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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미신/21세기의 기독교인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11 내가 궁핍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12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굶주리거나, 풍족하거나, 궁핍하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웠습니다.
13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빌립보서 4:11-13(새번역)
 
요즘 묵상하는 부분은 잠언이지만, 며칠 전 아침 잠에서 깰 때, 문득 이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벌써 두어달 전의 묵상 내용이지만 내 마음 속에 무언가 미진한 것이 남아있었는데, 작은 울림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 말씀은 오래 전 여의도의 조 목사 부류의 사람들이 입에 달고 다니던 말씀 중 하나였지요. 마지막 13절만 따로 떼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 말씀은 성경에 기록된 의미와 아무 상관없이 "불가능은 없다"는 뜻으로 악용되었습니다. 적어도 그리스도교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행태입니다.
 
사실 앞 두 절(11~12)만 읽었어도 이런 엉터리 해석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의도적인 왜곡이라는 의심도 듭니다. 앞의 두절을 볼 때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풍족하거나 궁핍하거나 자족하며 살 수 있다는 의미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자족을 강조하는 해석을 지지합니다. 대부분의 성경번역본들도 이런 해석으로 번역했고요.
 
그러나 나는 이 해석이 마치 목에 걸린 가시처럼 개운하지 않게 남아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다'의 모든 것을 자족으로 해석한다면,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이 다른 모든 종교나 철학의 가르침과 다른게 무얼까요? 세상이야 어찌 돌아가든 나만 산중에 들어가 도를 닦으며 만족하면 되는 것인가요?
 
혹시라도 여기에서 '모든 것'이란 자족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해야할 모든 것'이란 뜻은 아닐까요? 마태복음 25장에는 천국에 대한 주님의 가르침이 담겨있습니다. 거기에는 형제를 돌아본 자들이 받을 복이 포함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모든 것'이란 바로 그것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단순히 내 처지에 자족하는 수준을 넘어서 어떤 처지에 있든지 형제를 돌아보는 것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이 주신 능력을 힘입어.
 
요즘 아내가 많이 힘들어 합니다. 그래서 많은 교인들이 아내를 챙겨주고 사랑을 베풀어줍니다. 사실 그분들을 자세히 보면 본인들도 여러 가지 일로 어려운 처지에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아니 모든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다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그 처지에 자족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래서 더욱 형제들을 돌아보는 사랑을 베풀고 사는 것입니다. 그분들이야말로 내게 빌립보서 4장의 이 말씀의 뜻을 깨우쳐주신 소중한 스승입니다.(2015.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