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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정치

이번 국회의원 총선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

이번 국회의원 총선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

지난 2월 방콕의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나 나눈 대화중 으뜸은 역시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한국인이 외국인 동료에게 듣는 가장 많은 질문은 어떻게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그렇게 기뻐하던 한국 사람들이 다시 구체제의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답니다. 그러면서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70%를 차지할 것이란 기사를 인용하여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그분들에게 한국인의 역동성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절대로 60%를 넘지 못할 것이며 50%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국민들이 지난 대선에서는 반 노무현 정서에 휩쓸려 이명박체제의 속성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채 투표했지만, 신정부가 출범할 때쯤이면 그 속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한나라당의 내분까지 겹치면 지지분위기는 급격히 무너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즘 분위기를 보면 이는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하여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는 소위 ‘강(남땅)부자’정권이라고 하는 이 정부의 속성 때문입니다. 저는 최근 몇 분의 경제학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왜 이 정부가 대운하를 그렇게도 억지로 추진하려 하는가에 대한 힌트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꼭 환경문제가 아니더라도 경제성, 물류, 식수문제 등 그 어떤 논리로도 대운하가 타당성이 없는데도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대운하 주변 토지의 개발이익 때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강부자’정권다운 발상이지요.

지난 외환위기 때도 기업들은 수익성을 무시한 무한 투자경쟁을 벌였고, 이것이 경제성장률을 높인다는 점 때문에 이를 통제하지 않고 오히려 부추겼던 현 집권당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투자수익성을 생각하지 않고 투입한 외채가 부메랑이 되어 외국의 자본들이 부채상환연기를 중단하자 하루아침에 한국경제가 결딴났던 것입니다. 대운하사업 역시 똑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사업 자체에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투입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은 세금을 투입하여 대기업 배만 불리는 결과가 나온다는 점 때문에 반대가 심할 것이고 결국 정부보증 외채로 이를 조달하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는 90년대와 똑 같은 상황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다시 외환위기가 온다하더라도 그들은 알바 없다는 태도인 것처럼 보입니다. 왜냐하면 외환위기는 빈부격차를 더욱 벌려 다수의 국민은 고통 속에 살아도 그들에겐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외환위기 과정을 통해 절실하게 체험하지 않았습니까? 외환위기 당시 고급 경제관료였던 사람이 이 정부에서 다시 경제정책의 최고 수장이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두 번째 문제는 대운하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점입니다. 현 정부임기 말까지 더 이상 예정된 선거는 없습니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결과는 결국 국민 스스로 이런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 됩니다. 박근혜씨가 무소속으로 살아남아 한나라당으로 복귀하라고 부추기는 것은 일단 한나라당의 사당화를 막아 대운하를 저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이들이 다시 한나라당에 합류하면 여전히 한나라당이 절대다수당이 된다는 점이 목에 가시가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이번 총선을 보는 시각에서 매우 정교한 조정이 필요합니다. 대선 때는 심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폭 넓은 공감이 있었고 또 다른 선택의 대안이 떠오르지 못했지만, 이번 총선은 다릅니다. 우리 앞엔 놓인 2차 외환위기에 대한 냉철한 위기의식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