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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사회

의료문제의 불편한 진실: 의사 수가 부족하다?

고성군의 의사부족이 의사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세뇌방송이 계속된다. 안타깝다.

전북 김제시에 등록된 2018년 신생아 수는 450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지역거주자에게 혜택을 주는 입시제도와 복지혜택을 노리고 등록한 사람들도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전원 김제시에서 태어났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의 출산을 도와줄 산부인과는 1일 8시간 3교대 근무를 해야만 한다. 아기가 알아서 주간에만 태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의사와 간호사 등등의 인력이 3교대 근무하는 병원의 운영에는 연간 인건비만 5억이상, 최소한 10억이 든다.

이를 450명의 신생아수로 나누면 한 아이당 출산비용은 최소 2000만원이 든다. 실제로 내가 20년전 마국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미국에서 병원 출산비는 정상분만일 때 2만 달러였다. 하물며 고성군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정말 이런 국가를 꿈꾸는가?

의사 수가 부족해서 고성군에 의사가 없는게 아니다. 당연히 공공의료인 보건소를 통한 초기 대응 후 인근 도시의 큰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문제는 보건소 조차도 도심에 있다. 지금 정말 의료사각지대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도심에 깔아놓은 보건소를 면 단위 이하 지역에 인력과 시설 추가에 사용하라고 외쳐야 한다. 병원이 넘쳐나는 도시에 공공의료시설을 추가해놓은 이유가 뭘까? 불가사의이다.

다만 공중보건의 자원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의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하면서 군복무를 마치고 입학한 학생이 늘었던 때문이고, 이제 다시 대부분의 대학이 의과대학으로 편제를 바꾸었기 때문에 이 문제는 금방 해소된다. 물론 전문대학원을 도입한 것도 의대의 결정이 아니라 정부가 강제로 그렇게 했던 일이다. 당시에도 의대들은 모두 반대했다. 반대이유 중에 가장 큰 것 하나가 바로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서였다. 어린 학생들은 나름대로 숭고한 뜻을 가지고 진학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나름대로 다양한 의사를 길러낼 수 있는데 직장생활을 하다가 오는 학생들은 기본적인 출발점이 안정적인 직업만이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이걸 밀어붙인 사람들이 누구였는가?

왜 정부가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대책을 논의해야 할 일을 정치인들의 표 획득을 위한 엉터리 정책을 내걸고 국민을 세뇌시키는가? 실제로 3주전 한 도시가 발전전략을 토론하는 자리에 토론자로 초대받아 참여했는데, 발표 내용과 아무 상관없는 공공의대 유치가 화두가 되었었다.

오늘 전교조를 법외노조라고 한 정부의 조치가 불법이라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반가운 일이다. 모든 노동자는 노조를 만들고 노동권을 누릴 권리가 있다. 1980년대에는 일반 노동자들이 이를 자각했고, 1990년대에는 교사들이 이를 자각했었다. 2020년대에는 각종 전문직들이 이를 자각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전공의들이 스스로 노동자성을 자각하기 시작했고, 교수들이 노조를 준비중이다. 이렇게 한국 사회가 진보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