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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정치

통일이는 아직도 숨이 막혀...

오늘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는
(2000. 6. 13.)

오늘,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만남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는
단군의 자손이 아니다.

독재국가의 냄새가 아직 좀 남아있단들 어쩌랴.
우리도 그 긴 터널을 빠져나온 지 겨우 10년여.
어느 국가 정상들의 만남이 이보다 더 감격스러우랴
어느 형제간의 만남이 이보다 더 예절바르랴

오직 분단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긴 한숨을 가슴에 묻고 죽어간 사람들,
가슴이 속으로 썩어 문드러진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랴.

오직 통일이라는 말 한 마디에 긴 젊음을 어둠의 터널에서 보낸 자,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젊은이,
아 그리고 홧병에 내장을 다 태워버린 자,
또 어디 한 둘이던가?

우리 젊음의 긴 담보가 해제되는 날,
이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는
결단코 이 땅을 사랑하지 않는 자이다.

오래 전 썼던 케케묵은 이 엉터리 시를 갑자기 소개하는 것은 통일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싶어서입니다.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던 노무현정부가 언행불일치의 모범답게 부산, 서울에서 전교조교사들을 그 법으로 다스리겠다고 달려들더니 드디어 군산에서도 한 선생님께서 그렇게 당하고 계시다는 소식이 들리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진보라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그렇게 오랫동안 군사독재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분단이란 것쯤은 압니다. 정권의 비리를 말해도, 권력의 횡포를 비판해도, 심지어는 경제문제와 노사문제를 말해도 다 빨갱이라던가 용공이라고 몰아붙이며 하루아침에 사형을 시켜도, 군대에 강제징집을 해서 소위 의문사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게 해도, 폭력을 행사하고 생계를 박탈해도 모두 통했던 그 군사독재 시절 말입니다.

민족주의자라면 더욱 통일을 주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무엇보다 정치인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김구선생을 생각해보면 너무나 분명한 일입니다. 사실 민족주의란 보수주의 한 유형이기 때문에 보수ㆍ개혁을 망라하여 김구선생을 존경한다는 것은 개혁세력도 보수주의자임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민족주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통일은 가장 중요한 우리 민족의 과업입니다.

툭하면 경제를 들먹거리며 불경기를 무기로 오만한 횡포를 멈추지 않는 보수주의자들에게도 통일은 가장 중요한 위기타개책입니다. 이미 우리 경제는 신자유주의의 덧에 걸려 갈수록 끝 모르는 함정으로 빨려 들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대형토목사업으로 경제를 일으키고 싶어도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투자계수가 1에 못 미쳐 투자비조차 회수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그래서 북한에 인프라를 투자하고, 중국대신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신경제 구상만이 우리 경제의 유일한 생존책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모두가 통일을 희망하고 그 길로 나아가야 하는데 오직 한 집단만이 분단으로 먹고 사는가 봅니다. 그것이 노무현정부의 의지인지 아니면 몇몇 보좌관들의 오버인지 그것도 아니면 여전히 두 눈 다 뜨고 살아있는 공안세력의 자작극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시절의 괴물 국가보안법이, 2007년 봄 이리도 해맑은 하늘 아래, 어떻게 아직도 통일운동의 숨통을 끊겠다고 설칠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