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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World!/짧은여행 긴여운:자유버마

한국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사람들

한국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사람들

(2월 8일 오후 5시 경 방콕에 도착한 후 6시경 국제기구 사람들을 만남.)

방콕 여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여름, 학회 때문에 며칠 머문 적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방콕의 스완나폼 공항이나 방콕 시내가 낯설지 않습니다만 방문 목적이 달라서인지 내가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다릅니다. 그런 감정을 채 정리해보기도 전에 저녁식사 약속이 잡혀 나갑니다. 시민행동의 간사들이 방콕의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과 만나기로 했다고 합니다. 함께 만난 장소는 Cabbages & Condoms라는 관광객들에게도 제법 유명한 식당이라고 합니다. 이 식당에 관해서는 따로 쓸 생각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그곳에서 몇 분의 한국인들과 식사를 같이 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대화 도중에 찍은 사진입니다. 위가 남박사, 아래가 필자입니다.
웨이트리스의 표정이 너무 근엄하지요? (^^)

제일 먼저 만난 분은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아태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남상민 박사. 이분은 국내에 있을 때 녹색연합에서 활동하다가 유엔으로 옮겼다는데, 우리가 방콕에 머무는 3일간의 숙소를 잡아주고 비용까지 지불해 주셨습니다. 고마우면서 한편으로는 미안했습니다. 두 번째로 도착하신 분은 Forum-Asia라는 아시아지역 NGO의 이성훈 님입니다. 이분과는 국경마을에서 방콕으로 돌아온 후 포럼아시아 사무실을 방문해서 많은 이야기를 더 나누었습니다. 세 번째로 도착하셨던 분은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의 이은영 님이었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포럼아시아에서 인턴과정을 수행 중인 경희대 4학년 Heather양(영어 이름밖에 기억하지 못함을 양해 바랍니다)이 합류했습니다.

남상민 박사로부터 유엔의 인력채용 시스템을 설명 들으면서 우리 청년들도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왜 내가 젊었을 때는 이런 꿈을 갖지 못했을까 아쉬웠습니다. 방콕에는 국제기구가 총 26개나 자리 잡고 있고 유엔기구만도 10개나 된다고 합니다. 사실상 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국제기구들은 거의 다 방콕에 있는 셈이지요. 지리적으로 중앙에 위치한 중립지대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대화는 한국과 아시아 운동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의 정세나 아시아의 움직임 등이 부정적인 우려를 갖게 한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습니다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희망의 싹이 자라고 있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내가 우리 현실에 미치는 미국 등 강대국의 영향이나 이라크전과 같은 지구적인 사건들 속에서 국제관계를 생각해 본적은 있었지만, 본격적인 의미에서 국제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번 버마상황이 처음의 일입니다. 그렇게 나는 이제껏 한국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있었는데,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국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내가 진짜 희망의 싹을 본 것은 우리 청년들에게서 입니다. 그날 나온 이은영 님은 우리 세대 식의 운동을 했던 분이 아니었습니다. 국제기구 일이 좋아서 이 일을 택하였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그 자리에서 만난 Heather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국제기구에서 활동하고 싶어 포럼아시아에서 인턴쉽으로 1년간 일한다고 했습니다. 또 한 사람 국경마을에 가서 만나게 될 예정인 양초희라는 전남대 3학년 학생 역시 포럼아시아에 인턴으로 온 뒤 좀 더 역동적인 일을 해 보고 싶어 태국 북부에 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청년들이야말로 우리 사회, 대한민국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만들어 주는 촛불들이라는 믿음에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국내의 민주화 문제에 말목을 잡힌 체 젊음을 보냈지만, 이제 국제문제에서 우리의 경험을 활용하여 기여할 때가 된 것입니다. 이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운동에서 사랑과 재미가 빠지면 '꼬장'이 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사실 나는 꼬장 부리는 것이 운동이었던 시대의 사람입니다. 그래서 잠시 생각했습니다. ‘나도 학교에서 이런 제자를 길러 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들의 활동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만 해도 우리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하는 것이 아닐까?’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그랬지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그래서 새 시대의 운동은 역시 새 세대가 그들의 감각으로 개척해 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랬을 때 우리에게 희망이 보일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가능성을 벌써 국제 감각 익히기에 여념이 없는 그들에게서 발견하고 흐뭇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