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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꼬라지?/살면서 가끔...

고 이영석교수님, 고 손용엽교수님 (2022/02/16)

어제 이영석교수님의 부고를 들었다. 2010년대 중반 내가 몰입했던 주제는 제4차산업혁명이었다. 그리고 이교수님은 영국사, 특히 산업혁명기 역사에 두분의 대표학자 중 한분이다. 이교수님은 역사학자, 그리고 다른 한분은 경제사 학자이다. 이 당시 나는 이교수님의 연구를 많이 참조했고, 기회가 되면 만나뵙고 혜안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동료교수들과 조금 다른 관점에서 책(AI시대와 영화, 그리고 시)을 내고 이어서 바로 벌어진 지엠군산공장 철수 사태 때문에 이 주제는 한쪽으로 제켜둘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이교수님의 부고를 듣게 된 것이다. 더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이교수님의 부인이 알고 보니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부터 알았던,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몇차례 잠시 스쳐가며 인사를 했을 뿐, 제대로 인사를 나눌 기회가 없었던 선배였다. 어쩌면 그렇게 스쳐가며 인사할 때 이교수님도 뵈었을텐데... 이제는 그분의 축적된 혜안을 듣지 못한다는 게 우울하다.
그러고 보니 기억나는 또 한분 손용엽교수. 2000년대 중반 자동차산업에서 완성차와 부품의 관계에 고민을 할 때였다. 어느 학회에서 내가 주제발표를 한 후에 손교수님이 내 테이블에 오셨다. 그리고 의기투합해서 한국 자동차부품산업에 대한 대형 연구과제를 만들어보기로 했었다. 그래서 함께 초안을 만들었으나, 이후 소식이 없었다. 나중에 연구재단에 제출했으나 떨어졌다는 답을 들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서인가 뵐 수도 없고 소식도 잘 오지 않았다. 무심코 시간을 보냈다. (나는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나 환영하지만, 내성적이어서 내가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2010년대 중반 손교수님이 재직중인 학교에 갈 일이 있어서 연락을 드렸다. 반갑게 함께 점심식사를 했는데, 식사중 본인이 암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1년이 지나지 않아 고인이 되셨다. 그분과 삶의 궤적이 겹치는 데가 없어서, 장례식장을 찾아 갔을 때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아니 최근까지도 대통령후보군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다가 은퇴해서 뉴스가 사라진 정치인이 와있었고 대부분 그분 주변에 몰려 있어서 내가 아는 얼굴이 있는지 찾아보기가 민망해서 바로 나왔던 기억이 난다. 살아계셨으면, 좋은 선배가 되어주셨을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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