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 윌로비교회에서 발견한 또 다른 특징은 교회 조직입니다. 한국에서 보아 왔던 권위적인 계급구조는 전혀 없습니다. 아니 교회 조직상 그런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교회는 등록교인이 500여명이 되자 그동안 두개의 지분교회(daughter church)를 세웠고, 또 다른 한 교회의 자립을 지원했는데, 여전히 600명 정도의 등록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기준으로는 큰 교회가 아닌지 모르겠으나, 무능한 교회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잘 나누어진 업무 분장과 협력체제
이 교회에는 카운슬(Counsil), 장로회, 그리고 집사회(물론 서리집사라는 제도는 없음)라는 3개의 봉사집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목사와 행정간사, 건물관리자 등 교회에서 급여를 받는 그룹(스태프, 이들은 servant leader, 즉 종된 지도자라는 개념으로 분류함)까지 총 4개의 그룹으로 구성됩니다. 이렇게 나눈 가장 큰 이유는 밑에서 설명할 목사의 역할과 리더십문제 때문이고, 현실적인 문제는 당회가 모든 일을 하기에는 업무량이 너무 과다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먼저 스태프는 대부분 풀타임근무자(전임근무자)가 아닙니다. 5명이 있는데 근무시간 기준으로 1.75명에 불과합니다. 이들은 일하는 시간을 정하고 매일 매일 처리할 일을 담당합니다. 예를 들어 주일학교담당 교역자는 주일날 주일학교를 책임지면서 주간에는 화요일에만 일합니다. 이들을 이끄는 사람은 우리 식으로 하면 담임교역자(lead pastor)입니다. 스태프의 역할은 교회의 사역을 위해 기도하고, 자원봉사자들을 훈련시키고 협력하여 사역이 원할하게 돌아가도록 교회를 세우는 일입니다. 왜 자원봉사자인지는 밑에서 다시 이야기 하겠습니다.
초기 이민사회에서는 영어가 가능한 고학력자가 목사뿐이었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이 모두 좋은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여건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두 가지 나쁜 유형의 교회들이 나타나 교회 안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보고 이들이 새롭게 도입한 교회조직이라고 합니다. 하나는 장기근속하게 된 목사가 교회의 전체 권한을 좌지우지하면서 독재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가 목사를 고용된 노동자로 취급하는 경우랍니다. 그래서 이들이 구상한 것이 바로 팀웍에 기초한 지금의 교회운영조직입니다.
카운슬은 우리의 당회와 비슷한 데, 교회의 비전을 정하고 하나님의 가정인 교회를 그 비전에 따라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카운슬은 교회의 방향과 정책을 윌로비교회의 비전과 가치에 합당하도록 정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주 설교자는 이교회의 담임교역자(lead pastor)이지만, 필요에 따라서 외부의 설교자를 초빙하는 일도 카운슬이 합니다. 주로 BC주나 미국의 워싱턴주, 캘리포니아주 등 비교적 가까운 지역의 신학대학 교수들을 초청하여 교인들이 수준 높은 신학적 성찰을 듣게 합니다. 이 카운슬에는 장로회, 그리고 집사회의 대표가 한사람씩 당연직으로 포함됩니다. 나머지 구성원은 장로회에 속하지 않은 다른 장로들(이들을 council elder라고 부릅니다)입니다. 또 담임교역자와 행정간사는 의결권 없는 회원으로 참석하여 조언하고 정보를 제공합니다.
목사님 좀 쉬게 하세요
장로회는 pastoral elder라고 부르는 장로들로 구성되는데 우리 말로는 목회 장로쯤 될 것 같습니다. 이들은 교인들의 신앙적인 지도를 담당하여 교인들을 직접 섬기는 사람들입니다. 심방과 교구관리 사역도 이들이 담당합니다. 이렇게 장로가 신앙적 지도자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목사는 설교준비나 또는 교육담당, 찬양담당 목사들 처럼 자기 소명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의 목사들은 교인 심방부터 교회 조직이나 직분 임명에 이르기까지 너무 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교인들에게 영적 양식을 먹이고 바른 신앙인으로 성숙시키기 위한 성경연구와 말씀 준비할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엉터리 설교나 남의 설교 표절하기 등 많은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성실한 목사들은 과로에 시달려 일찍 몸이 망가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교회처럼 장로가 심방 등 교인을 직접 섬기는 일에 봉사해 주면 목사도 쉴 시간이 생깁니다. 담임교역자가 다른 교회로 떠나거나 새 교역자가 부임하더라도 교인들을 신앙적으로 섬기는 일에 공백이 생기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집사회가 있습니다. 집사(deacon)는 교회의 행정 및 재정 업무를 총괄하는 관리 역할을 하고 구제사역을 담당합니다.
이 모든 직분에 성 차별 없이 양성이 비슷한 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스태프에서는 여성 비율이 더 높습니다. 만약 장로회나 집사회에서 어떤 사업을 하고 싶으면 카운슬에 허가신청을 하고 카운슬은 그 사업이 교회의 비전이나 나아갈 방향, 정책 등에 합당한지를 검토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합니다.
철저한 봉사직
이제 이런 봉사조직을 담당할 사람들을 어떻게 선출하는지를 설명할 차례입니다. 먼저 카운슬은 각 조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필요한 지를 결정합니다. 그 후 "우리에게 필요한 장로 혹은 집사가 각각 몇명이다. 봉사할 사람은 지원하라"고 광고합니다. 봉사할 사람이 지원서를 내면 6명의 심사자가 각 지원자를 인터뷰 합니다. 인터뷰는 주로 사명감이 있는지, 그리고 그 일을 담당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지 등을 확인합니다. 그래서 장로는 주로 시간 여유가 많은 퇴직한 사람들이 지원하고 집사는 좀 더 젊어서 역동적으로 일할 사람들이 지원 한다더군요. 이렇게 심사에 통과한 사람들을 카운슬에 보고하고, 공동의회에 상정하면 공동의회는 이들을 받아 들일지 여부만을 '예/아니오'로 결정합니다. 개인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지요.
임기는 3년이고, 일부 회원은 업무의 연속성 유지를 위해 카운슬에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임기를 연장시키기도 합니다. 또 개인 사정에 따라 임기 중 1, 2년 정도 휴직했다가 복직하기도 합니다. 임기가 정해 있기 때문에 철저한 봉사직입니다. 가끔 무리하게 지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2번 연속해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스스로 교회를 옮기기도 한답니다.
오늘 글에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마무리 말을 적지 않고 끝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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