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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미신/요한복음(John)

하나님나라는

하나님나라는

 

뉴욕타임즈 119일자 A1쪽에는 “Rebels’ Missteps Weaken Support Among Syrians(혁명군의 실책이 시리아국민의 지지를 좀먹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몇 주 전에 읽었던 요한복음의 말씀이 생각나 잠시 정리해봅니다.

 

우선 이 기사의 내용은, 혁명군이 오랫동안 독재자인 아사드나 그 군대에 비해 더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주장을 해왔으나 점점 대중으로부터 혐오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유시리아군의 잦은 실수와 냉혈한 같은 처단이 반복되면서 같은 신문의 다른 기사는, 유엔의 발표를 근거로, 오히려 시리아를 탈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된 것은 내전이 빨리 종결되지 않고, 화력이 우수한 정부군에 대항하면서 힘겨워지면서 점점 극단주의 성전을 주장하는 집단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자유시리아군대가 국민들과 유리되고 서방의 무기 지원 역시 주춤하면서 투쟁이 더욱 힘들어지는 악순환 과정에 나타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나는 12년쯤 전 콜럼비아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한 아가씨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콜럼비아의 공산반군이 처음에는 독재에 저항하는 군대였지만 점점 다이아몬드광산을 장악한 마피아로 변질되어 간 이야기며, 그들의 잔혹한 행위들에 대해 들었습니다. 이라크는 어떤가요? 미국의 부시정부는 온갖 거짓 정보를 흘리며 성전을 시작했지만, 불행하게도 많은 미군은 물론이고 아무 죄 없는 이라크 국민들을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죽음의 광란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사실 하나님나라에 대해서는 많은 신학 사조가 있고, 많은 이단적인 사상들이 이 논란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다루기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 역시 내가 옳다고 주장할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지난달에 묵상을 끝낸 요한복음에서 한 가지 생각을 끌어낼 수 있어서 잠시 나눕니다.

 

[요한복음 18:36]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었더라면 내 종들이 싸워 나로 유대인들에게 넘겨지지 않게 하였으리라 이제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이 말씀은 빌라도 앞에 끌려가서 심문을 받을 때 주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빌라도가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고 묻는 질문으로부터 연결되는 대목이지요. 주님은 너무나 분명하게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게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뿐만 아니라 그래서 내 종(군대)들이 싸우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이 종들은 바로 천사들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마태복음 2653절에는 마지막 밤에 잡히시던 때에 대제사장의 종의 귀를 칼로 쳐서 떨어뜨린 베드로에게 하신 다음과 같은 말씀 때문입니다.

[26:53]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구하여 지금 열두 군단 더 되는 천사를 보내시게 할 수 없는 줄로 아느냐

 

그러니까 주님은 하나님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상의 방법인 군대의 힘과 전쟁으로 이룰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는 요한복음에 가장 많은 분량으로 기록된 이 세상에 속한자인가 하는 문제, 즉 불의한 세상을 미워하고 불의한 세상이 미워하는 자(http://alafaya.tistory.com/266)와 내용상 일치한다는 생각입니다.

 

나는 이글에서 기독교인이라면 불의한 세상의 권력 가진 자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대항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지, 불의한 권력자에게 순종하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례요한이 그랬던 것처럼 불의한 권력자를 불의하다고 고발하고, 불의하지 않은 제도와 삶을 연구하고 그렇게 실천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물론 이런 주장이 매우 회색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하나님나라가 세상에 속하지 않았으니 세상 권력에는 관심 갖지 말고 영적인 신앙생활에 충실하게 살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하나님의 사람이 세상을 사는 것은 매우 힘겨운 외줄타기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군사봉기나 혹은 그냥 권력에 빌붙어 사는 삶, 그 어느 것도 아닌 그런 삶이 바로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삶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