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신앙을 만나려는 당신에게>, 신기열, 지우, 2025
성경의 기록은 대부분 신화이다. 우리가 성경을 읽는 것은 역사적 혹은 과학적 사실을 배우려는 게 아니고, 그 신화 속에 담긴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묵상하기 위해 읽는다. 나에게 이런 성경관이 만들어진 것은, 재수생 시절이다. 1978년, 유신정권 말기에 대학생들이 민주화투쟁을 하며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보면서 대입 공부만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교회에서 배우고 자란 하나님이 세상의 악에 대해 이렇게 무기력한 존재인가? 내가 들은 이야기들이 진짜 성경이 말하고 있는 것인가?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다. 특히 교회에서는 십일조나 성전건축헌금, 꿈의 사람 요셉, 혹은 출애굽의 기적 등을 설교하기 위해서만 사용하던 구역성경을 몰입해서 읽었다. 나의 지금 신앙관은 그때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스스로 ‘나는 뼛속까지 그리스도인이고, 다시 태어나도 그리스도인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책을 사둔 지 몇 달 지났지만, 며칠 전 폭염을 피해 도서관으로 피서를 가서 읽은 <새로운 신앙을 만나려는 당신에게>는 보기 드물게 좋은 신앙 입문서였다. 신학자들 중에는 더러 있지만, 한국 교회의 목사로서는 꺼내 놓고 말하기 어려운 신앙의 핵심주제들에 대해 저자의 진지한 고민을 드러낸 책이다. 이렇게 적으면 무척이나 진보적인 책으로 오해하겠지만, 그리고 많은 독자들이 내용을 읽으며 충격을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매우 보수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한국 교회가 성경을, 그리고 성경 속 신화를 우상화하고 그 우상화를 보수라고 착각하며 폭력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착시가 생기는 것이다.
저자는 총 여덟 가지 주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맨 처음 주제는 내가 1978년에 했던 것처럼 스스로 성경을 읽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어서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말의 의미, 죄, 하나님의 뜻, 구원과 하나님나라, 회개, 믿음, 그리고 죽음과 내세, 종말’을 다룬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 주제들이다.
이런 주제를 다루면서, 저자는 일관된 체제를 따르는데, 먼저 교회가 일반적으로 설명하는 방법들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런 설명들이 혹은 그런 이해가 빚어내는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작은 제안을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즉, 역사적이거나 신학적인 설명을 길게 하지 않아 독자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둘째는 저자의 지적우월성을 내세우며 독자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작은 제안’).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주제에 대한 고민이 사실은 본인이 겪었던 것(‘개인적인 이야기’)이라고 밝혀, 같은 의심을 하는 독자가 스스로 믿음이 적은 자라고 주눅들 필요가 없다고 다독여준다.
다만 신앙 여정을 시작하는 사람을 교회에서 말하는 초신자라는 의미로 본다면, 아마 너무 전문적인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여정을 시작한다’는 말은 스스로 진지하게 성경을 읽으며 고민을 시작한다는 뜻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이 책은 신앙의 본질을 소개하고 성찰하게 하는 좋은 책이다. 몇 권 더 주문해서 아이들과 몇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야겠다.
(사족)앞서 말했듯이 성경은 신화라는 형식을 빌어 구전되어오던 이야기를 제2성전기에 모아서 정리한 것이다. 제2성전기란 페르시아-오늘의 이란-가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던 유대인들을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내기 시작한 에스라, 느헤미야 등의 시대부터 예수님이 죽은 후 로마가 예루살렘을 멸망시킨 AD70년까지를 말한다. 그래서 많은 부분이 구전 신화를 기록한 것이어서 성경을 읽는 바람직한 태도는 언제 무슨 일(기적)이 있었는가 보다는 우리는 그 신화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읽어야 한다. 그리고 배울 내용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는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가?’ 이다. 그것이 삭개오가 주님을 만난 후에 가치관과 삶이 180도 달라졌던 회개를 우리도 경험하는 길이다. (202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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