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6시경 비행기로 여행길에 오르는 친구가족을 4시 30분쯤 일어나 보이시 공항에 태워다 주고 돌아와 주인 없는 집에서 늦잠을 자고 뒤늦게 친구집을 나서서 아이다호 주에서 볼만한 곳으로 이미 검색해 둔 트윈폴스(Twin Falls)와 크레이터스 오브 더 문(Craters of the Moon National Monument)를 목적지로 삼아 출발 했습니다.


여전히 프레어리 지역이어서 산은 황량한 모래산이고 분지에는 물과 나무가 있습니다. 트윈폴스는 스네이크강(Snake River)을 따라서 형성된 협곡(Canyon)에 있는 두 개의 폭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시의 이름입니다. 다음 날 알게 된 것이지만, 이 강은 옐로우스톤 아래에 붙어 있는 그랜드 티튼공원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곳의 하류인 셈이지요. 협곡 아래에는 그야말로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카약을 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또 이 협곡의 아래에는 사진을 올리지는 않습니다만 골프장이 있습니다. 이런 곳조차 골프장을 만들고 골프를 치는 것을 보니 이곳이 사막이 맞긴 맞나 봅니다. 4계절 물을 댈 수 있는 곳은 이곳 뿐일테니까요.



이 협곡을 건너는 다리가 유명한데, 이 도시의 초기 정착민으로 사막에 불과했던 이곳이 오늘날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 계기가 된 페린(Perrine)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따 페린 브릿지(Perrine Bridge)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 다리 난간에서 점프하여 페러글라이딩을 즐긴다고 합니다. 물론 미리 신청을 해야하지만. 사진은 페린의 동상과 페린 브릿지 전경입니다. 아들이 동상과 함께 손잡고 서있군요.^^




다리에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근처의 쇼핑몰에서 베트남 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쇼숀폭포(Shoshone Falls)로 이동하였습니다. 이 도시가 트윈폴스라는 이름을 얻게 만든 첫번째 폭포입니다. 이 폭포는 용암이 흘러내리다 벽처럼 웅장하게 서 있는 협곡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작은 나이아가라 폭포쯤 되 보이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곳을 서부의 나이아가라라고 한답니다. 


전망이 좋은 장소로 이동하는데 중간에 이렇게 암반이 구멍이 나서 천연의 다리가 만들어진 곳이 있습니다.(아래 사진 오른쪽) 폭포의 윗단에 작은 폭포는 자연 폭포가 아니고 발전을 위해 물을 채취하기 위한 수로입니다. 오른쪽 사진 중앙 윗 쪽부분에 하얀 색으로 갈퀴처럼 생긴 게 수력발전을 하고 난 물이 나오는 배수구입니다.



이곳에서 너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며 즐기는 바람에 크레이터스오브더문을 향한 출발이 늦어졌습니다. 나중에 후회했지만, 좀 더 일찍 적어도 두 시간은 더 빨리 움직였어야 그곳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바닥에 새겨 둔 이 글귀는 읽지않고 지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나누지 않는 소유에는 즐거움이 없다."




크레이터스오브더문은 오래 되지 않은 분화구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분출한 지 얼마 안되는 검은 용암석들과 화산재들이 잔뜩 쌓여 있고 용암석들과 화산으로 죽은 나무들이 갖가지 기묘한 형상을 하고 여기 저기 널려 있습니다. 크레이터오브더문이 가까워지자 주변이 검은 용암석만 가득한 삭막한 그렇지만 신비로운 땅으로 바뀝니다. 저세히 살펴보니 화산이 덮치자 그대로 용암과 함께 바위덩어리로 변한 듯한 거대한 고목이 그대로 땅위에 드러나 있습니다.(아래 사진 오른쪽)


 

크레이터오브더문에 들어서자 이미 사무실은 문을 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공원은 캠핑장이 있어서 문을 닫지 않지만, 입장료를 지불하고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가능한 빨리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공원에 들어서자 기묘하게 뒤틀린 나무들과 용암이 흘러내리다 굳어서 생긴 암반이 여기저기 갈려 용트림 하듯 널려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느 곳엔 화산재가 쌓여 생긴 봉우리들이 모여 있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또 작은 분화구들이 여기 저기 몰려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같은 종류의 자연현상이 가까이 모여 있다는 점입니다. 왜 그런지는 공부해야 알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길은 자연, 지질학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낯선 지형들을 계속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그러나, 생명이 살아있음을 발견합니다. 나중에 찾아봐야 이 식물의 정체를 알겠지만, 이런 황량한 화산잿더미 위에도 작은 식물이 온통 덮고 있습니다.(사진 오른쪽)  그리고 식물이 조금 넓게 자리 잡고 있는 곳에는 어김 없이 다람쥐가 왕 노릇합니다.(사진 왼쪽)



너무 늦었던 터라 이곳에서 긴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아쉽지만 숙소를 잡아놓은 아이다호폴스(Idahofalls)라는 곳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예약한 숙소에는 밤 9시가 넘어서 겨우 도착했습니다. 숙소 근처의 알버슨(Albertson, 미국의 식료잡화점 체인)에서 먹을거리를 사다가 가져간 한국음식과 함께 저녁식사를 마쳤습니다.  

