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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큰세상:아내가 쓴 책이야기

사금파리 한 조각

사금파리 한 조각

 

고려시대, 줄포라는 서해안의 작은 바다마을에서 살았던 고아 소년 목이는 두루미 아저씨랑 살아간다. 목이가 사는 줄포는 마을의 위치와 토질이 도자기를 빚어내는데 훌륭했다. 자연스럽게 목이는 도자기 빚은 일에 관심을 갖게 되고 우연한 기회에 도공 민 영감의 심부름꾼으로 살게 된다. 민 영감의 꿈은 왕실에서 사용하는 도기를 만드는 것이다. 목이는 민 영감이 정성을 다해 빚은 도자기를 송도에 있는 왕실 감도관에게 가져가게 되었는데 도중에 강도를 만나 그 귀한 도자기가 깨지게 된다. 하지만 목이는 깨진 도자기 한조각(이게 사금파리란다)을 가지고 끝내 주문을 받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상감은 어떤 기법이고, 흙 속의 철은 어떤 작용을 하는지, 가마에 도자기 굽기는 어떠한지, 또 민 영감의 철저하고 예민한 도자기 만드는 열정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글쓴이가 우리말을 전혀 모르던 교포 2세라는 것을 알면 조금 의아하게 생각되기 까지 한다.

이 책을 쓴 린다 수 박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우리말을 잘 할 줄 모른다. 하지만 린다는 영국인 남편과 결혼해 살면서 그녀의 아이들에게 ‘어머니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 해 주고 싶은 마음에 뒤 늦게 우리 문화를 공부했다. 덕분에 이 귀중한 ‘사금파리 한조각’이라는 동화가 나오게 됐고, 린다는 이 책으로 세계 최고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여러 권의 동화책을 썼는데 그 중엔 우리 문화를 배경으로 한 게 많다. 그렇게 그녀는 조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우리 문화를 되새김질 할 기회를 주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목이가 어려서부터 같이 살았던 두루미 아저씨와의 끈끈한 정과 비록 쓰레기통을 뒤지더라도 구걸하거나 훔치지 않아야 한다는 아저씨의 생각을 잔잔하게 느낄 수 있다. 목이의 상기되고 환한 마지막 얼굴이 책을 덮고도 한 참 동안 머리에 남아 있었다.

린다 수 박이 쓰고 이상희가 옮겼고, 김세현이 그림을 곁들여 서울문화사에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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