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in China
Patrick McGee, 2025, SCRIBNER 출판

오랫동안 <파이낸셜 타임즈>에 애플 관련 보고서를 썼던 기자, [패트릭 맥기]가 최근 뉴욕에서 발간한 책이다. 어느 지인이 이 책에 대해 말한 것을 보고 성급하게 주문했으나 두번이나 배송이 지연된 끝에 받았다. 그만큼 미국 내에 주문한 독자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덕분에 그 사이 환율이 크게 낮아졌지만 비싸게 구입했다(^^;;). 이글은 전체 내용의 요약이 아니고 프롤로그에 대한 설명이다. 400쪽이 넘는 영어책을 요약하면서 읽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요약없이 그냥 읽을 생각이다.


1996년 다 망해가던 애플이 미국과 아일랜드, 싱가폴에 공장을 열었지만, 이듬해 애플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이 전략을 버리고 차례대로 한국, 대만, 멕시코, 웨일즈, 그리고 중국으로 생산 거점을 이전했다. 2009년부터는 거의 모든 생산이 중국에서 이루어졌다. 생산 거점 이전 지역을 선정한 기준은 ‘낮은 임금, 낮은 복지, 그리고 낮은 인권보호 수준’이었다. (애플은 1970년대 후반, 시작부터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불법체류자를 노동에 투입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애플이 획득한 핵심 노하우는 스스로는 전혀 제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세계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애플이 어떻게 중국을 거점으로 삼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회사의 미래를 무자비한 권위주의 국가와 불가분의 관계로 묶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보통 대만의 폭스콘이 중국에 투자하고 노동자 교육을 시킨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애플이 중국에서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을 교육했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는지를 나열하고 있는데, 이런 것을 통해 애플의 노하우가 중국에 넘겨졌다고 말한다. 소위 스필오버(Spill-over)이다.
아무튼 저자가 밝히는 이 책의 흐름 중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공급망을 구축한 회사인 애플이 어떻게 대부분의 운영을 단일 지역에 집중시키는 초보적이고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의 관점은 이렇다. 중국 공장들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인프라와 교육에 투자해 온 애플은 중국 정부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붉은 공급망(Red supply chain)"으로 알려진, 국가의 보조금을 받는 중국 기업들이 애플의 오랜 파트너인 미국, 대만, 일본 기업들을 희생시키면서 더 많은 주문을 따내고 아이폰의 “부동산”은 점점 더 중국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의 문제 중 하나는 현장의 작동원리에 대해 무지하다는 점이다. 공급망의 길이가 길어지면 그만큼 비용과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에 부품을 중국 내에서 공급받는 것은 저자의 생각과 반대로 현명한 선택이다.

애플은 전 세계에 약 1,500개의 협력사들을 갖고 있지만 생산의 90%가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베트남과 인도에서도 일부 조립이 이루어지지만 중국에 중심을 둔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아이폰 생산만 해도 중국 내 200개 생산 라인에서 하루 평균 3,330대를 생산하는데, 이는 연간 약 2억 5천만 대에 달한다고 한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모든 아이폰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업체들이 조립했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정치적 지원을 받는 중국 본토 업체들이 필요한 기술을 전수받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저자는 베이징의 전략이 대만의 "두뇌 유출"을 유도하고 필요한 모든 것을 학습한 후 "현금화"하여 장악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애플과 중국 간의 관계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해졌지만, 사업적 관계는 여전히 끊어질 수 없다. 매년 약 5억 개에 달하는 고급 제품을 출하하는 데 필요한 품질, 규모, 유연성의 적절한 조합을 제공하는 국가는 중국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애플 역시 세계 최대 중산층이 있는 중국에 대한 판매를 중단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애플이 중국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의 자본가들이 중국과 공생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이러한 문제 의식은 바이든 행정부가 수립한 ‘반도체특별법 CHIPS & Science Act)’이나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스필오버 효과는 뛰어난 기업이 있으면 그 주변에서 거래 관계를 통해 기술이나 노하우가 확산되는 것을 말하며,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에 폐쇄 경제가 아니라면 막을 방법이 없다. 아니 반대로 모든 나라가 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런 스필오버 효과를 노골적으로 추구하는 정책이다.

