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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꼬라지?/살면서 가끔...

여름 콩국수

여름 콩국수

내가 중학생이 된 뒤로 아버지의 직장이 순천의 OO여자중고등학교로 옮겨지고 나는 전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고등학생 때 여름방학을 맞아 부모님께 갔었는데, 아버지는 점심을 먹자며 나를 동네의 작은 국수집으로 데려가셨다.

아버지는 콩국수를 먹자고 하셨는데, 원래 국수를 좋아하셔서 어렸을 적에는 아버지가 손수 끓여주신 국수를 종종 먹었다. 지금도 당시에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기준으로 국수를 삶는다. 문제는 처음 먹어보는 콩국수가 너무 비려서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그후 대학원생일 때 지도교수님이 문득 콩국수를 먹자며 성균관대 근처 혜화동의 한 콩국수집에 데리고 가셨다. 나는 과거의 경험 때문에 먹기 싫었지만, 내색도 못하고 먹게 되었는데… 이럴수가? 너무 맛있었다. 내가 드디어 청소년에서 성인이 된 것인가?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콩물을 만드는 방법이 달라졌다고 한다. 내가 순천에서 먹었던 콩물은 진짜 두유수준이었고 요즘은 좀 더 고소하게 만든다고 한다.(그저 풍월로 들은 것이니 진실 여부는 모르겠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매주 함께 식사하던 것이 이제 어머니 한분만 모시고 나가야 한다. 그래서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국수를 먹는 횟수가 줄었고, 요즘에는 여름이면 아내는 로컬푸드 매장에서 콩물을 사다가 직접 콩국수를 끓여준다. 한대접 콩물까지 다 먹고 나면 여름의 점심은 포만감과 함께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