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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음악*사진&생각

이라크, 평화

이라크, 평화

지난 연말, 국회는 슬그머니 이라크파병연장 동의안을 가결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두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이 사실이 전혀 뉴스거리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라크파병연장 반대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신당의 의원들조차 모두 반대에 투표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현상은 노무현정부의 반복되는 말장난으로 이라크파병이 이미 식상한 주제가 된 데다 이명박씨에게 줄서기에 바쁜 언론들 탓이 겹쳐진 때문이라고 추측됩니다. 두 번째 현상은 신당의 정체성이 여전히 모호한 집단이라는 의미이겠지요. 뭐, 상관없습니다. 세상은 원래 그런 것 아니던가요. 몇 가지를 빼면 가장 우파적인 정책(특히 경제정책)을 썼던 노무현정부의 경제실패가 우파의 실패가 아닌 좌파의 실패로 규정되는 황당한 나라니까요.

저는 오래 전 그리고 얼마 전 각각 이라크 전쟁의 현장에서 기록한 평화를 말하는 책을 한권 씩 읽었습니다. 그리고 평화의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이 책들은 심오한 비밀을 밝히는 연구서도, 깃발 들고 나서니 나를 따르라 외치는 함성도 아닌 평범한 기록일 뿐입니다만 그러나 이를 기록한 분들은 목숨 걸고 기록한 것들입니다.

사실 저는 겁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부끄럽게도 이 기록을 남긴 분들처럼 목숨 걸고 길을 나서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글에서 평화나 이라크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여러분들도 저처럼 다시 한번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분들의 책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바람을 덧붙이자면 우리들도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평화만들기를 행동으로 옮겨보면 좋겠습니다.

아, 한 가지 더. 이분들은 모두 여성 기독교인들입니다. 한분은 이라크전쟁 당시 인간방패로 나서서 국내에서도 한동안 뉴스에 올랐던 분인데 당시에 쓴 편지를 모은 것이고, 다른 한분 역시 당시에 그곳에 있었던 세 아이를 둔 엄마이자 목사의 사모입니다. 이분들이 기독교인임을 밝히는 이유는 그리스도께서 자기 목숨을 버려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했던 뜻과는 반대로 남의 목숨을 버려 나의 안위를 꾀하는 기독교인들이 아직도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유은하, 아이들에게는 전쟁이 없다, 열림원.  
임영신, 평화는 나의 여행, 소나무

(이글은 시민의 도시 2월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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