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는 마카로니 웨스턴이라고도 하는 이탈리아 서부극을 보면서 학생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엔니오 마리꼬네를 사귀었다. 그의 음악은 우리에게 영화를 기억하는 수단이었고, 울고 웃고 심각해졌다가 낄낄거리게 만드는 장치였다. 서부극에서 그의 음악이 재치 발랄한 효과음악이었다면, 미션에서는 웅장한 교향곡이었다. 그의 음악세계는 넓고 깊게 발전했다.
아카데미는 철저히 그를 덮으려 했다. 여러 차례 음악상 후보에 올랐고 많은 영화인들이 그의 수상을 예상했지만, 결국 오스카상의 인종차별이 국제적인 문제가 될 때쯤 여섯번 만에 음악상을 받을 수 있었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고, 그의 스승과 동료 작곡가들에게 영화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정통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무시 당해 외로웠다고 한다. 말년에는 그들도 엔니오의 음악세계를 인정했다. 그러나 긴 시간을 힘들게 버텨온 후였다.
영화가 끝나고 스크립트가 다 올라가고서야 그의 천재성과 소위 정통이 아니어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 그리고 그의 뛰어난 음악에 푹 빠져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목이 잠겨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한 시대를 넘어 오랫동안 기억될 천재가 더 이상 우리 곁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202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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