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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핵핵거리는 에너지

핵폐기장의 이데올로기화, 경제발전이라는 우상

내가 수년전 군산에서 겪은 핵폐기장 추진과정은 철저히 이념(ideology)화 과정이었고 우상화 과정이었다.


Goudzwaard(2007)에 따르면 원래 맑스(Marx)는 자신의 이론을 과학적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라고 불렀지 이데올로기(이념)라고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한 것은 레닌이었고 그의 손에 의해 공산주의가 이념화 되었다. 이념화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수반했다. 1) 인간의 도덕을 계급의 도덕으로 대체하며, 2) 사랑을 계급의 단결을 위한 것으로만 좁게 정의한다. 3) 동시에 모든 존재하는 기술과 경제 그리고 정치적 수단들을 계급투쟁의 완성에 투입한다.


나는 핵폐기장이 추진되는 동안, 이를 추진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지식경제부, 한국수력원자력, 핵과학자들, 지방자치단체, 지역 정치권, 총리, 정보기관, 경찰, 언론기관, 지역 대학, 관변단체 및 일부 급조된 시민단체, 이익단체, 여론조사기관, 심지어는 보수교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들까지 망라된 집단)이  Goudzwaard 가 주장하는 레닌의 공산주의 이념화 과정과 너무 일치하는 행동을 보였음을 뼛속 깊이 기억한다.


핵폐기장이 군산시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 1) 핵폐기장 유치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도덕적으로 정당하지만 반대하는 것은 그 어느것이나 다 불법으로 치부되었다. 2)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군산을 떠나라는 말은 보통이고,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을 서슴치 않았다. 일부 반대자들이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면  바로 폭력을 휘둘렀다. 오직 찬성하는 사람만이 사랑받고 보호받을 자격을 가졌던 것이다. 3) 투표라는 형식적 민주절차를 마련했지만, 찬성하는 쪽만 풍부한 공적 자금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고, 여러가지 불법선거기술이 사용되었다. 총리는 이를 부추기는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이런 이념화는 바로 경제 발전이라는 환상 혹은 우상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경제발전이라는 우상이 이념화 되면 민주주의 혹은 사회윤리라는 가치들이 얼마나 힘없이 무너질 수 있는지 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민주주의나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이나 정당도 포함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상숭배를 가장 큰 죄로 여기는 교회까지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는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들이 스스로를 유대교적 선민사상을 가지고 야만적인 인종차별을 했던 것에서도 발견된다. 


사실 이명박이 바로 그 우상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며, 우리나라 전체가 지금 바로 그 민주주의의 파괴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