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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정치

지방자치에서 정당정치의 그늘을 걷어내자

지방자치에서 정당정치의 그늘을 걷어내자


6.4지방선거가 세월호참사의 영향 아래에서 진행되었다. 세월호참사의 여파로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유래 없이 높았던 탓에 형편없이 패배할 줄 알았던 새누리당이 선전했는가 하면, 손쉽게 대승을 거둘 줄 알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승리했다고 주장하기 민망한 성적표를 받는데 그쳤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평가와 그들만의 정치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지역언론의 보도를 보면 평가도 반성도 없다. 풀뿌리자치의 근간인 군산시의회의 의장단 구성이 여전히 정당정치의 폭압에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적 반성과 지탄의 한 가운데에서 치룬 6.4지방선거는 두 정당만으로 보면 전혀 변화의 조짐을 발견할 수 없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권자들이 새누리는 아예 포기했고 새정치연합을 심판한 선거였다. 전국의 17개 광역단위 선거로 뽑은 교육감선거에서는 진보를 표방한 후보들을 무려 13(보수 3, 중도 1)에서 당선시키면서 광역자치단체장은 새정치연합의 후보들을 대거 탈락시킴으로써, 유권자들이 새정치연합에 얼마나 신물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런 현상은 전북 14개 시군의 수장중 반을 무소속 후보로 뽑아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유권자들은 진보진영 정당들의 자멸로 인하여 선택 가능한 대안이 새정치연합 밖에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무소속을 선택할지언정 새정치연합에는 표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당락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영남에서도 나타났다.

 

비록 군산시의회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만, 그 구성을 들여다보면 다른 생각이 가능하다. 7대 군산시의회는 지역구 21명과 비례 3명 등 총 24명으로 구성된다. 소속별로는 새누리당이 1, 새정치연합 17, 무소속이 6명이다. 5선의원 1, 4선의원 3명을 포함하여 3선 이상은 10명에 달하지만, 동시에 초선의원도 7명이나 된다. 5선인 의원은 무소속이다. 게다가 시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새누리당의 생떼로 두 정당 모두 정당공천을 했지만, 지난 대선에서 두 정당은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공약으로 내놓았을 정도로 누구나 기초의회의 자율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당연히 의장단도 자율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영호남처럼 특정 정당이 유권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천권 행사는 사실 지역구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의원이 선거조직을 관리하는 가장 효율적인 무기라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입증이라도 해주듯 지역 신문에 실린 기사들은 한 결 같이 새정치연합의 지역구 의원인 김관영 의원의 생각(김심)에 따라 시의회 의장단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심지어는 아예 구체적으로 의장은 누구, 부의장은 누구 하는 식으로 김심의 향방을 보도하고 있다. 이런 보도들이 추측성 보도이거나 혹은 일부 당선자들의 자기 발설일 가능성도 크지만, 김의원이 이들을 불러다가 면담을 했다는 기사는 사실이라고 볼 때 공천권을 무기로 시의원들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것쯤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런 언론 기사들을 볼 때, 적어도 군산에서 새정치연합은 평가도 반성도 없다. 게다가 구태이기도 하다.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에도 제6대 지방의회 의장단 구성과정에서 전국이 몸살을 앓았던 적이 있다. 이때 전북에서도 남원시와 함께 군산시도 의장단후보를 새정치연합(당시 민주당)이 미리 후보를 결정하자 여기에 불복한 두 시의원이 독자 출마하여 한 사람이 부의장에 당선된 적이 있다. 이 때 민주당은 이 두 사람에게 당원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려 논란이 되었다. 당시 징계를 받았던 김모 시의원은 이번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군산시의회 사상 최다선(5)의원이 되었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하나는 관례적으로 지방자치가 정당정치의 폭압 아래 신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를 통해 끊임없이 정치적 자원이 발굴되고 길러져서 정당정치로 나아가는 통로가 되어야 하는데, 반대로 정당정치가 이 과정을 지배하고서 폭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뿌리가 원래 그런 새누리당 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을 팔아 민주정당의 이미지로 장사하는 새정치연합도 전혀 다르지 않다. 두 번째는 시의회 자치를 방해하는 정당정치에 항명하여 징계를 받고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최다선의원의 명예를 거머쥔 사례는 새정치연합의 지지층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7월에 출범하게 될 시의회의 의장단을 또 다시 구태의연하게 새정치연합이 미리 구성해놓고 의원들에게는 거수기역할만 시켜서 시민의 투표권을 간접 침해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유권자들이 연대하여 새정치연합 후보의 낙선운동도 불사해야할 것이다. 그것은 유권자의 책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이 스스로 본래의 지방자치로 돌아오지 않고 시간을 끈다면 모두가 불행해질 뿐이다. 그동안 유권자들이 받게 될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유권자들의 반성이 시작되는 날이 바로 새정치연합에 대한 심판이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지난 선거는 그런 심판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시간은 더딘 듯이 보이지만, 한번 터진 물꼬는 제어하기 힘든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