것이 고대의 강건한 바이러스에 대해, 아마도, 항상 존재하는 위험에 대한 지식, 노출로부터 보호하기위한 주의, 바이러스의 생명력, 돌연변이 능력, 다시 깨어날 때까지의 생존과 동면에 대한 경각심이 그 무엇보다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감염에 대해서는, 어떤 바이러스라도, 아직까지는 어떤 방법으로도 섬멸할 수 없고, 오직 관리하고 미리 대응할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통찰력과 경계심, 이것들을 결코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지혜, 그들의 집요함을 결코 간과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아마 가장 효과적인 방어수단이었을 것입니다.

What humanity learned, one would hope, was that an ancient and hardy virus required perhaps more than anything, knowledge of its ever-present danger, caution to protect against exposure, and alertness to the power of its longevity, its ability to mutate, survive and hibernate until reawakened. It seemed these contagions could not be destroyed, not yet anyway, only managed and anticipated, as with any virus, and that foresight and vigilance, the wisdom of never taking them for granted, never underestimating their persistence, was perhaps the most effective antidote, fo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