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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World!/평화로운 세상

중국의 보잉여객기 구매중단이 갖는 의미

2025년 4월 15일 국민일보 속보에 중국이 보잉여객기 인도중단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떴다. 물론 기자는 그 의미를 생각도 안해보고 쓴듯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경제 이슈로 갈등이 생기면, 중국이 미국을 달래는 수단은 거의 항상 보잉사의 여객기를 구매하는 것이었다. 보잉사는 만년 적자에 시달리지만, 미국의 군수산업에서 핵심기업이기 때문에 망하면 절대로 안되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국이 보잉여객기를 구매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미국을 달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보잉여객기를 구입함으로써 미국이 유일하게 압도적인 세계 1위인 군사력을 유지시켜주는 지원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정책의 배경으로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중국이 스스로 미국보다 더 강력한 국가가 되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군사적으로 미국을 자극할 생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는 중국이 자주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평화굴기, 즉 평화롭게 강대국이 되겠다는 것의 상징으로 미국의 군수업체인 보잉사를 유지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자국의 영토문제(대만, 홍콩 등)가 아니라면 간섭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미국 달래기이다.

그러나 관세전쟁이 생각보다 일찍 중국이 미국의 핵심 아킬레스건에 칼을 대게 만들었다. 미중 관세전쟁은 결국 미국의 몰락과 중국의 상승을 확실하게 만들고 그 시계의 회전속도까지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아무튼 다음 대통령이 누가되든 한국의 핵심 이익은 미중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대부분의 언론이 서방의 관점만를 반영해 트럼프 대 시진핑의 대결로 다루고 있지만, 이는 중국을 너무 모르는 관점이다.

중국은 개방 이후 집단지도체제를 해체한 적이 없다. 시진핑의 장기집권은 다른 나라들(특히 미국)의 절대권력과는 성격이 다르다. 지금 트럼프는 윤석열처럼 본인이 나서서 망나니짓을 하고 있고 보좌진(장관 포함)을 똑 같은 자들로 구성해서 함께 칼춤을 춘다. 누구도 막지 못할 뿐 아니라 두 나라의 공권력은 헌법이고 뭐고 없이 대통령이 시킨 짓을 수행한다.

반대로 시진핑은 절대권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국가운영은 집단지도체제(당은 물론이고 학자들을 포함하는)로 이루어진다. 아마 대부분 이상하게 느끼지 못하겠지만, 중국의 핵심 정책을 시진핑이 발표하는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모두 해당 부처에서 발표한다. 시진핑이 정책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주로 전인민대회에서 비전을 발표할 때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 발표문은 해당 분야 학회에서 제안하고 전문위원회가 검토한 후 다시 상무위원회의 승인을 거친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내가 관심을 갖는 산업정책은 매우 전략적이고 합리적이다. 정책이 발표되면, 이는 이미 다양한 문제들을 모두 검토했고, 그래서 비록 중국도 피해를 입지만 상대방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을 바라볼 때 장기집권이라는 겉만 보고 집단지도체제의 속을 파악하지 않으면 칼의 손잡이를 잡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날을 쥐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국민일보 속보 제목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가짜인 것으로 보인다. 관세전쟁으로 보잉 여객기 가격이 거의 2.5배 인상되어 구태여 구매 중단을 명령하지 않아도 중국 항공사들은 에어버스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속보] “中, 자국 항공사에 美보잉 항공기 인도 중단 명령”
https://v.daum.net/v/20250415174209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