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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정치

2012년 대선 결과도 뻔합니다

내가 통계학자로 살면서 생긴 버릇 가운데 하나는 모든 문제를 통계라는 단순 무식한 눈으로 보면 어떨까 하는 관점에서 세상일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매우 과학적인 태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냥 감으로 보는 것이지요. 가장 비과학적인 태도 말입니다.

 

요즘 대선 때문에 나라가 온통 시끄러운 줄 압니다. 지나치게 이 일에 몰입하는 분들도 있고, 언제나 그러했듯이 무관심하게 지나가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기사나 페친들의 글들을 읽다가 그냥 통계학자의 단순 무식한 생각을 참고나 해보시라고 적습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1/3은 무조건 기득권층입니다. 이들이 실제로 기득권을 가지지 않았다 해도 친인척관계 등을 통해 스스로 기득권자로 착각하거나 혹은 이를 적절히 활용하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모든 선거에서 이들은,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새누리당 후보가 빨갱이로 밝혀진다 해도 새누리당 후보를 찍을 사람들입니다. 진보, 개혁 후보를 빨갱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말입니다.

 

반대로 진보개혁진영이라고 넓게 부를 수 있는 진영은 1/4정도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이 1/4조차도 여러 가지 정치적, 이념적, 심지어는 지역성까지 다양한 이질적인 집단이어서 이 1/4이 통일된 행동을 보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언제나 투표하면 참패하도록 지형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간혹 1090 혹은 199라는 표현들을 사용하시지만 이것처럼 엉터리 표현은 없습니다. 그게 경제지형에서는 진실일지라도 투표지형에서는 100% 거짓입니다.

 

그런데도 매번 선거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어느 후보가 지역성을 포함하여 참신성이나 시대적 조류(국민들의 심리적 상태)를 잘 이용하여 표를 묶어 내느냐에 있었습니다. 1/3이 단결할 명분을 제공하지 못하면 그들의 투표율이 떨어지고, 1/4이 단결하지 못하고 이전투구하며 나머지 유동적인 유권자들을 묶어내지 못하면 참패하곤 했지요.

 

고 김대중대통령은 이를 김종필과의 연대를 통해 달성했고, 고 노무현대통령은 정몽준과의 후보 단일화협상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전략은 1/3이 단결할 동력을 상실하게 만들어 그들의 투표율을 낮추는데 성공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하고도 문자 그대로 겨우 이겼지요. 당연합니다. 1/3 1/4의 싸움이니까요. 반대로 노 대통령의 여러 가지 실패들은 오히려 1/4이 단결할 동력을 상실하게 만들고, 대신 1/3은 철저히 뭉치게 했던 지난 대선에서는 현 대통령이 압승을 거두었지요. 그런데 지난 대선의 투표율과 이 대통령의 득표율을 곱해 보십시오. 여전히 1/3에 불과합니다.


나는 오는 대선의 결과도 또 이렇게 단순한 산수로 계산 할 수 있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진보 혹은 개혁진영은 연대의 시너지를 만들어 내어 가까스로 승리하던지 아니면 박 후보에게 대통령을 상납하든지 하겠지요. 선거운동이나 정책싸움, 혹은 박 후보의 정체성 드러내기 같은 것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꿈 깨세요. 그것으로는 아무리 잘해도 5% 차이로 패배하는 것이 최상의 결과입니다.


그것이 진보개혁진영은 서로 경쟁하되 투쟁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고박원순 서울시장이 좋은 사례입니다. 


너무 우울한 전망인가요그렇다면 그저 어느 정신 나간 통계학자의 헛소리려니 생각하십시오. 혹시 너무 정치공학적으로만 바라본다고 비난하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사회과학자가 아닌 무식한 통계학자의 푸념이려니 생각하십시오. 나 나름으로는 그저 현실이 안타까워서 해본 소리입니다. 지긋지긋한 5년이 또 다시 연장되는 게 너무 암울해서 하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