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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경제

코로나19의 경제적파장과 재난기본소득

 

 

코로나19로 빚어진 여러 가지 문제들은 상당 부분은 불편함의 일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편함을 넘어서는 문제이면서 그 영향이 장기화되는 문제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는 경기침체일 것이다. 당장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비정규직의 해고가 심각하다. 한국의 통계는 확인되지 않지만, 미국은 올 3월 둘째주말 기준으로 실업자수 증가 폭이 2017년 허리케인 하비가 덮쳤을 때 일시적으로 증가한 실업자수에 육박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정부가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과정은 상당 부분 정형화되어 있다. 경기선행지표인 재고의 증가나 투자의 감소가 나타나면, 시차를 두고 경기동행지표인 소비의 감소와 생산활동의 부진이 나타난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정책수단을 마련하여 경기침체가 나타나는 것을 완화시킬 기회가 있다. 보통 이자율 인하를 통해 투자를 유인하는 정책을 사용한다.

문제는 이번 상황에서 이자율 인하정책이 적확하게 작동할 정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고증가와 투자감소라는 선행지표의 징조와 소비 및 생산 감소라는 동행지표의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서 전통적인 정책수단이 완벽하게 기능할 수 없다. 이자율 인하는 이자 부담이 늘어나 고통을 겪는 사업자들의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는 있지만 투자유인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선행지표 및 동행지표의 동반하락이라는 이 상황의 미래 불확실성 때문이다. 일상적인 경기후퇴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지금의 경기후퇴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어야 가능하다.

두 번째 문제는 바로 이 부분, 즉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종식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 있다. 중국과 한국의 질병확산과정을 보면, 두 나라의 대응 시기와 방법이 서로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4-5개월 정도의 순환을 거쳐 안정기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다른 국가들이다. 대응 시기는 중국처럼 늦었고, 대응방법은 한국의 방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선진국들이 4-5개월 이상의 순환을 따를 수밖에 없고 이는 코로나19 상황이 가을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서 겨울이 오면 결국 이 상황은 내년 여름이 되어야 비로소 정리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자율을 인하하면, 사내유보금이 많아서 현금흐름에 위기가 없을 것이 분명한, 일부 기업들의 선제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대다수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에게는 이자부담만 줄여주는 효과에 머무를 것이다. 다시 말해, 그 효과로 볼 때 경기활성화정책이 아니고 복지정책의 성격이 강하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법인세 감면을 시행하면, 기업들에게 늘어난 유동성을 내부에 비축하는 용도로 사용할 뿐이고 투자의 증가나 고용의 증가의 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낮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의 상황에 있다. 미국도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위기에 빠져서 국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 필요한 엄청난 자금은 보통 TB라고 부르는 재무성채권을 통해 조달할 것이다. 이 TB는 전통적으로 한중일 3국이 주요 구매국가였다. 그러나 이 한국과 중국이 미국보다 먼저 코로나19 사태로 경기침체에 빠져 한마디로 내 코가 석자이다. 게다가 두 나라가 TB를 구입해서 미국에 유동성을 제공해도 이 유동성이 한국과 중국의 대미 수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무작정 여기에 동참 할 수는 없다. 최근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9개 국가와 서둘러 통화스왑협정을 맺은 것은 바로 이 부분 때문으로 생각된다. 즉 한국에 TB를 떠넘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재로서는 재난기본소득이라고 회자되는 저소득층 지원정책이 거의 유일한 정책수단으로 보인다. 이 정책이 갖는 의미는 긴급구호성격의 복지정책이면서 동시에 소비를 끌어내는 수요증대정책이다. 즉 선행지표의 악화에 대응하는 정책으로서 공공사업을 통해 돈을 지급하고 소비를 끌어내는 전통적인 정책의 변형이다. 다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사용할 수 없고 특히 일시적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실업의 문제를 모두 공공사업으로 대응하려면 전 국토를 다 뒤집어 놓아야 할 터이니, 직접 돈을 지급하여 이 특수한 위기를 대처해보자는 것이다.

다만 누구에게 어떻게 지급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아있다. 타이밍과 수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대상이 비정규직이지만 이들 중에서 해고된 사람이나 영향을 크게 받은 자영업자를 선별하여 지급하는 것은 그 시간과 선별비용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경남지사가 주장한 방안은 참고할 만하다. 모든 국민에게 신속히 지급하고 일정 기준 이상에게 지급된 기본소득은 세금으로 환수하면 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선별지급보다 기본소득의 취지에도 더 가깝다. 특히 기업들이 기본소득으로 지급한 금액만큼 임금을 삭감하는 부작용도 줄이려면 법인세 감면이 아니라 오히려 감면 특혜를 줄이고 더 철저히 거두어야 한다.

 

골드만삭스가 추정한 미국의 일시해고 규모. 업종을 보면 우리도 참고할 수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