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기적이다 (Life is a miracle), 웬델 베리, 박경미 옮김, 녹색 평론사
저자 웬델 베리는 미국의 뉴욕대학과 켄터키대학에서 잠시 교수 생활을 하다가 젊어서 조상때부터 농사를 짓던 켄터키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사는 농부이다. 그는 시인이자 소설가, 그리고 무엇보다 문명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I. 알지 못함
(상업적 유전자조작)
첫번째 장에서 저자는 상업적 유전자조작에 대해 강한 우려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이런 과학적 연구가 삶을 포기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세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을 인용하여, 아버지 글로스터가 자살하는 것을 원치않는 아들의 마음을 "삶을 포기하는 것은 변화와 구원의 가능성을 지나쳐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자살만이 생명을 포기하는 유일한 길은 아니다. "우리는 삶을 "안다고" 착각함으로 인해 ---(중략)--- 생명을 예측하거나 기계적으로 다루는 것이 가능하기라도 한듯이 행동함으로서 삶을 포기하기도"(15쪽)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전제 아래 저자는 상업적 유전자조작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밝힌다. 그는 기본적으로 유전자 복제가 사실 진화를 막는 반진화주의적 행태임을 밝힌다.
"양을 복제하는 것은 양을 개선시키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그것은 양의 족보에 쇠말뚝을 박고 더이상 진화하지못하게 막는 행위다."(16~17쪽)
마치 나찌 치하에서 우생학이 수많은 어린 생명들을 학살하는 근거가 되었던 것처럼, 유전자복제는 유전과학이 세상에 탄생시킨 괴물으로 변신할 가능성을 잔뜩 지닌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극단적인 산업화 혹은 자본화 때문이라고 믿는다. "지금 우리는 파괴함으로서'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극단적인 산업전쟁을 통해 똑같은 역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을 본다. --(중 략)--- 생명을 기적으로 대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생명을 버리는 것이다."(20쪽)
(환원주의 과학의 문제점)
환원주의(reductionism)란 모든 현상을 기본 입자의 결합으로 해석하는 사조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런 현상의 배후에 환원주의적 사고가 자리잡고 있음을 지적한다. 웬델에 따르면, 환원주의 과학은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21~23쪽)
ⓛ우리는 행동해야만 하는데, 우리가 아는 것에 근거해서 행동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가 아는 것이 불완전하다는 점이다.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신비는,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결코 무언가로 축소되거나 환원될 수 없을 것이다.
② 인간에게는 악이 존재하며, 그것은 늘 살아있는 가능성이라는 점이다. 언제나 악한 의도들이 원래 선한 의도로 시작되었던 수단들을 접수할 태세가 되어 있다. 예를 들어 한가지 확실한 악은 우리 자신이 만들 수 없는것, 가령 '생명'을 쉽게 파괴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만일 우리가 불완전한 지식을 오만하고 위험한 행동의 근거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을 문화적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지적인 학문 자체가 가공할 위험이 될 것이다."(23쪽)
그는 끝으로 자신이 과학이나 다른 지적 학문 분야의 폐기를 제안하는것이 아니라 그 기준과 목적의 변화를 제안하는 것이라며, "인간행동의 기준은 기술적인 능력이 아니라 지역과 공동체의 성격에 근거해야 한다. ---(중략)--- 우리는 인간적이고 생태적인 건강과 관련해서 규모와 의도의 타당성에 대해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24쪽)고 주장한다.
사회적 합의 혹은 통제가 없는 과학연구는 마치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강물에 독약을 푸는 행위처럼, 손쉽게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도로 시행되지만, 결국 강물과 사람들의 삶 자체를 위협하게 된다. 우리는 4대강을 살린다는 허무맹랑한 말로 전 국토를 망치는데 앞장 섰던 소위 공학자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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