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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친환경자동차

연료전지자동차는 언제쯤에나 구매할 수 있을까?

얼마 전 국내 굴지의 한 민간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 들렀다가 한 학생이 올린 질문 글을 보았다. 공해 하나 내뿜지 않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라는 게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며 언제쯤 그런 자동차를 살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언제부터서인가 정부까지 나서서 금방 수소경제시대가 올 것처럼 떠들고 있으니 청소년들이 허황된 희망을 품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이런 허구에 속으면 지금 당장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자각이 둔해져 오히려 환경오염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중간단계를 훌쩍 뛰어 넘어 먼저 먼 미래의 이야기를 해보자.

수소에너지는 수소를 직접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과 연료전지에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연료전지는 연료에 산화제를 섞고 촉매를 통해 전기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이다. 이때 연료로 수소를 사용하면 수소연료전지가 되는 것이며, 이 전기로 자동차를 굴리면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V)가 된다. 그러니까 FCV도 전기자동차(EV)의 일종이다.

 

 

그림1 현대자동차 홈페이지의 FCV소개: FCV에 대한 초보적인 이해에 도움이 될 내용들이 있다.

(http://www.hyundai-motor.com/)

 

 

현재 수소에너지를 사용하는 자동차로는 BMW가 1979년에 최초로 개발한 액체수소와 휘발유의 연료겸용 방식에 의해 수소를 직접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엔진자동차가 있다. 또 벤츠가 1994년 NECAR1(New Electric Car)이라고 하는 이름으로 처음 주행시키면서부터 널리 알려졌고 현재 NECAR5에 이르기까지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FCV가 있다.

FCV는 EV의 배터리가 갖는 문제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사실 EV는 배터리문제만 극복되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자동차이다. 배터리문제란 가볍고, 부피가 작고, 반영구적이며 값이 싼 배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무엇보다 충전시간이 짧아야 한다. FCV는 EV의 배터리 충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소만 공급해 주면 계속 전기가 생산되는 연료전지를 사용한다. 말은 간단하지만 이렇게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이 달라져야 한다. EV에는 필요 없는 연료저장용기, 연료공급 및 제어장치, 연료전지스택 제어 및 조절장치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결국 EV와 달리 현재의 내연기관자동차처럼 복잡한 장치에 연료전지까지 추가되는 매우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되 버린다. 그래서 현재는 버스나 SUV에만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2 2007서울모터쇼에 전시된 기아자동차의 FCV개념 모형


그림3 2007서울모터쇼에 전시된 BMW의 수소엔진자동차

그런데 수소경제라는 용어의 의미는 현재의 문명이 상당부분 석유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이를 수소로 대체하여 수소기반의 문명을 건설하자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천연수소는 천연가스에 조금 포함되어 있을 뿐 자연에는 대체에너지 자원으로 사용할 만큼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물을 전기분해하면 필요한 양만큼 얻을 수 있지만 그 때 얻은 수소의 에너지는 물을 만드는데 필요한 전력보다 적다. 또 전력을 얻는 과정에 CO2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천연가스나 나프타로부터 제조하는 게 현재까지의 현실이다. 그런데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제조하면 수소연료 1kcal당 0.39g의 CO2를 발생시킨다. 천연가스를 직접 태웠을 때의 CO2발생량 0.23g/kcal 보다 오히려 많다. 물론 수소를 연료전지차에 사용할 경우 전지의 효율이 높아 주행거리당 총 CO2발생량은 천연가스자동차보다 낮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CO2발생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수소를 직접 연료로 사용하면 배기가스에 NOx가 포함되고 효율이 휘발유차와 같아지기 때문에 합리적이지 않다. 따라서 수소가 확실한 대체에너지가 되려면 CO2의 발생이 적은 바이오매스 가스로부터 추출하거나 CO2발생이나 다른 문제가 적은 에너지원(자연에너지)을 사용한 물분해로 수소를 제조해야 할 것이다. 물분해 방법은 EV와 다시 효율성문제로 경쟁해야 한다. 그래서 현 단계에서 수소연료전지차나 수소엔진차는 그 자체의 어려움 보다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량의 수소를 얻는 기술의 장벽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



그림4 2007서울모터쇼에 전시된 현대자동차의 FCV 버스


수소 생산의 경제성이 해결되어도 수소보급을 위한 충전소설치가 또 문제이다. 수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볍고 끊는 점이 영하 260도일 정도로 불안정한 기체이다. 따라서 매우 안전한 수송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며, 일단 충전소에 공급된 수소를 저장하는데도 높은 비용과 위험을 동반하게 된다. 충전소에서 개별적으로 유휴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하면 수송의 문제는 생기지 않으나 저장과 자동차 충전을 위해 가압장치가 필요한데 가압비용만으로도 상상할 수 없는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수소경제 혹은 FCV는 여전히 가능성을 탐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아주 장기적인 과제이다.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할까? 정답은 ‘모른다’이다. 석유의 고갈 혹은 환경오염으로 지구가 종말을 고하는 시점이 오기 전에 해결해야 하는 여러 가지 대안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런 대안 중에는 지난 호에 소개한 EV가 있다. 어차피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환경에 부하를 주지 않는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 등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생산된 전기를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법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빠른 속도로 충전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인데, 이 문제 하나를 해결하는 것과 FCV의 보급을 위해 해결해야할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먼저 해결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내 생각에는 EV쪽이 훨씬 가능성이 큰 것 같다. (2007.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