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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꼬라지?/살면서 가끔...

만우절 농담이 즐겁지 않은 아침

1년여전 한국을 떠나면서 나는 두 가지를 아버님께 맡겼었다. 그 중 하나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물인 '남천'이라는 나무 화분이다. 그 나무는 큰 형님 집 마당에서 옮겨 심은 것이고, 그것을 심어둔 화분도 100년 전쯤 일본에서 만들어진 도기화분이어서 골동품에 가까웠기 때문에 내가 늘 바라보는 보물(^^)이었다. 돌아와 보니 그게 없다. 아버님께 여쭤 봐도 도무지 기억을 못하신다.


다른 하나는 일년에 두어차례 정도 해외에 출장을 나가기 때문에 그 때마다 남은 달러나 엔화 혹은 위안화를 다시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다음에 사용하기 위해 따로 넣어둔 지갑이다. 어머님 말씀이 그 지갑을 누구 것인지 모르겠다며 해외에 나가는 사람에게 주겠다고 하시는 걸 누구 것인지 모르는데 가만 놔두면 주인이 와서 찾지 않겠냐며 억지로 말렸다고 하신다. 이로 미루어 보건데, 아마 그 화분도 누군가 달라는 사람이 있어서 주셨거나 무슨 이유로든 버리시곤 기억하지 못하시는 것 같다.


그 화분을 잃어버려서 안타까운게 아니다. 내가 성인이 되어서는 한 때 아버님의 번영신학이 못 마땅해 언쟁을 벌였던 시절도 있지만, 내게는 '사랑'이라는 단어와 같은 뜻이었던 '아버지'가 그렇게 늙으신 모습으로 힘겹게 서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어젯 밤에는 딸아이와 전화하면서 가슴이 아팠다. 


사람들이 말하곤 한다. 우리 세대가 위로는 부모를, 아래로는 자녀를 동시에 생각해야 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정말 그런가? 두 가지 상념이 잠을 못 이루게 하여 만우절 아침, 농담이 전혀 즐겁지 않다.