만약 그것이 싫으면 100% 수직계열사를 통해 모든 부품생산부터 조립까지 전체 과정을 스스로 해야만 한다. 당연히 가능하지 않고, 그런 기업은 바로 경쟁력을 잃어 도태된다. 애플이 처음에는 폭스콘을 가르쳤을지라도, 폭스콘의 제조기술이 없었다면 애플도 생존할 수 없었다. 물론 폭스콘은 중국이라는 저임금이고 인권보장이 허술한 나라가 없었다면 애플을 백업해줄 수 없었다. 결국 애플이 중국에 쏟아 부은 투자는 100배 1,000배의 수익이 되어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아래 사진은 슬로우뉴스의 한 조각이다.(슬로우뉴스는 이메일로 뉴스를 받아보는데, 주요 기사를 잘 요약하여 전달해준다. 바쁜 사람들이나 온라인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겪는 혼란을 줄여주는 좋은 매체이다.) 2001년에는 지멘스 미국에서 당시 내 대학 연봉의 세배를, 그리고 2016년에는 중국의 대학에서 내 연봉의 다섯배를 제안 받은 적이 있다. 2001년에는 아직 한국에서 내가 기여할 일이 많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2016년에는 퇴직 후에 가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퇴직의 기쁨을 포기할 수 없어 23년에 가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왜 중국으로 갈까? 이 질문에 대해 윤석열의 연구비 삭감만으로 퉁치면 본질에서 벗어나도 너무 벗어난다. 시작은 IMF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가 터지자 정부가 세출을 줄이기 위해 국가연구소들을 통폐합하고 연구원들을 해고했다. 한국에서 법대 선호현상은 매우 오래된 일이지만, 의대 선호현상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해고된 연구원들이 대학에 시간 강사로 유입되면서 자신의 자녀는 해고가 없는 의대로 보내기 위해 힘쓰기 시작했다. 기업의 연구원들도 마찬가지였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기업과 대학 사이에 교류가 활발했는데, 주로 연구원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실용연구를 대학에 와서 강의해주는 방식이었다. 이들 역시 기업에서 해고했다. 이유는 대학에 가서 자리잡으면 되지? 였다. 그렇게 70-80년대에 공학, 과학으로 몰려 갔던 인재들은 자녀들만은 의대로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당연히 의사가 되는 목적도 해고되지 않는 직업이라는 것이었다.

이걸 또 한쪽에서는 의사가 돈을 잘 벌어서 그렇다고 주장한다. 모든 부를 소수의 자본가에게 몰아주자는 말밖에 안된다. 마치 정규직노동자의 소득이 많다고 공격하면서 정작 비정규직을 늘리는 자들의 말과 같다. 연구자들을 천대해서 빚어진 일을 해결하기 위해 의사를 천대하자는게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공계기피현상은 연구비를 늘려서 해결해야 맞다. 이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연구자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대학이 이공계 연구자를 담고 있는 댐이 되어 나라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윤석열이 카르텔이라며 공격하던 연구비는 사실 많아서 문제가 아니라 적어서 문제였다. 우리 사회가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몰락해가는 것을 막을 유일한 수단이 국가 연구비였는데, 그걸 더 줄이겠다고 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을 만약 내가 들은 것만 공개해도세계적인 망신이 될 것이다. 이미 하바드대학과 칭화대학의 1년 예산이 서울대의 열배나 되는데 더 줄이겠다면 어쩌자는 건가?

중국의 시주석이 앞서 주석을 맡았던 두 사람과 달리 두번까지만 연임할 수 있다는 헌법조항을 삭제한다고 한다. 세계의 대부분의 언론보도는 ‘시황제’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약간의 비아냥이 포함된 반응이다.

그런데 그들과 다른 우리의 정치적 가치관을 앞세우지 않고 보면, 사실 내각제 하에서는 10년 이상 수상을 한사람이 더러 있다. 오늘날 캐나다를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의 하나로 만든 트뤼도(심지어 현재 수상인 트뤼도는 그의 아들이다) 수상을 비롯해서 2차대전 이후의 독일에도 몇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작업은 시주석의 생각을 읽는 일 아닐까 싶다. 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세시간 이상 낭독하여서 화제가 되었던 시주석의 연설문을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에서 번역하고 주석을 덧붙여 출판했다. 책제목은 “신시대”. 시주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국정철학을 읽는데 가장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가 새롭게 주장하고 있는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의 실체를 보는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 꼼꼼하게 중국이란 나라의 꿈과 실현 및 국가와 당의 가치, 인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족: 이 책의 많은 부분에서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하느라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그리고 연설문의 끝에서 발견한 이 대목은 평범한 진리이지만 동시에 우리 세대가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할 말이어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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