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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정치

미래를 보지 못하는 정책은 재앙이다

한국사회가 겪는 모든 문제의 근원은 출산율 감소에 따른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있다. 적정 수준의 인구증가에 맞추어 구축된 모든 시스템이 붕괴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학교가 줄어들고, 산업현장은 구인난에 허덕이며, 산부인과는 문을 닫는다. 세계에 유래가 없는 한국형 비극의 원인이다.

이러한 출산율 하락의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경제적 부를 위해 쉬지 않고 일만 해온 국민들이 경제성장으로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부를 갖게 되자 자신의 인생이 중요해졌고, 이는 저출산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과거에 오랫동안 지속해온 산아제한 정책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산아제한 정책이 왜 문제일까?

 

 

이 산아제한정책이 무슨 이유인지 인구감소가 심각하게 우려될 때조차 유지되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첫 번째 그림은 우리나라 가임기 여성의 합계출산율을 표시한 것이다. 인구대체 수준의 합계출산율은 2.05명으로 본다. 즉 여성이 평균적으로 가임기간(15~49세) 동안 출산하는 자녀수가 2.05명이 되어야 현재 인구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수준에 도달한 것은 1983년이었다. 즉 1983년부터는 산아제한 정책이 아니라 출산장려정책을 펼쳐야만 했던 것이다. 게다가 이런 추세는 이미 오래전부터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예측을 해볼 필요도 없이 명확한 일이었다.

게다가 저출산율은 그 효과가 누적적이기 때문에 합계출산율 2.05에 도달했을 때는 효과적인 정책전환에도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왜냐 하면 평균 출산율을 높게 만든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층이었고, 청년세대는 출산율이 이미 1.0 수준보다 크게 높지 않았기 때문에 평균이 2.05에 도달한 것이다. 즉 1980년에 가임기에 들어선 여성들이 2000년경에 이르면 40대 가임여성이 되고 그 세대 이후 여성들이 모두 같은 추세를 보였기 때문에 2000년대에 도달하면 출산율은 1.2 수준으로 낮아졌던 것이다. 그리고 누적효과에 의해 합계출산율은 계속 낮아지기만 한다. 그게 지금 1.0에도 못 미치는 출산율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두번째 신문스크랩(경향신문 1996.6.5일 자)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산아제한 정책은 1983년을 지나고도 무려 14년이 지난 1997년에야 비로소 폐기된다. 출산장려도 아니고 그저 산아제한 정책의 중지였다. 그 사이에는 심지어 3번째 자녀가 태어날 때는 의료보험 혜택도 주지 않았을 정도로 야만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지금 모든 시스템의 급격한 붕괴를 경험하고 있다. 그 붕괴의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는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가 7-8%에 불과하다는 현실로 나타났다.(일자리 문제와 관련하여 최근 황세원선생이 "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라는 좋은 책을 냈다. 일독을 권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운영했던 보건복지부 퇴직 공무원들은 나라 꼴이야 어떻든 수백만 원의 연금을 받으며 편하게 잘살고 있다. 

이 시기에 나라를 망친 또 하나의 정책은 고등교육기관의 무분별한 신설이었다. 전국의 지방 유지들은 지역 국회의원들을 끼고 엄청나게 많은 대학을 신설했다. 1985년 236개였는데, 1995년 305개로 무려 69개가 증가했다. 인구감소가 분명하기 눈에 보였던 1983년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물론 당시에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큰 폭으로 떨어진 출산아 수를 감안하면 불과 10여년 후에 대학 진학가능자 수는 현저하게 줄어들게 뻔한 상황에서 대학을 무분별하게 늘려왔던 것이다. 지방에 대학을 신설허가해주면서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들이 지방에 분교를 설립하도록 허용했다. 이 정책은 지금 보건복지부가 SS병원, HA병원을 위해 의료전달체계를 망가뜨려온 것과 닮은 꼴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문제는 입학자원이 감소한다고 다들 걱정하던 시기였던 2000년대에도 대학 신설을 계속되어 지금은 370여개의 대학이 있다.(아래 그래프는 대교연의 2013년 보고서에서 인용)

 

 

그 뒤로 지방 특히 소도시에 위치한 대학들이 문을 닫고 있다. 남원의 서남대학이나 군산의 서해대학은 표면적으로는 대학비리로 문을 닫은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1990년대에 인구를 세어보지도 않고 진행한 대학정책 때문이다. 당시에 대학설립자들은 놀고 돈버는 수단으로 인식하여 창업한 것이지 교육이란 것은 관심이 없었다. 이런 일이 지방 정치인과 결탁하여 진행되었다. 지금은 아예 세금으로 대학을 설립하겠다고 한다. 서남대학 창업주에게 돈이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학의 수는 전체 고등학생이 대학을 진학해도 채울 수 없었고, 국립대학 정원을 줄여서 결과적으로 난립한 대학들이 학생을 받기 쉽게 도와주기도 했다. 여러개의 대학이 문을 닫았지만, 아직도 대학교의 수는 줄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한 때는 고등학교 졸업생의 9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기도 했다. 원서만 내면 합격하니까. 지금도 소수의 대학을 제외하면 모든 대학들이 아우성이다. 서남의대 정원이 줄어든 것을 감사해야할 정부가 새로운 의대를 설립한다고 나서고 지역 국회의원들은 원래 있었던 정원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논리를 주장한다. 바로 그 정치인들과 교육부 관리들은 수백만원의 연금을 받으며 잘 살 것이다.

참여연대가 홍보하는 카드뉴스를 보았다. 인구감소가 사실이지만, 노인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에 의사의 필요가 늘어나 인구감소를 염려하는 주장은 거짓이라는 취지였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좋은 역할을 해오던 시민단체가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의 사회문제를 만들어내는 시한폭탄을 두자는 주장을 서슴치 않는다. 노인이 되면 의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일까? 이미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고 이런 추세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진입했다. 어떤 정책으로도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 지금 늘어난 의대생이 사회에 나오기까지는 15년~17년이 소요되는데 인구는 현재보다 100만명 이상이 감소한다. 문제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인구감소는 누적효과가 발생한다. 인구가 줄어들면 다시 출산가능한 사람 수가 줄어 더 빠르게 감소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한창 의사로 생계를 이어갈 시기인 2050년에는 현재보다 500만명 이상이 감소한다. 의사가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기간이 25년 정도 되는데, 2060년 인구는 지금보다 천만명이 감소한다. 더 큰 문제는 그 동안 통계청의 예측보다 더 빠르게 인구감소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금은 언발에 오줌눈다고 당장은 환영받겠지만, 결국 우리의 짐을 후손에게 전가시키기는 원자력발전과 다를 게 없다. 지금은 싼값에 전기를 펑펑 쓰지만, 우리 후손은 그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을 것이다. 

(밥그릇 싸움이라는 1차원적인 주장들에 대해 일부 경제학자들 조차 지대이론을 가지고 같은 말을 하고 있어서 다음 글에서는 지대이론을 왜 적용하면 안되는지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는 글을 며칠 후에 올리고, 나와 상관없는 의료문제에 대한 글을 마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