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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경제

최저임금인상이 가져올 파란나비효과

나비효과란 말이 있다. 어디에선가 벌어진 작은 일이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서 폭풍을 일으킨다던가? 드디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어갈 첫 단추가 꿰어졌다. 환영과 우려가 동시에 터져 나온다. 당연하다. 모든 일에는 환영할 부분과 우려할 부분이 있는 법이니까. 문제는 어느 한쪽면만 바라보고 찬양일색이나 비방일색인 경우이다. 나는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파란나비효과’(항상 기호 1번을 찍었던 성주주민들이 사드배치 이후 투쟁과정에서 어떻게 생활정치에 뛰어드는 주민들로 변했는지를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 나는 나비효과 중에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나는 것을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와 함께 놓치지 않아야 할 점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말하자면 최저임금 인상의 선순환이다.

 

먼저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시작하자. 전주시는 해마다 시내버스운전자들의 파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해 지자체 보조금만 200억 원이 지급된다. 복잡한 문제들이 숨겨져 있으니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다. 다만 그 많은 보조금을 주고도 전주의 시내버스는 난폭운전과 불친절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이다. 들여다보면 이해가 된다. 이들은 하루 18시간 연속근무를 하고 대신 이튿날 쉬는 격일 근무를 하고 있다. 이런 근무조건이니 회사는 운전자를 구하기도 힘들고, 또 추가 고용에 대한 부담을 피하려고 택한 방법이다. 기사들은 기사들대로 야근수당이 더 많고 쉬는 날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더 벌기 위해 이런 극한 근무조건을 선호한다. 물론 사고는 여기에 비례해서 늘어나고 시민들의 불만도 늘어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최저임금이 오르면, 노동자급여가 오를 것이다. 정부는 이를 소득주도성장으로 연결시키는데 소득주도성장은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정책목표이다. 그러나 이 목표슬로건은 자칫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여기에는 숨겨진 다른 파란나비효과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기업들에게는 비정규직을 유지할 유인요인이 감소한다. 비정규직이란 제도는 최저임금을 주면서 제한된 기간을 반복하여 계약을 하는 방법으로 유지된다. 즉 그럴듯한 경제이론(고용유연성)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저임금이 핵심 고리이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획기적으로 인상하면 이런 동기가 감소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느니 차라리 자기 공간에 갇혀 살아가겠다는 자발적 폐쇄증후군도 줄어들 것이다. 산업구조조정도 중요한 효과이다. 저임금 노동에만 의존하는 산업이나 공장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그러나 낮은 임금은 이런 산업이나 공장들이 전환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고용구조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저임금 구조이기 때문에 고용에서 이탈한 사람들은 부모나 다른 도움에 기대어 영세자영업자가 되어 전체 고용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OECD국가의 평균보다 10% 이상 높으며, 세계에서 4~5위일 정도로 높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높이면 자영업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감소하여 자영업도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게 된다. 물론 야근수당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고용은 증가한다.

 

자본 측면에서는 어떤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까? 지금은 돈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가 상가 건물을 올려서 세를 받는 것이다. 자영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넘쳐나고 세입자 중에서 대박을 내는 사람이 나오면 즉각 세를 올려 그 수익을 착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영업 희망자가 줄어들어 건물을 올려도 빈 점포가 늘어나면 더 이상 조물주 위에 군림하는 건물주가 될 수는 없다. 새로운 자본 투자처를 찾아야하고 자본의 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물로 이런 꿈같은 파란나비효과는 최저임금인상 만으로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을 것이다. 첫째는 사업자들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몇 년에 걸쳐 인상해야 한다. 이미 정부가 적절하게 발표했듯이 영세업자 보호를 위한 조치도 함께 가야한다. 기간은 최저임금 인상은 3년에 걸쳐서 보호조치는 5년 정도가 적당하다. 계속 보호조치를 하면 산업구조조정이나 자영업 억제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며, 정부의존형 영세산업만 키워놓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간을 정해 놓으면 스스로 혁신하는 사업체와 포기하는 사업체가 분리될 것이다.

 

두 번째, 보호조치의 대상을 30인 이하라는 경직된 기준을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30~40인 사업장에서 집단 해고를 통해 30인 이하로 맞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다. 그것보다는 종사자수에 따라 점진적으로 보호의 혜택의 크기를 줄여가는 누진체제가 더욱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음식업자의 재료 구입에 대해 보조금을 주는 방식은 그 대상을 우리 먹거리로 제한함으로써 FTA 등 국제 무역환경에 대해 대비하는 정책으로 도입하는 게 더욱 바람직해 보인다. 또 카드수수료 인하조치 뿐 아니라 금융권의 역할을 더 찾아보아야 한다. 우리 금융권은 그동안 권력의 비호 아래 고수익을 올리면서 다른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범이었다고 믿는다.

 

세 번째로 고민해야할 점은 직종이나 산업별 차등 최저임금제이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숙련공의 경우에는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최저임금은 대부분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단순기능직에서 문제가 된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인상은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어 사업자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뿐 만 아니라,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는 숙련공 임금의 추가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이나 선순환효과가 작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민해봐야 한다. 특히 대기업의 임금인상은 자본가의 몫이 증가하는 것과 함께, 중소 하청업체의 임금인상 억제요인이다.

 

마지막으로 고민할 점은 노동시간의 문제이다. 장시간 노동은 사업자뿐 아니라 일부 노동자들의 이해와도 맞물려 있어서 줄이지 못하고 있었던 측면이 있다. 이를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이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일자리 나눔을 위해서도 최저임금인상과 같이 가야할 중요한 정책이다.

 

최저임금인상이 우리 경제를 멍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파란나비효과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2017.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