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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사회

창세기의 선악과와 김학의 사건

성경의 창세기에는 최초의 인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셨고 그들이 에덴이라는 곳에 하나님과 함께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뱀의 꾀임에 빠져 선과 악을 구별할 능력을 주는 선악과를 먹어서 에덴에서 좆겨났다는 이야기. 여기까지는 상식처럼 알려진 신화이다. 모든 신화가 그렇듯이 이 기록은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가치관이 탐구의 대상이어야 한다.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게 되자, 가인은 스스로 선과 악을 구별하여 질투심에 눈이 멀어 동생 아벨을 죽이는 죄를 짓는다. 그러나 판결은 하나님의 몫으로, 가인은 세상을 유리하는 자가 되게 하는 벌을 주고 그러나 도중에 만나는 자들이 가인을 추가로 체벌하지 못하도록 표를 주고 가인을 죽이는 자는 일곱 갑절의 벌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인과 같은 자가 또 나타난다. 라멕이라는 자이다. 그는 가인처럼 살인죄를 짓는다. 그러나 처벌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 보호하는 판결(가인을 해친 벌이 일곱 갑절이라면 라멕을 해치는 벌은 일흔일곱 갑절이다)도 스스로 한다.

그는 성경에 기록된 것으로는 최초로 부인이 둘이었던 자로 아마 당시에 가장 힘이 있는 자였을 것이다. 그리고 힘이 있는 자여서 죄를 짓고서 죄를 정하는 것도 본인이고 그 죄를 처벌하거나 보호조치를 취하는 것도 본인이다. 요즘 김학의 사건을 처리하는 소위 사법고시 출신들의 하는 짓이 딱 그거다. 공소시효를 넘기도록 시간을 끌고, 누구나 확인 가능한 영상을 보고도 확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더니 급기야는 해외출국금지조치가 불법이었다고 당시 수사담당자들을 수사에 착수한 그들 말이다. 큰 범죄가 작은 범죄를 단죄하는 이 풍경이야말로 창세기적 관점에서 보면, 선악과를 따먹은 죄의 결과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그 어떤 권력도 독점하도록 허용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