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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꼬라지?/살면서 가끔...

「빠가야로」

「빠가야로」
-교육을 생각하며-

나는 중학생시절에 있었던 몇 가지 일들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기억들 중에서 하나를 이야기 하면서 교육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다.
2학년 때 한 반이었던 「빠가야로」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에 대한 일이다. 그 친구는 그 별명에 걸맞게(?) 전교생 720명 중에 715등 이내에 들어온 적이 없는 친구였다. 나하고는 짝이었기 때문에, 나는 학교 안에서 그 친구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3학년이 되면서 우리는 반이 달라졌다.
3학년이 되어 몇 달이 지난 뒤 그 친구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는 소문을 들었다. 나는 그 길로 그 친구의 집을 찾아갔다. 그는 자기도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도 담임선생님은 성적이 나쁘다고 매만 때린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친구를 달래서 다시 학교에 나오게 했다. 그리고 그는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던 모양이다. 시간이 흘러 다음 시험을 본 뒤에 그 친구가 자신의 노력 결과에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난생 처음으로 반에서 꼴찌를 면했다고 했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700등 이내에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며칠 후부터 그는 다시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내가 다시 그의 집을 찾았을 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성적이 발표된 날, 그는 다시 담임선생님께 걷기가 힘들만큼 죽도록 맞았단다. 성적이 나쁘다고…. 그가 학교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맛보았던 그 성취감은 성적순이라는 기준에 의해 무참히 잘려 나갔던 것이다. 나는 끝내 그 친구를 다시 학교에 나오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 경험은 30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도 내가 어떤 교육자로 살아야 하는가라고 스스로 물을 때마다 떠올리는 기억이다.
 
(2003년 어느 날, '시민의도시'에 실었던 글을 수정해서 옮겨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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