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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핵핵거리는 에너지

산자부는 환경운동가 양성중?

여전히 방폐장은 서두르면 안 된다

김제남 녹색연대 사무처장의 ‘방폐장 서두르지 말자’는 경향신문 칼럼에 대해 산자부의 김진태과장은 지난 5일 ‘방폐장 시간적 여유 없다’는 글로 여러 가지 정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근 군산에 산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방폐장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김과장의 주장에 대한 생각을 밝힌다.

제일 먼저 언급해 두어야 할 내용은 방폐장 사태의 본질이 에너지 정책에 대한 비전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돈으로 주민을 현혹함으로써 발생하는 갈등의 문제라는 점이다. 아무튼 김과장은 정부가 2003년의 부안사태를 계기로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제라도 그렇게 느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정작 후보지역에서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찬성단체에 예산을 지원하거나 공공건물을 사무실로 내어 주고 아예 공무원들로 사조직을 꾸리기도 한다. 정부 주관 설명회에 반대단체의 출입을 억제하는 방안이 경찰 협조아래 논의되었다. 그래서 달라진 점은 반대단체들이 과격한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뿐이다.

포화시기 산정에서도 정부의 태도는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그 동안 폐기물 발생량은 해마다 눈에 띄게 줄어왔다. 원전 1기당 평균 폐기물 발생량은 1995년에 270드럼, 2000년에 139드럼, 2004년에는 125드럼으로 감소해왔다. 통계학적으로 데이터에 분명한 경향이 있을 때는 그 경향을 이용하여 예측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정부는 언뜻 듣기에 합리적인 것처럼 위장 할 수 있는 최근 5년간 평균발생량을 제시하면서 2008년에 포화된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 원자력 연구진은 유리고형화 기술을 개발하여 2006년부터 사용할 예정이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현 상태에서도 저장가능 기간이 수 십 년이나 훌쩍 늘어난다. 나는 이 기술개발보고 자료를 읽으면서 원자력분야 종사자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 적이 있다. 그러나 김과장의 설명대로라면 그것도 거짓 보고라는 의미가 되어 혼란스럽다.

참여정부 들어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지역에는 지역전략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여 군산의 시민사회에 군산의 전략산업인 자동차산업을 이해시키고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애써왔다. 자동차는 전북 전체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군산국가산단 입주업체의 반 이상이 자동차관련 기업이다. 그런데 ‘자동차산업의 메카’라고 외친지 2년이 채 안되어 바로 그 산업단지에 방폐장을 유치하여 군산을 바꾸자는 구호가 요란하다. 이것이 산자부의 산업정책이라면 정말 걱정스럽다.

김과장은 미국이 지난 5월 신규로 원전건설을 추진하겠다던 말에 크게 고무된 것 같다. 부시대통령은 플로리다 주 덕분에 재선에 성공한 뒤 멕시코만의 유전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플로리다 주정부가 거부해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참고로 플로리다 주지사는 부시대통령 친동생이다. 미국에서 정책을 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그대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방폐장 건설이 오랜 시간 좌절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임기응변에 급급 하는 정부를 보면서 왜? 라는 의문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왜 정부는 뻔한 눈속임을 하면서까지 방폐장 건설을 서두르는 것일까? 왜 나 같은 사람까지 환경운동가를 못 만들어서 안달일까? 혹시... 환경운동가를 키우는 비밀 프로젝트?
2005.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