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 글을 썼듯이 윌러비교회의 난민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예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는 주일학교 어린이들에게 난민문제를 이야기하는 주였습니다.


역시 전에 말씀드렸듯이 이 교회는 장로와 집사가 모두 임기제여서 다 합해 20명 정도에 불과하여 직분자가 별로 없고 이름을 바로 부르는 이곳의 문화 특징 때문에 아무개 장로 등으로 부르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Jenny라고 하는 여성이 나와서 아이들을 모두 불러 모은 후에 그림 동화책을 읽어줍니다. 이분은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달란트가 있습니다. 


"Four Feet, Two Sandals"라는 책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의 난민촌에 사는 두 소녀가 각자 한짝씩의 샌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이좋게 서로 하루씩 번갈아가며 신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소녀 중 하나를 캐나다가 난민으로 받아주기로 해서 서로 헤어지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 동화를 통해 캐나다 아이들인 이 교회의 어린이들은 자기나라가 외국의 난민들을 받아주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또 그들을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무엇보다 그런 악조건에서도 우정을 나누는 아프가니스탄의 아이들의 모습에서 선하게 창조된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기들이 주인인 캐나다에서 함께 못 오고 남겨진 난민친구들을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함을 자연스럽게 느끼며 자라는 것입니다.


이런 교육은 월드비전(World Vision)의 난민돕기 물고기저금통과 식사 기도문과 같은 몇 가지 자료를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으로 실천을 함께 가르칩니다. 


한국은 국제난민에 대해 매우 인색한 나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먹고살만한 나라에서 이들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이들은 오갈데 없이 굶어 죽어야 합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북한 난민문제로도 골머리가 아픈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북한난민에 대해서도 그다지 우호적인 것은 아닙니다.

지금 한국 교회가 주일학교 교육을 통해 한국의 미래 모습을 바꾸는 일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닐까요? 더 이상 한국교회가 예수님이 말씀하신 유일한 계명인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서조차 비기독교인들만 못한 이 상황은 그만 끝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기부금의 70-80%가 기독교인들로부터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그 기부금의 사용방식이나 체계적인 지출 등에서 헛점이 많습니다. 게다가 교회가 체계적으로 이런 교육을 하지 않으면서 세상에 외치는 선지자 자격이 있는 것일까요?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곧 새 학년이 시작된다. 엄마나 아이들이나 올 해 새로운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 은근히 궁금할 때이다. 조커를 읽어보면 위베르 노엘 선생님 같은 멋진 분이 우리의 선생님이 되셨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로엘 선생님께서 선물로 주신 조커 중 몇 개를 소개한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친구를 초대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변덕 부리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아참, 조커는 원래 카드놀이 할 때 궁지에 빠지면 그것을 피해가기 위해 제멋대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인데, 적절한 기회에 쓰면 시간을 벌 수도 있고 어려움에서 나올 수도 있다.

노엘 선생님 반 아이들은 별난 배불뚝이선생님의 기발한 생각과 삶의 방법을 차츰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다. 하기 싫은 일을 무작정 하는 것도, 궁지에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아니다. 조커는 그것을 사용해서 그 상황을 돌아보는 여유를 준다. 주어진 대로 그저 시간 메우기에 힘이든 요즘의 우리들에게 삶이나 공부란 그저 무거운 짐으로 생각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새로운 조커를 만들어 능동적으로 살아가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들이 필요한 조커를 스스로 만들어 보면 좋겠다. 노엘선생님이 ‘자신을 기쁘게 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를 들고 쿠스쿠스 루아얄 식당으로 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이 읽어도 좋겠지만 특별히 지금 교단에 서 있는 선생님들이 읽어 보면 더 좋겠다. 아이들에게 선물(?)도 듬뿍 주고 조커도 같이 만들 수 있도록.

수지 모건스턴이 쓰고 미레유 달랑세가 그리고 김예령이 옮겼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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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오덕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하늘에서 별 하나가 뚝 하고 떨어진 느낌이었다. 우리말 우리글 살리기는 이제 어찌해야하나 참으로 걱정이 된다. 선생님께서는 늘 우리겨레의 얼과 말이 병들어 있는 것을 슬퍼하셨다. 어느 신문에서 선생님의 우리말 걱정에 대한 글이 있어 잠깐 옮겨본다.

‘신문이나 잡지에 나온 글, 방송에서 쓰는 말을 보면 참 답답하고 서글픕니다.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우리 겨레 말이 다 망가졌어요. 부모들부터 잘못된 말글을 배우고 자랐으니 아이들이 제대로 배울 수가 없습니다.’

하여 ‘이오덕 글 이야기’를 읽으면서 구체적으로 지적한 선생님의 글 보는 눈을 살펴보자.

이 책은 선생님께서 바라셨던 것처럼 올바르게 사람답게 슬기롭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봤으면 한다.

아이들의 글을 앞에 싣고 뒤에 선생님의 가르침을 적어 놓았는데 우리가 무심코 쓰는 일본식 말과 한자로 쓰지 않아도 될 말, 번역 투의 말을 고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좋은 글이란 구체적이고 이야기 하듯 쓰는 것이 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1994년에 책을 쓴 것이라 사뭇 촌스럽거나 시대에 뒤처진 느낌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책의 값어치는 그것을 뛰어 넘는다.

도서출판 산하에서 펴내고 이오덕 글, 황미 그림이다.

