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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World!/평화로운 세상

미국이 보는 북한

오늘 오후에는 UBC의 아시아연구소에서 개최한 한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북한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문제에 정통해온 국무부 관리 출신으로 이후 연구자겸 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Johns Hopkins 대학의 Joel Stephen Wit 교수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사실 오늘 있었던 이야기들 중에서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주제발표 내용이나 토론 내용보다는 중간 중간 이야기 된 몇 가지 곁가지 이야기들이 오히려 내 귀를 자극하더군요. 그런 것 몇 가지를 정리해 봅니다. 내 영어 실력이 짧아서 혹시 잘못 이해한 내용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첫째는 미국에 북한 전문가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입니다. 위트의 말에 따르면 북한 이슈가 나올 때마다 북한 전문가로 나서는 사람들 가운데 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북한에 체류해 보거나 심지어는 북한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거의 전부라는 것입니다. 이는 예를 들어 이란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이란에 체류한 적이 있거나 이란인을 종종 만나왔고 심지어는 이란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사실과 아주 대조적이라는 것이지요.

이는 미국의 관심이 동북아의 안정상태 유지에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북한에 대한 관심이 사실 거의 없다는 점을 반영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북한 쪽에서 미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위에서 말한 견지에서 남한의 입장 뒤에 서 있을 뿐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사실 다른 사실과 관련이 있는데, 북한은 불가피하게 경제적으로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수입의 80%가 중국으로부터 들어오고 있습니다. 또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90%가 중국산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관리들은 지나친 중국의존성을 탈피하지 못하면 미래 전망이 암담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균형을 위해 삼각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싶어하고 이것이 미국에 접근하는 이유라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김대중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좋은 정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정책이 계속되었다면, 북한은 더 이상 과도하게 중국의존적으로 발전하지 않고 남측의 도움으로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 미국에 저토록 목매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꼭 언급해야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위에서 시장판매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혹시 아직도 "북한에 무슨 시장이 있느냐? 공산주의 국가인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까 싶어 말입니다. 북한을 계속 방문하다보면 몇 달 사이에도 변화가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는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시장이라는 것이지요. 평양에는 수퍼마켓도 생겼고, 지방 소도시까지 이런 시장체제가 급속히 도입되고 있다는군요.


또 한가지 꼭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오늘 세미나에 참석하러 가면서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다국적 학생들이 참석해서 질문하였습니다. 나는 캐나다 학자들과 한국계 학생들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캐나디언과 중국계, 타이완, 베트남 등 동아시아 지역 출신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전문가로 길러지는 동아시아 학생들이 많다는 점은 한국의 미래와 관련하여 조금 오싹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