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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World!/평화로운 세상

이런 간호사로 자라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대학 간호학과 2학년 학생들의 나이팅게일 선서식에서 했던 축사입니다. 내 마음을 담은 글입니다.



- 나이팅게일 선서식 축사 -

 
안녕하십니까?
 
먼저 오늘 선서식을 통해 전문 간호사의 길을 시작하는 학생 여러분께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 제자들을 이 자리에 서게 하면서, 교육자로서 가슴 벅차할 교수님들께도 축하와 감사를 드립니다.
 
며칠 전에 읽은 우울한 기사를 하나 소개하면서 축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우리나라의 자살자수는 약 7만 4천명으로, 이는 자살률 기준으로 세계 최고수준일 뿐 아니라, 최근에 발생한 주요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수보다 더 많다는 기사입니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급한 것이 현대화된 병원이나 고급의 의료기술 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을 만한 수준에 올랐습니다. 그것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수명이 연장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됩니다.
 
그럼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하여 이렇게 우울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나는 그 이유 중의 하나로, 한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낙오자에 대한 무관심, 혹은 한번 낙오자가 되며 생존이 어렵게 만드는 가슴 없는 사회는 발달한 의술이나 현대화된 병원으로는 고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기억하는 일은, 지난 초여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메르스 사태입니다. 이 사건은 가장 뛰어난 의료진과 시설을 갖춘 병원조차도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하거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전염병 앞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을 잘 드러냈습니다.
 
학생여러분, 나는 오늘 이 자리에 오기 전 나이팅게일 선서문을 읽어보았습니다. 그 선서문을 읽으면서 앞에 이야기한 일들을 함께 생각했고, 여러분에게 두 가지 부탁의 말씀을 드리는 것으로 축사를 대신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첫째는 여러분은 부디 환자의 마음을 만져주는 의료인이 되시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유할 수는 없지만 여러분에게 맡겨진 환자와 그 가족에게만은 위로와 희망을 주는 간호사가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둘째는 지금 여러분이 선서를 하는 그 처음 마음을 가능한 오래 유지하시라는 것입니다. 환자 하나하나를 대할 때, 그들을 내 업무의 대상으로만이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로서 기본에 충실한 의료인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오늘 선서식은 여러분이 간호사가 되는 긴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출발점입니다. 여러분이 정식 간호사가 되고 다시 오랜 시간이 흘러 은퇴하는 날까지 여러분의 마음의 그릇이 더욱 커져 가는 삶이되길 기원하면서 축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2015. 10. 12. 군산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