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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음악*사진&생각

한국 현대사의 길잡이 리영희

아마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 중에는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등 리영희의 책을 읽었던 사람이 좀 있을 것이다. 국민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이념공장에서 오직 친미, 반공만이 유일한 선이라 배우고, 미국이 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거나 사회주의에 대해 무조건적인 적대감정을 가져야 한다는데 대해 조금이라도 의심을 갖는 사람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해선 안 된다고 배웠던 학생들이 그 후 처음 리영희의 글들을 접했을 때의 충격은 적지 않았으리라.
그 리영희의 인생을 <한국 현대사의 길잡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강준만 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재치일 것이다. 자료조사를 통해 한 사람을 철저히 고증하고, 그 사람에 대한 인물평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강준만이 이번에는 리영희에게 그렇게 정력을 쏟아 부었다. 강준만은 이 책에서 지난 현대사를 시대별로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혹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말한다. 그리고 리영희가 그 때 어떤 일을 했는지 그의 글을 조목조목 인용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그런 방법으로 리영희가 어떻게 한국 현대사를 이끌어 왔는지를 밝힌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내면서 강준만은 저서라고 하지 않았다. 편저라 했다. 리영희의 글들을 모았을 뿐이란 의미일 것이다. 강준만의 겸손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일반적인 역사책에 기록된 역사적 사건들의 나열이나 수구세력들이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역사가 아니라, 현대사의 뒤에 숨겨진, 의미의 역사를 따라가 볼 수 있다. 혹시라도 과거에 리영희를 읽었던 사람들이라면 리영희를 체계적으로 다시 읽어본다는 의미에서, 혹시라도 리영희를 읽어보지 않았거나, 혹은 그 시절을 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우리 현대사를 리영희의 눈을 통해 체계적으로 읽어본다는 의미에서 좋은 책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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