자정을 2시간이나 넘긴 후에 겨우 친구집에 도착해서는 반겨주는 친구와 맥주를 한 잔 마시면서 반가운 마음을 나누고 나니 어느덧 4시가 되어버렸습니다. 뒤 늦게 잠자리에 드니 아침 10시가 되어 겨우 일어났습니다. 결국 아침을 친구 가족이 먹는 특별 건강식으로 간단히 먹고 다시 수다를 떨다가 오후 3시쯤 중국음식 뷔페를 먹으며 또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니 5시가 되어 갑니다.


친구는 우리가 오면 꼭 하겠다고 준비한 게 있다며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보이시를 관통하며 흐르는, 아니 보이시강 때문에 보이시가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보이시강에서 래프팅을 하자고 합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갔던 터라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채로 래프팅에 도전했습니다. 그 친구에겐 아들만 하나 있고, 나 역시 막내 아들만 데리고 온지라 남자 넷이서 낄낄 거리기도 하고 환호성도 지르면서 1시간 반 동안 고무 보트 위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엉뚱한 네명의 남자들은 누가 봐도 래프팅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이 나선 것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는데, 일가족으로 보이는 부부와 3명의 아이들과 탄 옆의 보트에서 30대 중반 쯤 되어보이는 백인 여성이 'Hey boys, watch out!'하고 소리를 칩니다. 우리는 강가의 바위에 부딪히기도 하고 물위로 낮게 드리운 나무가지와 전쟁을 하기도 하면서 계속 낄낄 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아무튼 두 남자는 아들들 덕분에 'boys'에 포함된 게 또 한번 신나서 더욱 낄낄 거리며 장난을 멈추지 않습니다. 물론 늘씬한 미녀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래프팅하는 보트들이 여기 저기 눈에 보입니다.


이 래프팅 코스는 사실 우리가 영화나 TV에서 보는 것 같은 난이도 높은 곳은 아니고 그저 고무 보트 타고 느긋하게 흘러 내려가는 강물에 몸을 의지하고 있다가 이따끔씩 나타나는 약간의 급류나 단차가 있는 암반지역을 통과하는 수준입니다. 


코스는 보이시강을 끼고 있는 Barber Park에서 시작해서 역시 보이시강가의 Ann Morrison Park에 이르는 7-8마일쯤 되는 구간입니다.  Ann Morrison Park은 보이시대학과 보이시 다운타운 인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막(초원이라는 의미의 prairie) 가운데 있는 도시여서 숨막히게 더웠으나(당일의 기온은 확인하지 못했고 그 전날 오후 4시 기온이 41도였습니다) 강물을 따라서 내려가는 우리는 시원했을 뿐 아니라 강물은 발을 담그고 가기 힘들 정도로 차가웠습니다. 강물의 기원이 록키산맥의 눈과 얼음이 녹아서 흘러온 물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지요.


이렇게 친구와 즐거운 해후를 즐긴 하루는 저녁식사를 인근 공원에서 삽겹살 파티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미국의 공원에는 바비큐 시설 뿐 아니라 전기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바비큐파티에는 그만이지요.


사진은 Ann Morrison Park에서 아내가 핸드폰의 카메라로 찍은 우리 일행 사진입니다.



올 한해 내가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은 사실 성경을 읽으면서 조용히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산다는 것이 늘 그렇게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쉰다고 하는 여행이 사실 육체적으로는 더욱 피곤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북미에 살 기회가 생긴다면 해봐야 한다고 추천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가 바로 자동차여행입니다. 물론 여러가지 측면에서 보면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여행이 가지는 장점이 많습니다만, 내가 스스로 여행계획을 세우고 템포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여행은 또 다른 장점을 가집니다. 


