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1달째 출석하고 있는 교회는 60여년 전 네덜란드 사람들이 이민 와서 세운 화란개혁교회 소속의 한 교회입니다. 단일민족교회에서 벗어나 캐나다교회가 되기 위해 다문화환경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내가 지금까지 본 유색인종은 다른 한국인 가정 하나(이민온지 12년 된)와 흑인 학생 한명 그리고 우리 가족이 전부입니다. 영어가 딸리는 나로서는 정말 힘든 결정을 한 것입니다. 한인교회가 여러 곳 있어서 그곳으로 가면 편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내게 두 종류의 교회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두가지 교회란 화란개혁교회(Christian Reformed Church)와 메노나이트교회(Mennonite Church)입니다. 19세기말 네덜란드를 대표하던 신학자였던 아브라함 카이퍼라는 분은 네덜란드의 수상이 되어 기독교 정신을 국가운영에 대대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카이퍼는 칼빈주의의 정통신학자라는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학생 때 그분이 쓴 칼빈주의에 관한 책을 읽었지만 사실 지금은 그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아무튼 화란개혁교회는 카이퍼를 통해 기독교정신의 국가적 구현에 대한 성공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내 직업 때문에 잘 알고 있는 사실 한 가지를 소개한다면 네덜란드는 모든 대학 교육을 국가 세금으로 실시하는 전통을 이미 19세기 말에 세웠습니다.
또 메노나이트교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기독교와 평화라고 하는 내 오래된 관심 때문입니다. 메노나이트들은 원래 유럽에서 종교개혁시기부터 종교적박해를 피해 여러번 이주를 반복해왔는데, 대부분 최후에는 미국에 정착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사는 동네에서 동쪽으로 가면 많은 메노나이트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독일사람들로 자기 조국이 1,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기독교인들이 전쟁을 일삼는 나라에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캐나다로 이민온 사람들입니다.
다른 민족교회에서 느끼는 점을 가끔 글로 써보고 싶습니다. 긴 이야기가 아닌 한국교회에서 보지 못했던 사소한 차이들을 소개하는 정도로 말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오늘 교회에서 실시한 유아세례식입니다. 유아세례를 주는데 목사님이 어린 아이들에게 나와서 함께 하자고 하니까 3-5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 나갑니다. 미리 약속하거나 정해놓은 아이들이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호기심에 나가서 함께 하는데 목사님은 아이들에게 세례수에 손을 담궈보라고 하고 물이 시원하냐고 묻는 등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잠시 노닥거리다가 세례를 줍니다. 아이들은 그 광경을 둘러서서 구경하고요.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도 아이들이 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하셨지만, 아이들이 교회의 친구로 자란다는 것입니다. 교회의 예식은 늘 심각하고 무겁습니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청소년이 되어 세상의 가벼움을 배우게 되면 자신을 억누른다고 생각하는 교회를 기피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교회의 거룩함이 외형적 형식적 무거움이 아닌 친근하고 호기심 자극하는 것이 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럴까요? 이들의 예배시간은 교인들이 많이 참여합니다. 성경봉독도 일반 교인이 하고, 대표기도하는 사람이 광고를 함께 합니다. 즉 교회 소식을 전한 후에 대표 기도하는 것이지요. 물론 이들은 장로, 권사, 안수집사와 같은 특정 직분자가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유아세례식에 앞에 나와서 함께 참여하며 자란 이들은 교회 안에서 자유로운 거룩함을 배웠기에 자기 차례가 되면 주저 없이 나와서 교회 소식을 전하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잘할 필요도 없고 형식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교회 소식을 전할 때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채 마치 친구들 모임에 나와서 '누구누구에게 이런 일이 있대. 관심갖고 기도하자.'라고 말하는 태도입니다.
심지어 오늘 대표 기도하던 사람은 써가지고 나온 기도문을 읽다가 그만 읽던 곳을 놓쳐서 잠시 머뭇거리며 계속 읽을 곳을 찾았는데, 그 사이에 Sorry라고 말합니다. 누구에게 미안한 것일까요? 물론 교인들에게 한 말일수도 있습니다만, 내게는 그 말이 하나님께 하는 말로 들렸습니다. '하나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써왔는데 그만 읽던 곳을 놓쳤습니다. 그러니 미안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실래요?'
또 다른 이야기도 하고 싶은 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사진은 바로 아이들이 둘러 선 유아세례 장면입니다. 가지고 있던 핸드폰으로 찍어 화질이 형편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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