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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World!/짧은여행 긴여운:자유버마

밤새 뒤척이며 잠을 들지 못합니다

2월 7일 밤

 

마음속의 상념으로 잠들지 못합니다. 잠이 들지 못할 때면 늘 그랬듯이 잠자리에서 슬며시 손을 뻗어 아내의 손을 잡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이내 손을 뿌리치고 등을 보이며 돌아눕습니다.

내가 버마 난민들이 있는 타이-버마 국경도시를 방문하여 그곳의 사정을 돌아보고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아야겠다고 계획하고, 그 생각을 밝힌 뒤로 아내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언제나 내게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던 아내가 계속 여행을 만류하는 말과 행동을 합니다. 그래서 이 여행의 가장 큰 짐은 그 동안 내게 가장 좋은 후원자였던 아내를 설득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내 삶의 반려자로 내가 하는 일에 큰 이의 제기 없이 20년 이상을 협력해주었던 아내가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일까요?

처제와 통화한 듯 처제의 말이라며 차라리 여행비용을 돈으로 보내주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군산의 한 지역아동센터에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매우 추운 곳에서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데 차라리 그곳에 제대로 된 난방시스템을 갖추어주라고도 합니다. 마침 한 절친한 친구가 난방시스템을 갖추는 데 필요한 비용을 보내왔습니다. 나는 철부지처럼 아내에게 “이제 그 문제는 해결되었으니 떠나도 되는 거지?” 라고 묻습니다.

사실 아내는 불안한 모양입니다. 내가 하려는 일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여 인간방패로 나섰던 유은하나 임영신님처럼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것이 아닌데도 아내는 두려운 모양입니다. 당연한 일이겠지요. 아마 조금이라도 내 신변에 위험이 있을까봐 그러는 것일 테니까요. 아니 한번 마음먹으면 주변에서 어떤 위협이 있을지라도 그저 묵묵히 내 길을 가는 내가 이다음엔 또 어떤 충격적인 계획을 들고 나올지 몰라 미리 겁먹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아내에게 더욱 미안합니다. 이번 여행이 아니라 함께 살아온 지난 20년 세월이 말입니다.

그래서 밤새 잠들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웁니다. 여행의 출발을 앞두고 피곤하게 시작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