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음악으로 극복한 차별, 디베르티멘토 (divertimento)

디베르티멘토: 희유곡(喜遊曲).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에 걸쳐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에서 특히 유행된 다악장의 곡이다.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경우는 격식에 치우친 음악이라기보다 오히려 마음 편히 들을 수 있는 음악 또는 오락적 요소가 짙은 음악으로, 궁정이나 귀족사회의 일종의 살롱음악에 가까웠다.(위키피디아)
아랍계 프랑스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쌍둥이 자매 중, 자히아는 어려서 부모와 함께 TV에서 시청했던 라벨의 볼레로를 들으면서 저절로 손을 흔든다. 영화 속에서 이들 자매는 비올라와 첼로를 배우는 고등학생이었다. 동생 페투마는 계속 첼리스트로 살아가지만, 언니 자히아는 세계에 몇명 안되는 여성지휘자의 길을 간다. 이들 자매는 파리 외곽의 스탱이라는 가난한 동네에 살았지만,  지휘와 첼로를 배우기 위해 파리의 명문 음악고등학교로 전학을 간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히아는 세가지 차별에 시달리며 좌절하게 된다. 처음 전학 갔을 때는 인종차별, 지휘자의 길을 시작했을 때는 성차별, 그리고 당연한 듯이 나타나는 빈부(혹은 출신성분)차별. 이런 차별 속에서도 즐겁게 자신의 길을 가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던 자히아는 끝내, 이런 차별이 복합적으로 자신이 만들어 가던 기회를 박탈하자 좌절하고 만다.
그러나 자신과 관계를 맺어왔던 주변 음악인들의 플래시몹.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연주되는 볼레로는 그를 다시 불러내어 이들을 지휘하게 만든다. 볼레로는 내가 학생시절부터 즐겨듣던 음악이다. 거의 똑 같은 리듬의 곡을 처음에는 음량이 작은 플루트로 시작해서, 점점 음량이 큰 악기가 추가되어 나중에는 웅장한 음악이 되는 이 곡을 듣다보면 언제나 가슴 벅찬 흥분을 느낀다. 
디베르티멘토는 자히아가 실제로 만든 오케스트라의 이름인데,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고 영화의 한 장면에서 그가 밝히는 포부에 등장한다.(자히아는 실존 인물이다) 또 영화 속에서는 그가 좋은 지휘선생님을 만나 사사받는다. 그리고 영화의 끝 장면의 볼레로 플래시몹에 잠깐 스쳐지나가는 한 알제리 출신 이민자 소녀가 손을 흔드는 장면. 또 다른 자히아의 잉태이자, 프랑스 사회에서 인종 및 성차별을 넘어 새로운 지휘자가 탄생할 것을 기원하는 암시이다.(알제리는 오랜 프랑스 식민지였고, 독립시위를 무산시키기 위해 프랑스가 고용한 용병에 의해 잔인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던 곳이다. 광주항쟁 이전에 뜻있는 지식인들은 알제리를 민간인 학살의 대명사로 사용했다가 광주항쟁이 벌어지면서 이제는 광주가 그런 대명사이다.)
클래식 연주를 듣게되는 것은 이 영화 시청이 주는 감동의 덤이다.
(8월. 전주독립영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