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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핵핵거리는 에너지

방폐장 관련 갤럽 여론조사의 어이없는 설문

방폐장 관련 갤럽 여론조사의 어이없는 설문

요즘 전북 군산시는 방폐장유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지역신문의 조사결과로는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찬반 어느 쪽도 일방적인 여론 형성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그런데 지난 7월 18일, 전라일보와 JTV가 공동으로 한국갤럽에 의뢰하여 시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비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대대적인 보도를 하였다. 그런데 그 신문기사를 읽다가 나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전북지역 현안을 조사하였다고 했는데 방폐장 관련 설문은 다음과 같았다.

문4) 원전센터, 즉 방폐장 부지 선정과 관련해 정부는 방폐장 유치지역에 고준위 처리장 건설 금지, 특별 지원금 3,000억 원을 지원,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등의 다양한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님께서는 전북도내 지역에 방폐장이 건설되는 것에 찬성하십니까? 혹은 반대하십니까?
1. 찬성한다. 2. 반대한다. 3. 모르겠다. / 무 응답

이 설문은 통계조사를 할 때 꼭 지켜야 하는 설문지타당성을 지키고 있지 않다. 첫째, 설문의 응답을 유도하기 위해 유치시의 지원 내용만을 정보로 제공하고 있다(가치중립성원칙 위반). 둘째, 판단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전북지역이라고 애매하게 표현하였다(명료성원칙 위반). 예를 들면 군산시민에게 물을 때 군산시 소룡동에, 부안군민에게는 부안군 위도면에 유치하는 것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하는 지를 물어야만 그것이 군산시민의 혹은 부안군민의 의미 있는 의견이 될 수 있다.

이들이 다른 현안에 대한 질문도 이렇게 작성하였다면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물론 누구나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백보 양보한다면 말이다) 그랬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현안은 아주 객관적으로 묻고 있다. 따라서 통계학자의 눈에는 이 설문조사가 의도적으로 찬성비율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오히려 찬성측이 유치 찬성률이 낮게 나오는 것에 대해 매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이 조사가 찬성측이 주도한 것이라면 이런 일이 한 차례의 해프닝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조사를 전북지역의 주요 공중파와 지상매체가 합동으로 의뢰하였다는 점과 조사기관이 우리나라 여론조사기관의 대표적인 업체의 하나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설혹 언론매체에서 잘 모르고 이런 설문을 의뢰하였다고 하더라도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여론조사기관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도덕성은 지켜야 할 것이다. 나는 실제로 주민투표가 이루어졌을 때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가 엉터리로 밝혀지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갤럽이 여론조사기관으로서의 신뢰를 잃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