이상한 학교

윤태규 글, 김종도 그림, 한겨레아이들 출판사

 

이 책에는 이상한 학교, 이상한 상자, 이상한 일기, 이상한 심부름 등 온통 이상한 이야기만 실려 있습니다.

먼저 저자인 윤태규 선생님의 말을 빌리면,

“물은 강이나 바다에 있어야 하고, 나무는 산에 있어야하듯이 세상 모든 것에는 제자리가 있습니다. 봄이 온 뒤에는 여름이 오고, 밤이 지나면 낮이 오듯이 세상일에는 모두 반듯한 차례가 있습니다.”

이렇게 선생님이 말씀 하셨듯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뒤틀려 버린 세상이 자기자리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권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금도 이상한 학교가 아닌 방글초등학교가 늘어난 아이들의 수 때문에 교실을 더 짓고부터 조짐은 시작됩니다. 공교롭게 남관과 북관으로 나눠져 편 가르듯 학생들이 갈라지고 서로 싸우고, 탓하고, 분냅니다. 급기야 회양목으로 운동장을 금 긋습니다. 이런 외부 조건의 변화가 친한 친구 사이인 진호와 달태 사이의 틈을 벌려 놓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갈등과 어색함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한 그루 두 그루 회양목은 뽑혀집니다. 문제의 풀림은 바로 2학년 아이들에게 있었습니다. 남관과 북관 사이를 넘나들며 축구를 하던 아이들에게 회양목이 거추장스러워진 것입니다. 그래서 한 그루 두 그루 운동장 바깥으로 회양목이 옮겨 심어집니다.

이 상황을 우리나라 현실과 대응 시켜보고, 해결점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겁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여러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요즈음 우리 생활을 많이 돌아보게 합니다.

열두 가지 소리의 아주 특별한 동화

강원희외 글, 전필식, 김옥재 그림, 파랑새어린이 출판

 

12가지 소리가 제각기 사연을 가지고 책 속에서 튀어 나온다. 이제는 듣기 어려운 뻔~뻔! 뻔디기, 둥~둥! 동동 구리무~, 뚫어요~ 뚜우울어! 그리고 아직도 가끔 우리들의 귀에 들려오는 찹쌀떡, 메밀묵 사려~까지 열두 가지 소리가 아우성친다.

이 이야기들의 시간적 배경은 1950년에서 1970년대라, 점점 잊혀져가는 삶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이 책을 할아버지 할머니께 읽어 보시라고 권한다면, 아스라한 추억을 기억의 저편 속에서 꺼내서 책 속 이야기에 살을 붙여가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시리라. 물론 어떤 사람들은 가난한 시절 이야기가 낡고 칙칙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이야기 속의 사랑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따뜻한 미소를 띠게 한다.

옛날에 살았던 모습이 책 속 곳곳에 묻어 있어서 공부도 된다. 나 역시 ‘풀무의 노래’ 편에서는 풀무질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활활 불을 일구어 거푸집에서 붉은 쇳물을 만들어 낸 다음 구멍 난 양은솥을 때우고, 날이 무디어진 낫이나 호미를 쇠메로 두들기면 날이 번쩍 세워진다. 음력 유월에 잡은 통통한 새우를 가지고 소금과 새우의 양을 잘 배합시켜서 완전한 새우젓이 될 때 까지 서늘하게 온도를 맞춰야 맛 좋은 육젓이 된다는 사실도 배웠고, 찹쌀떡은 방금 쪄낸 찹쌀을 절구지에 넣고 쿵쿵 절구질을 한 다음 꺼낸 찰떡을 떡판에 올려놓고 홍두깨로 민 다음 하나씩 뚝 떼어서 동글동글 빚은 후 단팥을 푹 떠 넣고 하얀 전분을 묻혀 낸다는 것도 알았다.

지나간 것들이나 지금은 몰라도 사는데 불편하지 않은 것들을 새삼스럽게 알아보는 것이 뭐가 중요할까 싶지만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우리 생활 속에 녹아 있었던 것들과 그 안에 들어있는 애틋한 정을 느껴봤으면 해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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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를 위하여’

 

황석영 글, 이상권 그림 다림 출판사

 

이 책은 군에 입대한 동생에게 형이 쓰는 편지 형식으로 된 소설이다(단편소설집의 제목과도 같다). 저자는 형의 편지를 통 해 ‘진보의 의미와 사랑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미군 부대의 하우스 보이인 영래는, 몇몇 아이들과 패를 짜서 반 아이들의 행동에서부터 담임선생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해 버리는 전형적인 독재자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힘’ 싸움은 우리가 갈등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불의와의 대결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런데 글속의 병아리 선생님은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무서운 것에 대항하는 방법은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것임을 가르쳐 준다.

“애써 보지도 않고 덮어 놓고 무서워만 하면 비굴한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겁쟁이가 되어 끝내 무서움에서 놓여 날 수가 없는 거예요.”

우리는 살면서 작건 크건 간에 참으로 많이 망설이며 살아간다.

“하느냐? 마느냐?”

“이 상황에서는 용기를 내어야 하는데...”하면서도

“내가 뭘, 내가 말해 봤자...”

그러나 주인공인 ‘나’가 영래의 치사한 힘의 지배를 고립시키듯이 옳은 것은 끝내 밖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제 우리 모두 ‘아우를 위하여’를 읽어 보고 해야만 할 일이거든 지나치지 말자. 우리 어린 친구들이나 엄마, 아빠들도 ‘나쁜 일’에 무관심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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