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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정치

정말, 고등학교도 안나온 여자가 국모 자격 있나?

정말, 고등학교도 안나온 여자가 국모 자격 있나?
-국모논쟁이 놓친 진짜 쟁점-

<문화방송>이 지난 3월 26일 방송한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에서, ‘노무현 탄핵촉구 국민연대’가 21일 광화문에서 연 ‘노 대통령 탄핵지지 문화 한마당’ 행사의 사회자가 “고등학교도 안 나온 여자가 국모로서 자격이 있느냐. 앞에 영부인들은 다 이대를 나왔다”며 권씨를 비하하는 장면을 방영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모논쟁을 보면서 내내 절망감 속에 휩싸였다.

이 사건의 진행과정은 송모라는 진행자가 말을 꺼내면서 가정법을 사용했는데 그것을 고의로 누락시켜 발언 내용을 왜곡했느냐 아니면 전체 분위기를 볼 때 그 가정법은 교묘한 안전장치일 뿐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서 싸우는 과정이었다. 그게 온 나라를 한 동안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 과정에서 맛본 비통한 심정은 권씨가 수구세력에 의해 난도질당했다거나 MBC가 그 장면을 상세히 방송함으로써 그 분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는 사실 혹은 MBC의 보도가 진짜 왜곡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그런 사실들을 떠나 그 논쟁 과정에 아무도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소위 정치학자라든가 혹은 개혁, 민주세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심지어는 자기들이 이 땅의 진보라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말이다) 국모라는 단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보지 못한 때문이다.

국모란 임금의 부인이나 어머니를 뜻하는 말이다. 그 속에는 왕정 전제국가에서 국가의 주인은 임금이라는 사상이 자리하고 있다. 즉 임금이 국가를 다스리는 어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부인이나 어머니가 국모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모라는 표현은 지난 1세기 동안 이 땅에서 피 흘리며 세워왔던 민주국가를 송두리째 부인한다.

나는 그 송모라는 사회자가 워낙 머리가 모자라는 수구세력이어서 그런 사상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즉 박정희씨를 민주국가의 대통령이 아닌 왕정시대의 왕으로 떠받드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고졸인 노무현씨가 앉아 있고 그 부인이 고졸도 아니라는 점에 정말 심적인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진짜 그렇다면 빨리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

그러나 이 땅의 그 많은 정치학자, 언론, 민주세력, 심지어 진보세력까지, 도대체 그들은 무어란 말인가? 고졸이냐 아니냐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였는가? 그야말로 우리 역사를 송두리째 부인하는 그 발언에 대해 오직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싸움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었는가? 게다가 ‘국모에게 어찌 감히 그런 모욕을 줄 수가 있느냐’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그들의 반역사적인 주장에 동의까지 해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