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6년에 호주가 투발루 주민 280명을 호주에 전적으로 정착시키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투발루에는 약 10,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그중 4,000명 정도가 응모했다고 합니다. 추첨으로 선발된 사람은 호주에 도착 즉시 영주권이 부여되고 노동, 의료서비스, 교육받을 권리를 갖게 됩니다.
이 기사를 읽으며 꿈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전라북도가 이런 프로그램을 시행하면 좋겠다.’ 마침 이재명 정부이기도 하니 기회는 좋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기고 있어 더 이상 살기 어려운 그 땅의 사람들을 이전시켜 생존을 돕는 일이야말로 인권을 넘어 생명의 일입니다.
물론 따뜻한 바다에서 살던 사람들을 새로운 환경에 정착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그들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바다에 서서히 잠겨 몰살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유태인들이 저지르는 팔레스타인 인종청소를 지켜보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물론 엄청난 수고와 비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꿈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유학생의 한국 정착프로그램 도입을 주장했고, 비록 허접한 상태이지만 그런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마냥 꿈만은 아닌 듯합니다.
지구온난화가 산업화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래전 나사가 작성한 기온변동 그림을 보다가 전쟁을 메모해보았다. 온난화 조짐은 2차대전 때 이미 나타났었다. 다만 산업시설의 파괴 등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 이후 정상화 되었다가 베트남 전쟁 시기 부터 다시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챗지피티에게 물어보니 미국에서 아프간전쟁과 이라크 전쟁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을 추정한 적이 있었나보다. 전쟁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파괴력이 작았지만 이후 전쟁은 갈수록 많은 양과 파괴력(이산화탄소 배출도 비례한다)으로 발전(?)했다. 2차대전 당시의 배출량 증가는 상징적이다. 전쟁이 미국을 제외한 모든 산업국가를 파괴하여 산업이나 민간부문의 배출은 크게 줄었지만(1945년 이후 급격한 온도 하락이 이를 보여준다) 온난화는 더 심각해졌었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 제대로 된 분석을 보여주면 좋겠다. 전쟁은 직접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간접적으로 지구를 말살하는 범죄이다.
오랫동안 <파이낸셜 타임즈>에 애플 관련 보고서를 썼던 기자, [패트릭 맥기]가 최근 뉴욕에서 발간한 책이다. 어느 지인이 이 책에 대해 말한 것을 보고 성급하게 주문했으나 두번이나 배송이 지연된 끝에 받았다. 그만큼 미국 내에 주문한 독자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덕분에 그 사이 환율이 크게 낮아졌지만 비싸게 구입했다(^^;;). 이글은 전체 내용의 요약이 아니고 프롤로그에 대한 설명이다. 400쪽이 넘는 영어책을 요약하면서 읽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요약없이 그냥 읽을 생각이다.
1996년 다 망해가던 애플이 미국과 아일랜드, 싱가폴에 공장을 열었지만, 이듬해 애플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이 전략을 버리고 차례대로 한국, 대만, 멕시코, 웨일즈, 그리고 중국으로 생산 거점을 이전했다. 2009년부터는 거의 모든 생산이 중국에서 이루어졌다. 생산 거점 이전 지역을 선정한 기준은 ‘낮은 임금, 낮은 복지, 그리고 낮은 인권보호 수준’이었다. (애플은 1970년대 후반, 시작부터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불법체류자를 노동에 투입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애플이 획득한 핵심 노하우는 스스로는 전혀 제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세계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애플이 어떻게 중국을 거점으로 삼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회사의 미래를 무자비한 권위주의 국가와 불가분의 관계로 묶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보통 대만의 폭스콘이 중국에 투자하고 노동자 교육을 시킨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애플이 중국에서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을 교육했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는지를 나열하고 있는데, 이런 것을 통해 애플의 노하우가 중국에 넘겨졌다고 말한다. 소위 스필오버(Spill-over)이다. 아무튼 저자가 밝히는 이 책의 흐름 중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공급망을 구축한 회사인 애플이 어떻게 대부분의 운영을 단일 지역에 집중시키는 초보적이고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의 관점은 이렇다. 중국 공장들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인프라와 교육에 투자해 온 애플은 중국 정부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붉은 공급망(Red supply chain)"으로 알려진, 국가의 보조금을 받는 중국 기업들이 애플의 오랜 파트너인 미국, 대만, 일본 기업들을 희생시키면서 더 많은 주문을 따내고 아이폰의 “부동산”은 점점 더 중국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의 문제 중 하나는 현장의 작동원리에 대해 무지하다는 점이다. 공급망의 길이가 길어지면 그만큼 비용과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에 부품을 중국 내에서 공급받는 것은 저자의 생각과 반대로 현명한 선택이다.
