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은 슬로우뉴스의 한 조각이다.(슬로우뉴스는 이메일로 뉴스를 받아보는데, 주요 기사를 잘 요약하여 전달해준다. 바쁜 사람들이나 온라인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겪는 혼란을 줄여주는 좋은 매체이다.) 2001년에는 지멘스 미국에서 당시 내 대학 연봉의 세배를, 그리고 2016년에는 중국의 대학에서 내 연봉의 다섯배를 제안 받은 적이 있다. 2001년에는 아직 한국에서 내가 기여할 일이 많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2016년에는 퇴직 후에 가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퇴직의 기쁨을 포기할 수 없어 23년에 가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왜 중국으로 갈까? 이 질문에 대해 윤석열의 연구비 삭감만으로 퉁치면 본질에서 벗어나도 너무 벗어난다. 시작은 IMF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가 터지자 정부가 세출을 줄이기 위해 국가연구소들을 통폐합하고 연구원들을 해고했다. 한국에서 법대 선호현상은 매우 오래된 일이지만, 의대 선호현상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해고된 연구원들이 대학에 시간 강사로 유입되면서 자신의 자녀는 해고가 없는 의대로 보내기 위해 힘쓰기 시작했다. 기업의 연구원들도 마찬가지였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기업과 대학 사이에 교류가 활발했는데, 주로 연구원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실용연구를 대학에 와서 강의해주는 방식이었다. 이들 역시 기업에서 해고했다. 이유는 대학에 가서 자리잡으면 되지? 였다. 그렇게 70-80년대에 공학, 과학으로 몰려 갔던 인재들은 자녀들만은 의대로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당연히 의사가 되는 목적도 해고되지 않는 직업이라는 것이었다.
이걸 또 한쪽에서는 의사가 돈을 잘 벌어서 그렇다고 주장한다. 모든 부를 소수의 자본가에게 몰아주자는 말밖에 안된다. 마치 정규직노동자의 소득이 많다고 공격하면서 정작 비정규직을 늘리는 자들의 말과 같다. 연구자들을 천대해서 빚어진 일을 해결하기 위해 의사를 천대하자는게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공계기피현상은 연구비를 늘려서 해결해야 맞다. 이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연구자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대학이 이공계 연구자를 담고 있는 댐이 되어 나라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윤석열이 카르텔이라며 공격하던 연구비는 사실 많아서 문제가 아니라 적어서 문제였다. 우리 사회가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몰락해가는 것을 막을 유일한 수단이 국가 연구비였는데, 그걸 더 줄이겠다고 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을 만약 내가 들은 것만 공개해도세계적인 망신이 될 것이다. 이미 하바드대학과 칭화대학의 1년 예산이 서울대의 열배나 되는데 더 줄이겠다면 어쩌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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