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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정치

18대 대선을 평가하지 말라

나는 울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게 내게 특별한 과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 대선은 내 삶에서 지나쳐 가는 일들 가운데 하나였다. 아니 그 결과가 내가 믿는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에 좀 더 가까이 가는 결과이면 더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을 뿐이다. 어차피 누가 되든 내 삶이 바뀔 가능성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둘 다 똑 같다는 양비론이 아니라 내 삶 자체를 말한다) 나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늘 그러했듯이 또 성경을 읽고 성령님의 부르심에 (소극적으로) 응답하며 살 것이다.

그래서 투표 결과를 복기하며 책임을 묻거나 한탄하거나 비난하는 글들을 읽는 것 이 마음 편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그런 사람들이 그리하는 것이 괴롭다. 나는 정치인도, 정당인도, 혹은 선거운동원도 아니다. 그렇지만 안다. 지금 시민사회진영에, 민주당에, 혹은 다른 정당이나 정치인들에게, 심지어는 민주노총이나 전농 조차도 절실히 필요한 것은 남이 아닌 각자 자기 영역을 반성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제 좀 스스로 부수었으면 좋겠다. 각자의 공고한 자기 영역을 말이다. 서로에게 더 큰 귀를 열어놓고 다른 부문의 말도 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누리당과 조금도 다르지 않으면서 오직 지역기반을 위해 개혁이나 진보인체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커밍아웃했으면 좋겠다. 얼마나 기회가 좋은가? 50% 이상 득표 대통령에 절대 다수당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합리적보수부터 진보까지 다 좋다. 제발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는 자라면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잘 통제하고 있지만 나 역시 분노한다. 내가 가장 분노하는 일은 내가 태어나서 나이 40이 될 무렵까지 보내야 했던 막막한 나라 꼴을 지금 내 제자들이, 내 아이들이 이미 5년을 겪은데 이어 다시 5년을 더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20대를 송두리째 날리고 있다. 당선후 처음 터져 나오는 일들이 지난 5년과 별 다를 게 없을 것이란 예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어떻게 위로할 지 막막하다.


안녕... 또 다시 시작하는 5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