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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World!/짧은여행 긴여운:자유버마

Cabbages & Condoms

양배추와 콘돔이라는 이 희극적인 이름의 식당은 방콕 시내 중심가에 있습니다. 나는 이 식당 이름을 지난여름 여행길에 처음 여행 가이드북에서 보고 무슨 술집 이름이려니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첫날 저녁 식사를 이곳에서 하면서 들은 남 박사의 설명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식당을 들어서자 입구부터 온갖 장식이 모두 콘돔이어서 놀라야 했습니다. 아마 남 박사의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나는 그저 혼자서 속으로 킬킬거리며 ‘방콕이 국제적인 환락의 도시라더니 식당도 별 희한한 방법으로 장식을 하는군.’ 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적어도 내가 남성으로서 들은 정보로는 그렇다고 했으니까요.


Cabbages & Condoms 입구

입구에 세워진 콘돔 산타

식사 후 나누어준 콘돔. 반은 한국산 유***제품이었다.

그러나 이 식당에는 의미를 짚어야 할 부분이 있었습니다. 태국에는 두 가지 사회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나는 성병의 확산, 특히 에이즈의 확산문제였습니다. 한 때 태국은 에이즈로 망할 것이란 이야기가 돌 정도로 확산되었는데, 현재는 보균자 100만 명 선에서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다출산의 문제였습니다. 아이를 지나치게 많이 나아 일반 국민들은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식당의 주인은 상원의원이랍니다. 현직의원인지는 물어 보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이분이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콘돔을 나누어주었는데 사람들이 콘돔을 받는 것을 어색해 하며 받지 않자 양배추와 콘돔을 같이 나누어주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가난했던 당시 사람들은 양배추를 받기 위해 콘돔을 함께 받기 시작하여 산아제한과 성병예방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일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문란한 성문화를 먼저 고쳐야 한다든가, 오래지 않아 저출산의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지요.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어디 한 사람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던가요? 결국 이렇게 너무 큰 주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전락해 버리는 것을 종종 보아 온 나로서는 참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이분이 이 식당을 운영하는 것도 두 가지 목적에서라고 합니다. 하나는 식당 안의 온갖 장식을 콘돔으로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콘돔에 대해 친숙해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식사 후엔 모든 손님들에게 콘돔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두 번째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다시 농촌지역의 계몽사업 등에 투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식당을 들어서면서 식당 입구에서 한번 놀랐던 나는 이분의 삶에 다시 한 번 놀라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