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딱지
책의 마지막 쪽을 덮을 때, 투명한 수채화를 본 듯한 맑음이 맘속에 풋풋하게 흘러 넘쳤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깡딱지’가 뭘까 했더니 인우, 한수 그리고 대희의 햇살 받아 빛나는 우정의 표시였다. 물리적으로 설명한다면 그 깡딱지는 보잘 것 없는 병뚜껑으로 만든 것에 불과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다음의 ‘깡딱지’는 세 친구의 따뜻함과 의리로 빛나는 보석임을 알 수 있다.
깡딱지 만드는 방법을 인우에게 알려주는 한수의 맘은 어둡고 칙칙한 자신의 처지를 잊고 마냥 들뜬다.
“뭐야, 이 소리?”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한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기차 오는 소리.”
철길 주위에는 기차바퀴에 깔려 빳빳하게 펴진 병뚜껑들이 자갈 사이에서 빛나고 있었다.
친구! 얼마나 좋은 말인지. 학교와 학원, 집을 맴도는 요새 아이들에게도 군고구마 속 살 같은 따끈한 정이 묻어나오는 친구가 있는지?
큰 글씨로 써졌고 빛과 그림자를 조화롭게 그린 그림이 있어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도 권할만하다. 물론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이야기 줄거리를 머릿속에 그려가며 잔잔하게 감상해도 좋다. 빡빡한 시간을 채우고 있는 아저씨나 아주머니에게도 아득한 지난 추억 속의 친구얼굴을 떠올릴 수 있어 좋다.
초등학교 3-4학년을 위해 강무홍이 쓰고 양혜원이 삽화를 그림, 153쪽, 사계절출판사
'작은책큰세상:아내가 쓴 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이름이 교코였을때 (0) | 2009.09.10 |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0) | 2009.09.09 |
난 두렵지 않아요 (0) | 2009.09.06 |
그리운 매화향기 (2) | 2009.09.03 |
작은책 큰세상: 아내가 쓴 책소개 (0) | 2009.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