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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꼬라지/사회

차별금지법이 무엇이기에

차별금지법이 무엇이기에

 

차별금지법을 놓고 기독교 사회가 극단적인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저지하겠다는 사람들이나 관철시키겠다는 사람들이나 너무 으르렁거리는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 다시 한 번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카톡을 포함한 SNS를 통해서 공격적이면서 악의적인 글을 몇 번 받았다. 물론 대부분 보수기독교인들이다. 그런데, 그런 글을 읽다보면 종교적인 성찰은 없고 악의적인 이데올로기적 공격만 남아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런 글에 토론을 하다가 사탄이라는 공격도 받았다. 악의적이라는 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는 이법이 입법예고 중인데도 예고 없이 밀실에서 제정했다고 공격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특정 정당에 대해 낙선운동이나 해산을 요구하고 있어 이데올로기적이다. 다른 차별에 잠잠했던 보수기독교계가 이일로 차별을 옹호하는 집단으로 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반대로 이런 주장을 비난하는 비교적 객관적인 것 같은 글을 읽어 봐도 내 생각에는 미진한 점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나는 10여 년 전 한 토론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주장한 적이 있다. 당시 좌절되었던 내 생각과 지금 추진되고 있는 법안은 크게 보면 3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당시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성적지향 등이 추가되었고, 대신 내가 주장했던 유전정보에 따른 차별은 포함되지 않았다. 유전정보에 의한 차별이란 유전자 분석에 따라 지금 발생하지 아니하였으나 발생할 수도 있는 어떤 특성을 반영하여 보험 가입 등과 같은 일상 생활에서의 차별을 말한다. 이는 발생할 가능성만 있을 뿐이기 때문에 마치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차별과 같은 종류의 차별이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는 이 법안이 예방을 주요 목적으로 제시(법 제1)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조항이 차별의 범위(법 제4)나 교육내용의 차별(법 제16)에 관한 조항에 몇 가지 항목이 추가된 이유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내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은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일이다.

 

법은 실체적 범죄의 처벌 규정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기능을 가지는 것인데, 이법은 법 자체가 예방을 위한 구제조치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 과잉이다. 이법의 많은 내용은 범죄가 특정화 되면 처벌하거나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법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피해가 특정화되지 않아도 구제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이법의 45호 및 6호 때문이다. 5호의 조장하는 행위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보안법과 같이 자의적으로 확대 적용되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자면 과거에 긴급조치법으로 설교를 위해 성경(미가서 2)을 낭독한 것만으로 연행이 가능했던 것처럼 하위법이 헌법적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반대로 자유롭게 자기의 사상과 믿음을 말할 권리가 박탈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적지향 등과 관련한 문제를 보자. 적어도 보수기독교에는 여전히 동성애에 대한 종교적 거부감이 있다. 그리고 이것이 근거 없는 편견이 아니라 성경이라고 하는 경전의 몇 군데에서 실제로 이를 금지하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종교적 논의는 사절한다.) 그런데도 헌법적 권리인 종교의 자유와 하위법인 차별금지법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 법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런 예는 도덕적 기준이 변화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과거 도덕적 기준에 따르면 부도덕한 일이 세대가 바뀌면서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 과거의 도덕적 기준을 주장하는 일이 전면적으로 범죄로 취급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혼인형태에 대한 차별금지가 45항과 결합되면 첩을 아무리 많이 두어도 도덕적 비난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는 다른 법에서 처벌이 가능하다고 하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이법을 오해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7조와 14조에는 다른 법을 수정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46호를 통해 이런 적용 영역이 인터넷과 같은 가상공간까지 포괄하게 된다. 6호 역시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서 동호회 성격의 모임까지도 제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페미니스트 그룹의 홈페이지나 SNS동아리도 불법이 될 수 있다. 이는 인터넷 검열로 악명 높았던 MB정권의 코미디를 합법화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이는 잘못이다. 그런데 하물며 분명하게 대립구도가 알려진 상태에서 이렇게 법안을 작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


4(차별의 범위) 이 법에서 차별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 또는 경우를 말한다.

1.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연령·장애·병력·피부색·용모 등 신체조건, 인종·언어·출신국가·출신민족·출신지역(출생지, 등록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을 말한다) 등 출생지,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인상태, 출산형태 및 가족형태, 종교, 정치적 견해, 전과·성적평등·성적지향·성별정체성·학력·고용형태 등 사회적 신분(이하 성별·학력·지역 등이라 한다), 그 밖의 사유를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

(2-4생략)

5. 성별·학력·지역·종교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 등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행위

6. 1호에 해당하는 이유로 인터넷, 소셜 미디어 등 온라인에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내가 우려하는 또 한 가지는 교육에 적용하는 부분이다. 16조 역시 앞에서 지적한 부분들과 마찬가지로 그 한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약 친일파의 후손들이 친일을 정치적 견해라고 주장하면 이를 역사책이나 수업시간에 가르칠 수 없다. 역사교육에서 가치는 사라지고 오직 사실만 기술해야 한다. 성교육에서도 동성애자들을 위한 교육을 따로 하는 것 역시 불법적이다. 모든 학생에게 같은 내용을 교육해야 할 경우 모든 학생에게 동성애교육을 시키게 된다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그뿐이 아니다. ‘내 지방 알아보기같은 사회교과목도 편성할 수 없게 된다. 아니 더 나아가 대안학교와 같이 국가의 간섭이나 일방적인 교육편제로부터 독립하여 학력이 낮거나 종교, 신념에 기초한 교육기관은 모두 불법이 된다.

 

16(교육내용의 차별금지) 교육기관의 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교육목표, 교육내용 및 생활지도 기준에 성별·학력·지역 등에 대한 차별적인 내용을 포함시키는 행위

2. 성별·학력·지역 등을 이유로 교육내용 및 교과과정 편성을 달리하는 행위

3. 성별·학력·지역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 또는 집단에 대한 혐오나 편견을 교육내용에 포함하거나 이를 교육하는 행위

 

법에는 인격이 없다. 그래서 한번 제정되면 좋은 목적에만 봉사하는 것이 아니고 나쁜 목적에도 똑 같이 봉사하게 된다. 그래서 국가파시즘적인 요소가 개입되지 않도록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이 실체적 범죄를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 예방을 목적으로 입을 막는다는 생각은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국가파시즘적이다.

 

예고된 법안은 아래 사이트에서 차별금지법으로 검색 가능하다.

(http://pal.assembly.go.kr/main/mainView.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