내가 올해 밴쿠버에서 살게 되면서 해보고 싶었던 자동차여행 코스는 캐나디안 록키였습니다만, 한국에서 아이들이 오면 같이 하기로 약속한 터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아이다호주의 보이시에 사는 친구와 의기투합이 되어 미국의 서부에서 중서부를 지나는 긴 여행을 해보려고 계획 세웠습니다. 그러나 비용과 시간을 감당할 수 없어서 친구 가족은 여행사 패키지 여행을 떠나고 우리는 옐로우스톤만을 목적지로 삼아 6박 7일의 긴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아들이 학교에서 볼일이 끝난 뒤에 출발했기 때문에 보이시까지 1000킬로가 넘는 길을 하루에 갈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친구가족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보이시에 도착해야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하루만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보통 하루에 운전하기 적당한 거리는 800킬로쯤 된다고 합니다.


캐나다에서 미국 서해안 시애틀 쪽으로 고속도로 I-5를 타고 달리면 국경가까운 벨링햄을 벗어날 때 잠시 산과 숲을 보고는 계속 평지를 달리게 됩니다. 시애틀 북쪽의 에버릿에서 시애틀을 우회하는 I-405로 갈아탄 뒤 다시 미국의 서부와 동부를 잇는 I-90으로 옮겨 타면 계속 동쪽을 향해 끊없는 고속도로가 이어집니다. 


이길을 타고 잠시 달리니까 갑자기 눈앞에 웅장한 산이 숲과 기암괴석을 함께 보여주며 나타납니다.(윗 사진) 너무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내가 사는 랭리(Langley)나 써리(Surrey)에서도 보이는 베이커산(mount Baker)이나 시애틀의 명물 레이니어산(Mount Rainier)를 한쪽 귀퉁이에 품고 있는 캐스케이드 레인지(Cascade Range) 입니다. 



산길을 잠시 달리고 나니  정상(summit)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윗 사진) 그리고 이 정상을 넘어 가자 눈에 나타난 풍경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프레어리(prairie)이지만 사실 약간의 덤불(bush)만 자라고 있는 사막입니다. 어렸을 적에 서부극에서 종종 보았던 그런 사막의 모습이었습니다.(아래 사진)





사막을 달리면서 두 가지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다음 사진에서 보듯이 산은 완전히 사막인데, 그 산을 넘으면 다시 분지가 나오고 그 분지에는 호수나 강이 흐르고 있어서 나무와 함께 작은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호수는 오아시스쯤 될텐데, 강물이 흐른다는 것은 좀 이외였습니다. 강물은 조금 전 지나온 캐스케이드에 내린 빗물이나 멀리 미국 록키에 쌓인 눈이 녹아 내린 물이 흘러가는 것입니다. 자연은 늘 경외롭습니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의 노력에 대한 감탄입니다만, 사막을 통과하는 내내 곳곳에서 풍차를 볼 수 있었습니다. 사막의 특성상 바람이 많이 불고 그 바람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지요. 이런 노력들이 모여서 지구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겠지요?



I-90을 달리다 엘렌스버그(Ellensburg)를 지나 I-82로 갈아탄 뒤 다시 I-84를 만나고 이 고속도로는 펜들턴(Pendleton)을 지나 곧장 보이시로 들어갑니다. 이 여정은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출발하여 미국의 워싱턴주, 오레건주를 지나 아이다호주에 도착합니다.


이런 사막길을 여행하는 데는 자동차의 에어콘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내가 사는 밴쿠버는 여름에도 에어콘이 거의 필요없는 곳이라 용량이 작아 에어콘을 켜면 처음 20분 정도는 찬바람이 나오다가 시간이 지나면 더운 바람을 휙휙 내뿜습니다. 결국 내내 창문을 열고 사막을 달렸지요. 코가 건조해지면서 코가 막혀 여러 차례 코를 청소해야 했습니다(^^). 


동영상은 셀라 절벽(Selah Cliff)에서 바람에 날리는 부시를 찍은 것입니다. 어릴적에 보았던 서부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나서(^^). 아들이 서부영화의 장면처럼 덤불 뒤에 숨는 장난을 칩니다.(아래 사진)





1008킬로를 하룻 동안 그것도 거의 정오에 출발해서 가는 길이라 밤 늦도록 계속 운전했습니다. 물론 이제 다 자란 막내 아들이 주로 운전한 덕분에 어렵지 않은 길이었지요. 그런데 사막 길을 밤에 운전하는 것은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우선 에어콘이 없이도 덥지 않았고, 무엇보다 밤 하늘에 쏟아질 듯 가득한 별 덕분이었습니다. 우리는 별을 벗 삼아 달려 결국 자정을 두 시간이나 넘긴 뒤에 비로소 보이시의 친구집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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