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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경제

유럽 말고기파동의 주범, 신자유주의

나는 얼마전 유럽의 말고기 파동이 나자마자 이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린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도 몇 차례 BBC의 기사를 추적하여 읽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조선비즈에 관련 기사가 올라왔더군요. 현상과 원인을 그럴듯하게 정리하였지만, 내 관점에서 보면 핵심을 피해 모호하게 만들기 위해 매우 애를 썼다는 느낌이 듭니다.


(관련기사) http://media.daum.net/economic/world/newsview?newsid=20130228180606382


우선 파동의 내용과 진행과정은 위에 링크를 걸어둔 조선비즈 기사를 읽으시면 어느 정도 아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좀더 원인을 살펴 봅시다.


1.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경제활동자유를 그 기치로 하는 이념입니다. 이를 통해 경제가 성장하여 자본가들이 부자가 되면 결국 그 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지요.(이를 물방울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는 의미로 trickle down이라고 합니다)


2. 자본가들의 자유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정부는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하자고 합니다. 이때 동원하는 논리가 시장만능주의이지요. 시장은 언제나 옳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누구도 시장에 간섭하지 말라고 하지요. 당연히 규제도 풀어야 합니다. 공공영역도 예외가 아닙니다. (공공성을 갖는 서비스조차 시장이 결정하게 하라고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서비스 요금의 폭등을 가져옵니다.)


3. 그러면서 반드시 함께 주장하는 것은 작은정부입니다. 공기업 매각하고 자본의 자유를 위해 규제를 풀면 정부가 할일이 없으니 정부 예산이나 규모를 줄이자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정부 예산이 줄어드는 경우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때문에 정부예산은 늘어나지요. 줄이는 것은 오직 복지예산입니다.)


4. 또 한가지 반드시 함께 나오는 주장은 자본의 자유를 위해 노동권의 보호와 중소기업 보호를 해체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신자유주의자들이 처음 주장한 trickle down이 거짓임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과실이 아래로 내려오려면 노동권이나 하청업체의 보호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2,3,4를 종합하면 결국 국민의 돈을 모아다가 소수 자본가들에게 몰아주어 부자를 더욱 부자되게 하자는 이념이 신자유주의입니다. 이는 신자유주의에 깊숙히 들어간 나라들일수록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지는 것을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또 이를 위해서 글로벌화가 반드시 필요하지요. 자본은 노동권 보장을 약화시키지 않으면 해외로 이전한다고 협박하기 위해서도 또 값싼 원부자재를 구입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글로벌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전에 다른 글(http://alafaya.tistory.com/280)에서도 다룬 적이 있지만 글로벌화는 보통 시장의 글로벌화로 다루어지지만 사실 글로벌화라는 말이 있기 전부터 무역을 통해 시장은 글로벌화되어 있었습니다. 핵심은 생산의 글로벌화이지요.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행태가 어떻게 유럽 말고기파동에 개입되었는지 한번 살펴봅시다.


1. 대량공급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대형마트들은 처음에는 실제로 좋은 상품을 저가에 공급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초기 성공의 배경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일단 동네 상권을 붕괴시키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이익만을 추구하게 됩니다. 특히 식료품에서는 저가 공급이 핵심 경쟁력이 됩니다. 공산품은 제조원가 개념이 분명하지만 농축산품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2. 그러나 이런 대형마트도 시간이 흐르면 과점체제로 넘어가면서 대형마트간의 경쟁이 심화됩니다. 그래서 동네상권을 붕괴시킬 때까지는 저가 경쟁이 대량판매로 이윤을 내는 방식이었지만, 모든 경쟁자들이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새로운 경쟁체제에서는 더 이상 이런 경쟁을 할 수 없습니다.


3. 이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자보다 더 저렴하게 납품을 받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때부터 대형마트들은 경영학 용어로는 SCM(공급사슬관리)이라고 하는 기술이 경쟁력의 필수 요소가 됩니다. 세계 어디에서든지 가장 싸게 공급하는 제품을 받는 것이지요. 물론 여기에는 글로벌화라는 요소가 개입됩니다.


4. 무조건 싼 가격에 납품을 받는 기업정책이 시작되면 그게 어디에서 오는 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상품들의 유해성을 평가하고 감시해야 하지만 작은 정부 논리에 따라 규제를 풀면서 오히려 예산을 삭감하고 조직을 줄였기 때문에 감시 수단이 없습니다. 심지어 아예 검사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광범위하게 도입해 버렸습니다.


5. 그런데 이번 유럽의 말고기 파동에서 나타났듯이 대형마트 중 어느 한 곳도 문제의 원재료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몇 단계를 거쳐서 가장 싸게 만들어 공급하는 제품을 공급받았으니 도대체 몇 단계를 거쳤는지, 혹은 원재료를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관리할 방법이 없습니다. 아니 관리할 방법은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관리하면 원가가 높아져 동네상권과 경쟁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관리하면 글로벌화도 원가인하에 큰 도움이 안됩니다. 이번 사태의 해결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원재료관리 의무화를 주장했지만 대형마트들이 원가상승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6. 사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식료품의 원산지 표기를 보십시오. 원산지국가 표시를 하는데 나라 이름대신 수입산이라고 써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말의 의미는 너무 많은 나라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표기할 수 없다는 의미이고,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유럽의 말고기 사태처럼 '출처를 모릅니다'라는 말과 같을 수 있습니다.


시장은 이렇게 우리를 속이고 위해를 가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이것이 옳다고 협박합니다.

(초고 2013. 3.1 저녁, 3.5 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