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파기에 관해 여러 의견이 있나보다. 일부 우려도 있다고 한자. 그래서 지소미아 파기가 의미하는 것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지소미아는 기본적으로 한미, 미일 군사협정을 통해 삼각 관계로 해결해오던 군사정보교류를 한일간에 직접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2. 심지어 과거에도 한일간에 필요한 경우 직접 정보를 주고 받았다.
3. 그래서 지소미아는 마치 무역에서 화이트리스트와 같은것으로, 개별 승인을 포괄승인으로 바꾼 것에 비유할 수 있다.
4. 문제는 시작할 때부터(이명박정부는 2012년 비밀리에 이를 추진하다가 나중에 발각되어 협정체결 1시간 반 전에 취소되었다. 이후 박근혜정부가 2016년에 전격 체결했다) 아직 해소되지않은 한일간의 식민지지배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었다.
5. 게다가 이는 일본의 한국침략을 가속화했던 가쓰라-태프트밀약처럼 미국이 동아시아 지배 군사력을 일본에게 부여하는 출발점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 시기에 황교안총리는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6. 그런데 일본의 무역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있었고 일본이 제시한 그 근거가 문제였다. 한국은 전략물자수출에 있어서 외부 반출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다고 했던 것이다.
7. 이 논리는 그 보다 더 예민한 군사비밀을 공유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반도체는 경제문제이지만, 군사문제는 국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더 위험하다.
8. 그래서 군사정보교환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 즉 지소미아 연장을 중단해야 했던 것이다.

자유무역을 주장하던 경제학자의 주류는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넘어갔었다. 둘다 자신들의 경제력이 힘이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미국을 기준으로 이미 1970년대 들어서면 IT분야에서는 자유무역을 주장하고 다른 부문에서는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현상이 나타나더니 1980년대부터는 노골적으로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섰다. 보호무역주의는 필연적으로 영미 두 나라 자신들에게도 부메랑이 되었다.

그래서 자신있는 두 분야, 금융과 IT를 무기로 경제강국을 유지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자본이동의 자유화를 주장했고 다른 국가들이 쉽게 동의하지 않자 FTA협상을 통해 조금씩 목적을 달성했다. 처음엔 나프타협약으로 시작해서 결국 최종 완결본은 한미FTA였다. 두번째 IT분야는 지적재산권을 매개로 압박했다. 즉 자신있는 분야는 개방을 요구하면서 자신없는 분야는 반대로 보호무역을 도입해왔다.

문제는 이런 방법으로 중국을 제어하기는 곤란했다는데 있다. 그래서 트럼프는 전방위적으로 자유무역을 부정하고 나섰다. 금융과 IT가 시스템의존적이어서 일단 체계에 편입되면 보호무역주의를 택하고 싶어도 막을 방법이 없는데 비해 상품무역은 상대적으로 쉽게 시장을 닫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과거에 일본이 미국의 이런 조치에 당했고 그때 수혜자는 한국이었으며, 한국이 당했고 그때 수혜자는 중국이었다. 그리고 지금 중국이 당하고 있다. 인도가 부상하는 것은 새로운 수혜자가 인도가 된 것일 뿐이다. 다음 그림은 맥킨지의 경제심리조사 결과이다. 지난 1년 사이에 세계적으로 보면 인도의 무역량이 크게 증가했고 아시아태평양지역은 급격히 감소했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너무 뻔한 지금, 한국은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수혜자가 되는 것도 미국의 파상적인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이다.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을 겪지 않으려면, 부동산버블을 끝내고, 인구감소에 대비하며, 한중관계의 질을 높여야 한다.

물론 한중관계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서 핵심 고리는 남북관계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대통령의 남북, 북미관계 개선 노력은 한국의 장기적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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