애플은 전 세계에 약 1,500개의 협력사들을 갖고 있지만 생산의 90%가 중국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베트남과 인도에서도 일부 조립이 이루어지지만 중국에 중심을 둔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아이폰 생산만 해도 중국 내 200개 생산 라인에서 하루 평균 3,330대를 생산하는데, 이는 연간 약 2억 5천만 대에 달한다고 한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모든 아이폰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 업체들이 조립했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정치적 지원을 받는 중국 본토 업체들이 필요한 기술을 전수받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저자는 베이징의 전략이 대만의 "두뇌 유출"을 유도하고 필요한 모든 것을 학습한 후 "현금화"하여 장악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애플과 중국 간의 관계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해졌지만, 사업적 관계는 여전히 끊어질 수 없다. 매년 약 5억 개에 달하는 고급 제품을 출하하는 데 필요한 품질, 규모, 유연성의 적절한 조합을 제공하는 국가는 중국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애플 역시 세계 최대 중산층이 있는 중국에 대한 판매를 중단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애플이 중국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의 자본가들이 중국과 공생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이러한 문제 의식은 바이든 행정부가 수립한 ‘반도체특별법 CHIPS & Science Act)’이나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스필오버 효과는 뛰어난 기업이 있으면 그 주변에서 거래 관계를 통해 기술이나 노하우가 확산되는 것을 말하며,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에 폐쇄 경제가 아니라면 막을 방법이 없다. 아니 반대로 모든 나라가 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런 스필오버 효과를 노골적으로 추구하는 정책이다.
만약 그것이 싫으면 100% 수직계열사를 통해 모든 부품생산부터 조립까지 전체 과정을 스스로 해야만 한다. 당연히 가능하지 않고, 그런 기업은 바로 경쟁력을 잃어 도태된다. 애플이 처음에는 폭스콘을 가르쳤을지라도, 폭스콘의 제조기술이 없었다면 애플도 생존할 수 없었다. 물론 폭스콘은 중국이라는 저임금이고 인권보장이 허술한 나라가 없었다면 애플을 백업해줄 수 없었다. 결국 애플이 중국에 쏟아 부은 투자는 100배 1,000배의 수익이 되어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21대 대통령선거일, 2025년 6월 3일 아침부터 라벨의 볼레로를 듣는다. 조용히 시작해서 갈수록 휘몰아치며 음량을 높여가는 오케스트라. 생각없이 들으면 반복되는 멜로디가 무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휘몰아치는 연주는 세상의 많은 곳에서 우울한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희망의 음악이었다. 라벨의 볼레로가 사용된 두 개의 영화를 소개한다. https://alafaya.tistory.com/484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평화콘서트를 기획한다. 텔아비브에서는 모일 수 없어서 이탈리아로 옮겨가 연습을 한다. 갈등 속에서 겨우 겨우 나찌 부역자의 아들로 온갖 시련을 겪으며 살아온 지휘자 (위대한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에게 평화를 배우며 함께 연습하며 희망을 보던 그들에게 사건이 발생한다. 이스라엘 소녀와 팔레스타인 소년이 사랑에 빠지면서 자유로운 사랑을 찾아 탈출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경호대가 이들을 찾아 나서고, 중동상황에 길들여진 그들은 터무니없이 도망치다 교통사고로 소년이 죽는다.
그리고 평화 콘서트는 취소되고 귀국길에 오르는 단원들은 이탈리아의 공항에서 전광판의 뉴스를 보다가 대합실에서 취소된 평화 연주를 한다.
마지막 연주곡이 라벨의 볼레로이다. 거슴 벅찬 연주가 울려퍼진다. 영화제목 크레센도를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릴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볼레로는 시작부터 끝까지 크레센도로 연주하는 곡이니까. 평화를 찾아가는 길은 결코 빨리, 그리고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시민들의 과감하고도 중단없는 전진이 점점 크레센도로 휘몰아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보는 내내 가슴이 미어졌다. 평화의 가장 큰 적은 정치인들의 권력욕심이다.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정치인들이 선동하면, 언론이 충실한 개 노릇을 하며 역사를 휘저어 놓는다. 그리고 이게 가능한 것은 바로 우리 마음 역시 무언가에 쫓기듯 속아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영화내용이 아님)
크레센도. 우리는 평화를 향해 끊임 없이 크레센도로 전진하고 있는가?
(원래 2021년 7월 10일에 쓴 글인데, 2025년 6월 3일 21대 대통령선거일에 복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